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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정의 달에 읽는 ‘노인 학대 보고서’

입력 2017-05-18 07:00 | 신문게재 2017-05-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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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면_학대사례신고건수추이

 

누구나 ‘100세 시대’에는 건강하고 여유있는 노년을 기대한다. 하지만 오랜 불황에 따른 소득 감소, 점점 엷어지는 가족 관계, 그리고 50%를 웃도는 노인빈곤율 등은 오히려 우리 사회를 ‘노인학대 사회’로 내모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들어선 ‘젊은 노년’에까지 정서적 학대, 경제적 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통계청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 노인학대 보고서’를 정리해 본다.

 

 

◇ 학대받는 노인 연령층 점점 더 낮아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수년 동안 노인 관련 신고는 매년 증가세다. 2010년 7503건에서 2015년에는 1만 1905건으로 5년 새 무려 60%나 늘었다. 학대 사례 신고 건수도 2010년 3068건에서 2015년에는 3818건으로 25% 가까이 증가했다.

전체 신고건수 중 학대신고 비중은 다행히 2010년 40.1%에서 2015년에는 32.1%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5% 안팎으로 추정되는 OECD 평균치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접수되지 않은 사례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실제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학대피해 노인을 성별로 보면 2015년의 경우 전체 229명 가운데 여자가 171명으로, 남자(58명)를 압도했다. 2014년에도 여자가 161명, 남자가 47명으로 여성 어르신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로 보면, 남녀 모두 70대가 가장 홀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는 70대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전체 연령대의 41.8%였는데 2015년에는 48.9%로 껑충 뛰었다. 60대 중후반(65~69세) 고통받는 노인의 비중도 2014년 11.1%에서 2015년에 12.2%로 높아져, 학대받는 노인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 정서학대 이어 방치… 치매까지 위협

노인 학대 사례로 신고된 통계를 보면, 정서적 학대가 신체적 학대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신고됐다. 2015년 기준으로 노인에 대한 학대 재신고 유형 가운데 정서적 학대가 161건으로 40.3%를 차지했다. 신체적 학대 재신고는 124건으로 31.0%였다. 그 다음이 방임, 즉 어르신을 방치해 두었다며 신고된 경우가 12.5%(50건)를 차지했다. 경제적 학대는 10.3%(41건)이었다.

학대피해 어르신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9세 이하의 경우 정서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의 비중이 60대 40이었다. 이것이 60~64세 때는 정서적 학대가 38.0%, 신체적 학대가 26.9%를 차지했고 새롭게 ‘방임’(11.7%), 경제적 학대(10.8%)가 추가되기 시작했다.

이후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정서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 ‘방임’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중후반(65~69세)에 10.5%로 일시 낮아지는 듯하다 75~79세 12.9%, 80~84세 19.9%, 85~89세 21.8%, 90~94세 21.1%에 이아 95~99세 때는 33.7%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 같은 노인 학대는 치매로 발전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신고 노인 가운데 ‘치매로 의심된다’는 판정을 받은 비율이 2013년 13.0%에서 2015년에는 14.7%로 높아졌다. 아예 치매라고 진단받은 경우도 10.6%에서 12.3%로 증가했다.
 


◇ 노인 홀대 부추기는 경제적 어려움

평균적으로 소득이 낮은 계층의 어르신들이 학대피해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의 경우 학대피해 어르신 가운데 소득이 아예 없거나 저소득 노인의 비중이 41.9%에 달했다. 저소득 노인의 비중은 2013년 15.4%에서 2015년에는 17.8%까지 높아졌다. 수급자의 비중도 2015년에 22.8%를 차지했다.

노인학대 행위자를 대상으로 학대 이유를 물어보니 ‘개인의 내적 문제’라는 응답이 전체의 33.8%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이 ‘개인의 외적 문제’라는 답이 19.3%였다. 학대의 이유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학대자의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경제적 의존성’이 11.1%, ‘정신적 의존성’이 9.4%였고, 알코올 장애 때문이었다는 응답도 9.3%에 달했다.

학대 행위자의 생활수준은 일반적 경제수준이 52% 안팎으로 가장 많았고 저소득자가 최근 수년간 15~16% 수준을 꾸준히 나타냈다. 수급자 비중도 12% 안팎을 보였다. 직업은 무직이 55.2%로 가장 많았다. 단순 노무종사자가 10.1%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 그룹도 8.9%로 높게 나타났다. 발생 장소로 보면 ‘가정 내’가 가장 많았다. 2013년 83.1%에서 2015년 85.8%로 꾸준히 높아졌다. 특히 함께 사는 사람들에 의한 학대가 아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동거인에 의한 학대 비중이 2013년 57.9%, 2014년 59.1%에 이어 2015년에는 62.4%까지 치솟았다. 가족과 함께 있어도 편하기는커녕 오히려 힘든 노후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보건복지부의 지역별 학대 신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인천이 노인인구 1000명 당 노인학대 신고 접수비율이 4.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울산이 3.4%, 강원이 3.3%로 뒤를 이었다. 울산은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8.8%로, 전국 평균 13.1%에 비해 크게 낮은데도 학대 신고율이 높아 주목을 끌었다. 노인인구가 20.5%에 달하는 고령지역 전남은 신고율이 1.60으로 양호했다.


◇ 현실적 대책 마련 고민할 때

학대피해노인이 늘고 있는데 아직 우리 시회의 대응 시스템은 매우 미흡하다. 가족들 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전적 대응이 어려운 것도 한계다. 피해 어르신에 대한 사후 관리책도 개별상담이 전체의 25.8%, 관련자 상담이 26.0%로 기초적 대응에 그치는 수준이다. 국민기초수급권으로 연계시켜 주거나, 사회복지서비스로 연결해 주는 적극적인 대책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고소고발이나 소송지원도 거의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관리제, 노인 수당 2배 인상, 기초연금 상향 지금 등의 노인 복지 공약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국민 소득증대, 어르신 학대 사전·사후 시스템 보강도 매우 중요하지만, 어르신에 대한 학대나 홀대가 곧 나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족들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newt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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