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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마음으로 듣습니다.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으니

입력 2017-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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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솔_마지막장

잠에서 깼습니다. 아직도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벽을 힘차게 두드렸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로 울부짖었지만, 그 소리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농인’이 되었습니다.

‘공포’ 그 자체….
학창시절.. 그야말로, 외톨이였습니다. 들을 수 없으니 필기를 할 수 없고 과제를 몰라 빈손으로 등교했죠.

엄마는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수화를 사용하며 생활할 수 있는 특수학교에 다시 보내달라고 졸랐지만, 엄마는 단호했습니다. 딸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을 걱정한 겁니다.

엄마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그녀는 독서와 글쓰기를 탈출구로 삼으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수화’라는 언어적 소수집단, ‘농인’으로 살아가는 그녀. 이제는 말보다 몸짓과 눈빛 그리고 표정이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바시(CBS 강연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의 히로인, 노선영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선영씨가 태어난 1980년대 한국 사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말로 차마 설명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애화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어떤 소통도 할 수 없게 되었죠.

그녀의 생일, 정성스럽게 전한 생일초대장을 뒤로하고 친구들은 아무도 파티에 와주지 않았습니다.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빛을 쫓았습니다. 대학생이 되면서 180도 달라졌습니다. 학내 수화동아리 ‘보이는 소리’를 통해 농인의 정체성에 눈뜨기 시작했죠.

청각장애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라 농인의 한 특징일 뿐이며 ‘수화’라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언어적 소수집단이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달리기로 했습니다. 전국대학생 통일대장정과 아테네국제마라톤에 참여했고, 더 큰 세상을 보기 위해 혼자 중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관상어 코이는 어항에서 자라면 8cm밖에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연못에서 자라면 25cm가 되고, 큰 강물에서 자라면 120cm까지 성장한다. 코이가 묶여 지내왔더라면, 작은 틀 안에서 스스로를 작게 만들어 성장했을 것이다. 중국 여행을 선택한 이유는 120cm의 코이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나의 장애가 뛰어넘을 수 없는 장애물인지 시험하고도 싶었다.
-노선영 작가의 책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中-

여러 도전은 근성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취업에도 제약이 많았지만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했죠. 세계적 글로벌 리더들이 연사로 참가하는 지식축제인 ‘세계지식포럼’에 농인 최초로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포럼 사무국에 ‘지식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합니다’라는 장문의 메일을 보내 장애인 할인제도를 마련하도록 했고, 포럼이 개최되고 처음으로 수화라는 언어가 사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룰 수 있었던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였습니다.

이후 선영씨는 CBS 강연프로그램 세바시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했습니다.

“어제 저의 찌그러진 한 부분이 펴졌답니다. 장애는 그렇게 우리의 시각을 비추는 존재들이더군요.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수화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눈빛으로 말해주는 선영 씨, 감사했어요.” -세바시 시청자-

만약 정해진 길을 가면 가슴이 뛰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세상을 향해 도전할 수 있습니다.
-노선영 작가의 책 ‘보이는 소리 들리는 마음’ 에필로그 中-

장애는 뛰어 넘으라고 있는 것이지, 걸려 넘어지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선영씨는 장애를 뛰어넘어 행복을 찾았습니다. 그녀의 가슴 벅찬 도전, 열렬히 응원합니다!

 

한편,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은 6월 22일부터 9월 1일 까지 28일간 ‘장애 없는 세상을 만드는 따뜻한 동행’ 스토리펀딩을 시작합니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첨단 보조기구를 지원하고자 합니다. 펀딩 금액은 장애인 꿈과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첨단보조기구 지원에 전액 사용됩니다.


박민지 기자 pmj@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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