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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공연계 울리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사태

입력 2016-09-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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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유난히 공연계가 분주한 요즘이다. 8월 29일 현대자동차그룹과 사단법인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공동주최해 연극, 뮤지컬계의 가능성 있는 인재와 콘텐츠를 발굴·지원하는 ‘H-스타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수상한 팀부터 무관으로 돌아간 팀까지 열정만으로도 한국 공연계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뿌듯했다. 

8월 31일에는 새로운 창작물 발굴을 위한 ‘뮤지컬 인큐(人CUe)’ 리딩공연이 있었고 3·4일에는 1만 5000명(3일 6000명 4일 9000명, 주최 측 발표)이 다녀간 자라섬뮤지컬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음향사고 등 소소한 문제는 있었지만 첫회 치고는 안정적으로 마무리된 행사는 몇 가지 숙제를 남기기는 했지만 기대감과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했다. 

꽤 성공적으로 확산되는 듯한 소식들에 잠시 잊고 있던 공연계의 고질병과 병폐로 신음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지난해 17년만에 재공연된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의 출연배우였다는 그의 호소는 조심스러웠다. 소문과 보복이 두렵다고 한 그는 제작사 스토리팜(2015년 당시 아트앤스토리)의 정철 대표가 ‘불효자는 웁니다’ 시즌1의 주요 및 앙상블 배우들의 출연료, 스태프들의 인건비 등을 체불한 채 지금까지 끌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8월 28일 서울 공연을 마치고 부산, 청주, 전주, 광주, 대구까지 지방투어를 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편한 적이 없었다. 약속받은 날짜에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채 무대를 꾸리고 올라야 했고 급기야 마지막 지방공연에서는 심각한 대규모 보이콧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결국 공연은 마무리됐지만 박진호를 연기한 이덕화를 비롯한 대부분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제대로 임금을 정산 받지 못한 채 1년을 흘려보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철 대표는 고두심, 이종원, 안재모, 이유리 등 초호화 출연진으로 새로 꾸린 시즌 2 개막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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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시즌 2 출연진들.(사진제공=스토리팜)

“2016년의 공연 투자자가 확정되면 전 시즌 팀을 모아야 하지만 재기를 하려다 보니 여기 있는 분들 다 못모시고 새로운 팀과 작업해 열심히 벌려고 합니다. 이번 공연에 함께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그거면 됐을 겁니다.”

현재 서울연극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시즌1의 이상훈 무대감독은 이렇게 운을 뗐다. 시즌 1에 이어 시즌 2에도 참여한 한 사람이 “뭐라도 해보려는 사람을 도와줘야지 공연 참여는 안하면서 시위나 하고 있는 사람을 도울 수는 없다”고 했다지만 그들은 시즌 2 개막 사실을 제작보고회(8월 18일) 일주일 전에야 건너 건너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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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이상훈 감독 페이스북)

제작보고회 소식에 시즌 1 진행팀 스태프 중 한 사람인 임모씨가 SNS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임금체불이 공론화됐다.

 

논란이 커지자 정철 대표는 1500만원의 빚을 내 밀린 임금 전액을 지불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1500만원은 공연장 로비, 객석 안내 등 진행요원 20명의 임금이었다. 

 

현재 조명, 음향, 미술팀 등이 못받은 금액만도 2억원을 육박하는가 하면 출연진, 스태프들도 30~50%의 미수가 남아 있는 상태다. 


“1인 시위를 하고 있으면 모르는 배우, 스태프분들이 음료수, 사탕 등을 놓고 가세요. ‘저도 못받았어요, 힘내세요’ 이러면서. 돈도 돈이지만 더 이상 공연계에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섰습니다. 아무리 작은 연극도 A4 용지에 수기를 해서라도 정산을 하는데 그 큰 프로젝트에 그 어떤 정산내역도 본 적이 없어요.”

그럼에도 MBC ‘시사매거진 2580’(9월 4일 방송분)에 출연한 정철 대표는 시즌 2가 적자여도 내년 시즌 3을 또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당시 출연진, 스태프들 대부분이 표준계약서를 작성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마땅히 저촉되는 법이 없더란다. 표준계약서를 쓰라는 법조항은 있지만 이를 위반했을 때 혹은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 마땅한 법적 조치도 없다. 

이에 이 감독은 “예술인들의 임금에 대해 특별법이나 표준계약서 관련 구체적인 법안이라도 좀 제정됐으면 좋겠다”며 “오랫동안 연습한 시즌 2의 5, 60명의 배우, 스태프들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해도 안되면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변호사를 찾아가 공연정지 가처분신청이라도 할 생각”이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감독의 행보에 시즌1의 국민성 작가를 비롯해 다수의 스태프들이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 작은 행보가 미동이나마 변화를 가져오기를, 외양적인 확산 뿐 아니라 내실과 인권을 확보할 기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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