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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정운찬 "부정부패 뿌리 깊은 사회… '동반성장' 체질로 바꿔야"

[브릿지 초대석]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입력 2016-11-28 07:00 | 신문게재 2016-11-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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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동반성장이 21세기 시대정신”이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과 부패를 일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동반성장은 21세기 시대정신입니다.”

서울대 총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낸 후 이제는 ‘동반성장’의 전도사로 활약 중인 우리 사회의 원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의 지론이다. 정 이사장은 더 이상 우리 사회가 ‘先성장-後분배’에만 매달려선 안되며, 이른바 ‘낙수효과’와 ‘분수효과’가 잘 결합되도록 경제주체들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말로만 하는 경제민주화’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통일시대에 대비해, 개성공단과 같은 ‘통일기반 조성용 경협사업’은 다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일산 킨텍스에서 마이스타일트렌트페어 행사 기간 중 가졌던 제38차 동반성장포럼에서 정 이사장이 ‘더불어 성장하고 함께 나누는 세상입니다’라는 주제로 특별강연한 내용을 인터뷰 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한다.


- 먼저, 동반성장이 어떤 것인지 정의를 해 주십시오. 일부 오해도 있는 듯 합니다.

“동반성장을 ‘부자 것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반성장은 ‘서로 힘을 합쳐 전체 파이를 먼저 크게 키우고, 분배의 룰을 공정하게 바꾸어 다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21세기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Zeitgeist)’이지요. 동반성장에 성공하면 한국경제가 새로운 시대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근 한국사회가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신지요.

“과거 압축성장 과정에서 누적된 ‘비정상’이 사회 각 영역에 작동하면서 공동체의 결속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습니다. 지역·세대·이념·계층 간 대립과 갈등은 심화되는데, 정치는 국민통합이라는 제 역할을 못한 지 오래입니다. 경제성장은 일부 대기업들의 수출에 의존하고, 중산층은 무너지고, 서민들은 늘 위험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여전한 청년실업과 양산되는 비정규직, 고령화로 많은 사람들이 안정된 삶을 설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 경제는 교육 및 인적 자원에 대한 집중 투자, ‘하면 된다’는 과감한 도전정신, 그리고 모두 더불어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양극화 심화 → 가계부채와 중소기업 부실 누적 → 내수 부진 →성장 둔화 →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의식수준은 선성장-후분배의 관성 또는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동반성장을 서둘러 추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동반성장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제까지는 선성장-후분배 전략을 지나치게 추구하다 오히려 ‘낙수효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끊어졌습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간의 하도급거래에서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기술탈취와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도 근절해야 합니다.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지정하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분수효과’를 통해 다수 국민의 고용과 소득을 늘리는 데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낙수효과와 분수효과가 선순환적으로 결합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 동반성장이 성공하려면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대-중기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정부의 의지만으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초과이익공유 입니다. 대기업이 목표한 것보다 높은 이익을 올리면 그 일부를 중소기업에 돌려주어 기술개발과 해외진출, 고용안정 등을 꾀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결코 일방적 시혜가 아니며, 적절한 보상입니다. 대기업이 더 이상 지네발 식 확장을 못하도록 중소기업 적합업종도 선정해야 합니다. 물론 중소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선행되어야겠지요.”



- 최근들어 다시 경제민주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야 후보는 모두 ‘경제민주화’를 제시했지만, ‘정책가치’나 ‘정치철학’으로 체화하지 않은 채 표를 얻는 수단으로만 생각했습니다. 올해 총선에서 다시 야권이 ‘경제민주화’를 거론하고 ‘공정성장’을 대안모델로 제시했지요. 여전히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경제민주화와 공정성장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지금보다는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과의 지속 가능성은 회의적입니다. 본질적인 변화를 동반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주체들 간의 공정한 자유 경쟁 만큼이나, 협력하는 문화와 제도를 더욱 넓고 깊게 구축해야 한다고 봅니다.”



- 우리 사회의 부정 부패 근절을 위해 사회혁신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정부, 상식이 먹혀들지 않는 사회,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부패 구조, 돈 먹는 공무원, 돈 주는 기업인, 이권을 추구하는 정치, 기득권에 안주하는 언론계와 학계, 정의에 눈 감은 사법부, 도그마에 빠진 종교계, 그리고 영리 추구의 온상으로 변한 교육계. 우리 사회의 솔직한 단면입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젊은이들은 꿈을 잃고 있습니다. 결혼도, 취업도,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함께 병들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부정과 부패의 구조를 깨야 합니다. 모두가 변화의 대상입니다. 정의를 바로 세우고, 부정과 부패 구조를 일소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진정으로 화해하고 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합칠 수 있을 것입니다.”



- 통일 문제까지 동반성장의 범주에 포함시켰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2010년 이래 지속되어온 ‘5·24조치’를 점진적으로 해제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도 재가동해야 합니다. 남북교류와 경제협력 사업을 전략적으로 구분해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기반 조성용’ 사업과 그 외의 사업을 구분해 추진하자는 것입니다. ‘통일기반 조성용’ 사업들은 어떤 경우에도 중단 없이 지속해야 합니다. 통일을 하려면 정치·문화·복지 등 사회운영 시스템이 통일 전과 후 북한을 주도적으로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국 사회의 양극화를 먼저 해소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통일 이후의 사회혼란을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동반성장의 불가피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 남북 경협이 정치적 문제로 끊긴 상태입니다. 해법이 있겠는지요.

“인력 교류가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개성공단을 재가동한 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지속해 건설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한의 공단에 북한 노동력을 제공받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남북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경제협력 사업을 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남북한 간의 경제력 차이가 뚜렷한 지금, 통일의 방향성은 정치 논리보다 경제가 기본되어야 합니다. 교역을 통한 동반성장, 북한의 지역별 특화 사업구조 구축, 상호신뢰를 통한 정치적인 안정성 확립이 필요합니다.” 


선민규 기자 su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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