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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부산행'을 타고 싶은 건 좀비만이 아니다!… 390가지 맛이 있는 '부산 맛집 탐방기'

[It Place] 부산 맛집 탐방기

입력 2016-08-31 07:00 | 신문게재 2016-08-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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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1000만 영화로 기록된 ‘부산행’. 좀비영화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어쩌면 행복하게 부산에 도착해 식도락을 즐기지 않았을까. 도시의 이미지는 한 가지로 정의 되지 않지만 부산은 그 결이 유난히 켜켜이 쌓여있다. 

 

서민적이면서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를 가지고 있고 그 어느 도시보다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룬 도시기도 하다. 거리문화와 함께 성장해서인지 유난히 서민 맛집이 몰려있어 먹방과 맛집투어에 빠지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이 식당들의 특징은 서민 갑부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각종 매스컴에서 찾아와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점. 다소 무뚝뚝하지만 언제가도 실패하지 않는 맛이 보장되는 곳을 추려봤다. 


◇겉은 48년, 실제로는 54년된 소고기 국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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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내려와 꼭 한가지만 맛 봐야 한다면 ‘이걸’ 주저 없이 꼽으면 상대방의 입에서 “돼지국밥집이 아니라고?”라는 말이 1초만에 되돌아온다. 주메뉴는 소고기 국밥. 따로 국밥과 선지국밥이 메뉴에 올라와 있지만 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빈 반찬그릇 3개와 야쿠르트, 투박한 뚝배기에 담긴 국밥이 나온다. 절대 팔팔 끓는 국물은 나오지 않는다. 찬밥이 담긴 그릇을 국물에 여러번 말아 온도를 데우고 고명을 얹듯 사각거리는 콩나물이 가득 담겨 나온다. 식탁에는 언제나 무생채와 마늘쫑무침, 정구지(부추)무침이나 깍두기 등 반찬이 덜어 먹을 수 있게 준비돼 있다. 국물은 칼칼하고 고기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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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원조라고 강조하는 쇠고기 국밥집이니, 저 고정(?)간판을 기억하고 가야 한다.
단순히 소고기 국밥이라고 하기엔 이곳의 국물은 중독성이 강하다. 비밀은 24시간 끓이는 육수에 있다. 365일 24일 운영되는 이곳은 한달 가스비만 2000만원 가까이 나온단다. 해운대 31번 종점에 자리한 이곳은 부산 주부들이 밥 하기 싫을 때 냄비째 들고와 국을 사가는 풍경이 흔할 만큼 토박이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 인기에 힘입어 이곳에는 서로 ‘원조’라는 말로 각종 서비스(계란말이, 햄볶음)를 제공하지만 이곳이 소고기 국밥의 시초다. 가격은 4000원. 이름을 밝히기 싫다는 꼬장꼬장한 주인 할머니는 “서울에서 자꾸 분점 내자고 해서 귀찮다. 먹고싶으면 와서 먹으라고 해라 마!”라며 퉁바리다. 맛의 비밀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며 매년 올리는 연도가 귀찮아서 48년된 원조집의 간판을 바꾸지 않고 있으니 그걸 보고 찾아오라는 말만 남긴다. 이정도는 되야 찾아 올 맛이 나지.


◇ 본점은 추억을 남기고, 가족 경영으로!… 해성막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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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도 줄을 서있지 않았더라면 여기가 ‘곱창집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허름한 외관. 테이블은 열개가 채 안됐다. 해운대에 새록새록 등장하는 고급 이자카야 골목과 모텔 사이에 생뚱맞게 존재하던 이곳은 ‘해성막창’. 이름으로 기본 2시간의 웨이팅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올해 건물이 헐리면서 가족들이 사이 좋게 곱창집을 나눠(?) 가졌다. 본점은 해운대구청 앞으로, 아들이 운영하는 곳은 신도시쪽으로 이동하면서 총 4곳의 가게가 운영되고 있다. 덕분에 주말에 3시간씩 걸리던 대기시간이 평균 1시간으로 줄어드는 기쁨(?)을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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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도 오픈시간에 맞춰 먹을 수 있었던 해성막창. 5분 사이로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렇게나 많다.
이곳의 특징은 한우막창과 대창을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배가 불러 와도 기본으로 인원수당 시켜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이곳의 대표메뉴인 곱창전골은 절대 남길 수 없는 마성의 맛으로 유명하다. 한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 나오지 않는다는 기름기가 넘치지만 철판에 구워진 그 꼬들꼬들함은 씹을수록 흡사 소가 4번 되새김질을 하듯 입안을 돌아다닌다. 입안에 가득 소곱창을 넣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놀라는 것도 잠시, 곱창 전골의 국물은 그동안 먹었던 전골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들 정도다. 국물 안에 곱이 둥둥 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곱창 안에 튼실히(?) 박혀 있는 곱창을 개운한 국물과 함께 씹고 있으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해성막창 3단 콤보’라는 볶음밥을 시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번호표 없어요! 줄 서는 대로 입장… 냉채족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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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바로 얼마전에 외식 CEO이자 요리연구가로 유명한 백종원이 다녀갔다고 했다. 남포동에 몰려 있는 100여군데의 족발집 중 이곳에 몰려든 사람들은 비가 와도 우산을 쓰고 기꺼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방송의 힘이라고 하기에 이 집은 원래부터 냉채 족발을 개발한 곳으로 유명했다. 바뀐 거라곤 원래 2명이 12시간씩 썰었던 족발 담당이 4명으로 늘었다는 점.그릇만 치우는 알바생을 따로 채용했다는 것 뿐이다.

자리를 잡으면 냉채 소스를 묻힌(?) 소면이 나온다. 고기를 미리 썰어 놓지 않기 때문에 미리 배를 채우라는 주인의 배려란다. 대체적으로 새콤한 기본 반찬이 제공되면 족발이라곤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오이가 산으로 채쳐진 그릇이 상에 오른다. 족발을 묻어버린 오이 사이사이에는 계란과 맛살, 해파리 냉채가 톡 쏘는 소스 위에 폭죽처럼 터져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차게 식힌 족발의 쫀득함과 채친 해파리를 함께 씹으면 더위는 저 너머로 자취를 감춘다. 맛살과 계란이 부드러움까지 더하니 젓가락질은 빛의 수준으로 빨라진다.

이곳의 유일한 단점은 대,중,소로 나뉜 양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슬쩍 사장님께 아쉬움을 전하니 “방송탔다고 해서 손님이 많아진 것도 아니고 원래 이랬기 때문에 양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말만 돌아온다. 번호표 없이 줄 서는 순서대로 입장시키는 꼬장꼬장함도 그대로다. 먹는 내내 줄 서 있는 대기자들의 시선을 견디는 강한 멘탈이 있다면 이곳의 맛을 즐길 자격은 충분하다.


◇ 이왕 부산에 왔다면… 어묵&물회&호떡 등 주전부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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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산의 맛집을 고르라면 메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각종 회, 된장에 찍어먹는 순대, 불고기, 암소갈비, 씨앗호떡, 국밥, 떡볶이, 메밀 국수, 물회, 완탕까지. 부산의 맛있는 음식은 차고 넘친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맛집은 비프 광장에 위치한 호떡이다. 마가린을 잔뜩 녹여 거의 튀기는 수준으로 구워주는 불티나 호떡은 식어도 맛있는 게 특징이다. 광복동 옷 골목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과도한 미디어 노출로 나날이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비슷한 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도 이곳의 호떡 맛만큼은 카피가 되지 않아 맛 볼 가치가 충분하다.

국제시장에 위치한 효성 어묵은 전국에 유통되는 어묵의 45%를 책임지고 있다. 부산에서 마니아층이 가장 두터운 브랜드이기도 하다. 효성어묵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나만 알고 먹고 싶은 어묵’이다. 두툼한 두께는 씹을수록 감칠맛나고 탕과 볶음 어느 반찬이나 진국을 만들어 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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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회에 질렸다면 물회에 도전할 만하다. 장산역 근처의 스시 미르네는 요즘 가장 뜨는 곳이다. 일본식 비빔물회를 기본으로 다양한 초밥과 소바를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칼칼하고 야채와 회, 육수의 조합이 최상을 이룬다.

부산 출신들이 타지에서 가장 먹고 싶어하는 음식 1위인 돼지국밥은 가게마다 특유의 비법이 있기에 호불호가 갈린다. 그중 왕돼지국밥은 곰국같은 국물로 입소문이 났다. 잡내가 안 나는 건 기본,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이 돼지국밥을 싫어했던 사람이라도  반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거리는 약 390㎞. 거리는 멀지만 390개의 맛이 당신을 기다린다.

 

부산=글·사진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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