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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집'은 그냥 자산이 아니다

입력 2017-08-22 15:45 | 신문게재 2017-08-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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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사회부동산부장

부동산은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가장 큰 변화가 시작된 정책 분야다. 새 정부 출범 후 3개월 만에 두 차례의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역대 정부가 내건 부동산 정책 목표는 ‘서민 주거안정’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냉온탕을 오갔다.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하면 거꾸로 뛰었고, 부양하려 하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김대중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부동산값이 떨어진 때는 이명박정부뿐이었다.

새 정부의 ‘투기와의 전쟁’ 신호탄은 청약·분양 규제 등을 강화한 6·19대책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만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최고 강도의 부동산 규제로 꼽히는 8·2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8·2 대책이 발표된 지 20일 남짓 지나면서 시장은 안정을 찾아가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의 주택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대책에 따라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 반년(27주)만에 떨어졌다. 또 1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 상승률은 0.05%로, 7월 31일(0.37%) 및 8월 7일(0.08%)과 비교해 2주 연속 둔화했다.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공급 대책이 빠진 ‘수요 억제’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공급이 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해법이라는 것이다. 또 풍선효과와 거래절벽 등에 대한 정책을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도 한다. 반면 모처럼 ‘대책다운 대책’이 나온 만큼 정책기조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여론조사기관 데이터앤리서치는 8·2대책에 대해 응답자의 63.7%가 ‘실수요자 중심 합리적 대책’이라고 평가했으며, 18.2%는 ‘시장기능을 무시한 정책’이라고 답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주택 실수요자인 30대(72.2%)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20대(55.4%)와 60세 이상(59.1%)보다 높았다. 치솟는 집값에 청년·서민의 ‘내 집 마련’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고질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바람이 반영된 것이다.

청년·서민들에게 내 집은 이편에서 저편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 서민 주거안정은 정권 교체 여부 등과 관계없이 영속돼야 할 대표적인 정책이다. 특히 고령화와 맞물려 내 집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60세 이상 가구주는 총 자산의 82%를 실물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반 가계의 평균도 실물자산 비중이 74%다. 미국 유럽은 물론 일본도 이만큼 부동산 편중 현상이 심하진 않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집은 그냥 자산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고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규제 내성을 기르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복기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한 번 달아오르면 정부가 규제책을 내놔도 날뛰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

 

정해균 사회부동산부장 chu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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