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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영화의 정치성, ‘견제와 비판’

입력 2017-01-03 16:21 | 신문게재 2017-01-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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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영철 정책팀장

최근 한국영화 ‘럭키’를 관람했다. ‘럭키’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하루아침에 무명 배우의 인생을 살게 되는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어수선하고 복잡한 요즘, 훈훈한 반전과 따뜻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영화를 보면서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대중오락 매체 중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오락물이나 예술품이기 이전에 한 시대를 반영하는 텍스트 의미도 지닌다. 이 때문에 영화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각을 이해하고 분석해 영화의 정치성에도 관심 가져 볼 만한 가치는 있다.

우리나라에서 영화가 정치적인 상황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은 90년대 후반이었다. 과거 군사독재와 민주화 과정을 거쳤던 특수한 역사적 상황은 90년대 중반 이후 비로소 다양한 목소리가 영화에 등장하는 계기를 만든다.

그러나 단순히 정치적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만이 영화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영화가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우리 영화 역시도 자유로워 질 수 있었다.

역사물이나 시대극처럼 역사와 영화를 직접 결합한 장르가 아니더라도 모든 영화는 넓은 의미에서 역사성과 정치성을 가진다. 어떤 영화든 특정 시대와 특정 사회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자신이 속한 시·공간에 대한 역사성이 표현되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가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모두 역사와 진실을 담아낸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영화는 역사의 진실만을 다뤄야 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감독의 상상력이 보태진 허구적 창작물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정치와의 다양한 관계양상을 살펴보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정치의 다양한 유형을 분석해도 흥미로울 것이다.

또한 영화를 통해 역사를 해석할 수 있는 여러 방식도 있다. 오늘날 영화는 다른 예술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의 부분을 담고 있고, 그에 대한 정치적인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요즘처럼 한국영화의 인기가 높고 한 영화가 1000만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쉬리’·‘공동경비구역 JSA’·‘웰컴 투 동막골’과 같이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 ‘부러진 화살’·‘도가니’·‘레미제라블’과 같이 사회적 강자나 기득권자에 대한 분노와 항거를 그린 영화 등은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다. 특히 ‘도가니’는 개봉 후 크게 이슈화돼 아동 및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처벌법인 이른바 ‘도가니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됐다.

CJ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묘사한 ‘변호인’, 박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은 ‘광해’ 같은 영화를 잇달아 만들었다가 현 정권의 눈 밖에 났다는 주장도 있다.

‘대통령 비선 실세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장관은 청문회에서의 위증 혐의로 특검에 고발까지 됐다. 어찌 보면 정부 입장에선 여론에 영향을 주며, 정치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들을 관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심각성은 더한다. 정부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반 헌법적 사건의 피의자가 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2조에는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규정해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제는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의 기능은 단순히 교양을 쌓는 차원을 넘어, 숨겨진 절대적 권력과 정치세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의 수단도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라영철 정책팀장 eli7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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