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있나"…또다시 희생양 찾기

금융당국, 부실감사 회계법인 대표의 자격박탈 재추진
부실감사, 능력 부족인가, 조직적 은폐인가
회계법인의 '고객들', 그들은 원죄에서 자유로울까

입력 2016-06-14 16:46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이승제 브릿지경제 금융증권부장
이승제 금융증권부장

대우조선해양을 향한 질문들은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실타래와 같다.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 지 난감할 뿐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 대표의 자격박탈이란 강경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좀 생뚱맞다.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회는 회계법인 대표 제재안이 과잉규제라며 철회를 권고했고, 금융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일 참이었다. 하지만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재차 막대한 국민혈세가 들어가게 됐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대우조선의 감사를 맡아 온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안진)은 수조원대 부실을 숨긴 채 투자자들과 채권단을 ‘속여 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안진은 수년간 ‘적정’ 의견을 외치다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자 부랴부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감사를 벌였다. 그런 뒤 올 3월 대우조선의 지난해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 2조원을 2013~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했다고 정정했다. 안진뿐만 아니라 현대상선, 한진해운,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은 다른 회계법인들도 부실이 빤히 드러나기 전까지 ‘적정’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여기서 궁금해진다. 국내 대표적인 회계법인들이 무슨 이유로 쌍둥이처럼 빼닮은 행태를 반복해서 자행하고 있을까. 제대로 감사를 할 능력이 없었을까. 그들의 인적 구성과 조직, 그리고 과거 활약상을 고려할 때 무능력의 결과는 아닐 것이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왜 그들은 ‘회계절벽’을 자초했을까. 혹시 양심을 버린 채 눈 딱 감고 ‘고객들’이 원하는 ‘모범답안’을 제출한 게 아닐까. 회계법인이 눈치를 살펴야 하는 ‘고객들’에는 감사를 받는 당사자인 부실기업뿐 아니라 금융당국, 그리고 넓게 보면 정치권까지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때마다 “시장원리와 채권단의 자율에 따라 진행하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을 통해 문제 되는 기업의 목줄을 쥐고 있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니 회계법인 입장에서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위에 있는 VIP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금융당국 위에 국회와 청와대가 떡 하니 자리하고 있다.

물음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그렇다 치고, 대우조선 지분 49.7%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과연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를 전혀 몰랐을까. 대우조선에 산은 출신 인사들이 많아 이들을 ‘산피아’(산업은행+마피아)로 부를 정도인데, 이런 유착이 ‘닥치고 수명연장’의 배경이 된 것은 아닐까.

상상은 이어진다. 혹시 안진이 분식회계를 적발하고 제대로 된 감사의견을 내려 했는데, ‘고객들’이 한사코 막아선 것일 수도 있다. “지금 이럴 필요 없다. 우리가 원하는 정답을 써 내라.” 이런 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전해진다. 기업 위기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대주주, 경영진에 있다. 상황을 좌지우지했던 ‘외풍’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객만족’에 충실했던 회계법인만 몰아칠 사안이 아니다.

 

이승제 금융증권부장 openeye@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