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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보수단체의 '기본소득제' 논의 반갑다

입력 2017-03-28 13:57 | 신문게재 2017-03-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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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은 세계경제의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 양적완화와 같은 팽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는 여전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비정규직 확대와 같은 노동의 불안정성은 이제 일자리와 소득의 연관성 자체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급속히 도입된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해 출생, 육아와 같은 기본적인 사회재생산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일자리 위기, 사회재생산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서 ‘기본소득제’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알래스카,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북미의 많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이처럼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불과 몇 년만에 기본소득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주제로 떠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한국에서도 여러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형태의 부분적 기본소득 모델을 제시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이들은 기본소득을 자신을 대표하는 정책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보수정당과 단체, 경제학자들은 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복지가 사회 구성원들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는 ‘낡은 신화’에만 매달려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애써 외면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보수단체로 분류되는 ‘바른사회시민회의’가 28일 기본소득제에 관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제의 부작용을 막아주면서도 국민들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대안까지 제시됐다고 한다.

발제를 맡은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모든 4인 가구에 2000만원을 보장해주는 안심소득제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안심소득제가 기본소득제의 대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 중 교육·의료·해산·장제 급여는 유지하고 생계·주거·자활급여와 국세청의 근로·자녀장려금을 폐지하고 국가가 모든 가구(이하 4인 기준)에 연 소득 2000만원을 보장해주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이 전혀없는 가구는 국가로부터 2000만원을 받고 근로소득이 1000만원인 가구는 2000만원에 근로소득의 60%인 600만원을 더해 2600만원을 보장받는다. 근로소득 1000만원에 국가가 160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강한 근로유인을 제공해 지원받는 가구의 노동공급을 증가시켜 국민경제에 기여할 뿐 아니라 노동 소득을 증대시켜 국가 지원액을 감소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연구실장도 토론자로 참석해 “동일한 예산을 투입할 경우 안심소득제가 기본소득제와 견줘 월등한 소득불평등 개선 효과를 보인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박 교수가 제안한 안심소득제의 정책적 효용성을 떠나서, 보수 시민단체와 경제연구소가 그동안 자신들의 것으로 여기지 않던 기본소득제에 대해 논의하고 대안까지 모색하고 나선 점은 반갑기 그지없다. 지금 한국 사회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좌와 우를 가릴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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