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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양궁과 기업활력제고법

입력 2016-08-16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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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석 산업부장

리우올림픽의 백미(白眉)는 금메달 4개를 모두 휩쓴 한국 양궁이다. 육상이나 수영처럼 개인역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여러 선수가 대회를 이어가며 정상을 지켰기 때문에 더욱 값졌다. ‘동이(東夷)’의 신궁(神弓)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하고 투명한 국가대표 선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시스템, 지도자와 협회·후원사의 아낌없는 지원과 소통 등 세 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감투싸움이나 선수선발 비리도 없었다. 오로지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만 있었다. 스포츠와 기업은 ‘경쟁’으로 상통한다. 기업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나 다름없다. 어떻게 선수를 선발하고, 훈련시키고, 후원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양궁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이 16일 사실상 시행에 들어갔다. 공급과잉이라는 특수상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복잡한 규제절차를 한꺼번에 해결해주자는 것이 이 법의 취지다. 법으로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할 정도니 현실이 그만큼 절박해진 것이다.

하지만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진정 기업이 바라는 것은 법제도가 아니다. 더 이상 기업을 규제와 보호의 틀에 가두지 말고 자율과 창의를 존중해달라는 것이다. 기업은 실적부진에, 노조의 파업공세에, 때론 여론의 뭇매도 감당해야 한다. 여기에 규제 법안에 애간장을 태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출규모 6위를 달리고 있으니 기적이 아닐 수 없다.

20대국회의 규제법안의 발의는 단연 금메달감이다. 특정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것은 물론 지역구 챙기기와 반(反)기업정서나 여론에 편승해 마구잡이로 법안을 발의한 것이 수두룩하다. 분명 입법권의 남용이자 횡포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의회장이 ‘규제폭포’라고 하소연했겠는가.

법인세 인상주장도 그렇다. 기업은 물론 정부·여당과 심지어 야권의 일부 경제전문가들까지 말리고 있는데 굳이 우리 야당만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도 문제다. 자율주행차·전기차·드론·핀테크·게임· 웹툰 등 신산업분야의 규제는 미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를 멀찌감치 따돌리게했다. 낡은 틀을 깨트리는 것을 ‘불법’으로 보는 퇴행적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은 먼 남의 나라얘기일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도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을 다 못하는 상황이다. 일부의 일탈로만 치부하기엔 국민들을 찌푸리게 했던 사안들이 너무 엄중했다. 지금은 ‘기업활력제고법’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것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한국 양궁처럼 아귀가 다 척척 맞지 않는 것이 기업 현실이다. 정부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기업들의 애로를 밀착 청취하여 선후와 경중을 잘 분별만 한다면 ‘제2의 신화’ 창조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기업활력제고법’에 작은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모두가 포기했을 때 마지막 5점을 내리 따내며 기적의 역전승을 거둔 펜싱 박상영 선수의 독백과 그 절박함이 이 법을 통해 역전의 꿈을 꾸는 기업에게도 큰 울림으로 남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박운석 산업부장 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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