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트리머'의 시대다. 스트리머란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 편집해 인터넷 방송으로 유통시키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주 활동 무대는 유튜브 채널이나 트위치다. 스트리머는 이들 플랫폼을 통해 생생한 방송을 올리며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스트리머들은 게임을 생중계하거나 뷰티, 패션이나 IT 제품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른바 '디지털 마케팅'의 선두주자가 되고 있다. 이들은 블로거 등 콘텐츠 크리에이터들과 묶여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란 뜻인 '인플루언서'라고 통칭되기도 한다.
지스타 넥슨관 인플루언서 부스. (넥슨 제공) |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막을 내린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17에서는 다양한 유명 게임 스트리머들이 활약했다. 대표적인 예는 넥슨과 액토즈소프트다. 넥슨은 올해 최초로 넥슨관 한 켠에 인플루언서 부스를 마련하고 ‘감스트’, ‘두치와 뿌꾸’ 등 약 30여 명 가량의 스트리머를 섭외,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을 지원했다. 이들은 현장에서 바로 게임 리뷰 등 생생한 체험기를 본인의 채널에 중계했고, 현장에 미처 가지 못한 시청자들은 방송에 몰려 개막 첫날에만 누적 시청자 수 2만2627명을 기록했다.
액토즈소프트는 지스타서 개최한 e스포츠 대회 ‘WEGL 2017’에서 스트리머들을 통한 실시간 중계를 진행했다. 유명 게임 스트리머 ‘악어’ 등 13명은 따로 마련된 부스에서 게임 해설자로 등장했다.
WEGL 2017 경기에 몰린 관중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스트리머들은 실시간 방송을 진행했다. (액토즈소프트 제공) |
WEGL 공식 채널(아프리카TV, 트위치TV, 유튜브, 카카오TV, 네이버)을 통해 생중계된 각 대회 방송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일차에 진행된 ‘WEGL 오버워치 슈퍼 파이트’는 누적 시청자 수 4만명을 돌파했고, ‘WEGL 철권7 슈퍼 파이트’에는 3만5000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해외 유명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WEGL 하스스톤 코리아 VS 월드’의 경우 각 플랫폼 합산 누적시청자수가 13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WEGL 스타크래프트:리마스터 슈퍼 파이트’에는 가장 많은 시청자가 몰려 8강과 4강 토너먼트가 펼쳐졌던 3일차에 17만명의 누적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지스타 트위치 부스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스트리머들. (사진=이해린기자) |
액토즈소프트 전명수 부사장은 “부스 규모가 커져도 관람객들에게 콘텐츠를 전부 보여줄 수 없을 것이란 고민에서 스트리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며 “유명 스트리머 분들이 메인 무대에서는 경기를 진행하고, 스트리머 전용 부스에서는 중계를 해 미처 현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분들도 게임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지스타 행사장 정중앙에 위치한 부스에 다양한 방송 콘텐츠를 진행하는 ‘트위치 스테이지’, 파트너 스트리머들을 위한 ‘파트너 라운지’, 현장에서 스트리밍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트리밍 존’ 등을 꾸몄다.
지스타 기간 동안 트위치 스트리머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 하스스톤, 배틀그라운드 등 인기 게임을 두고 게임 대결을 펼치거나 토크쇼를 진행했다. 또한 파트너 라운지를 통해 스트리머들과 팬들이 직접 만나는 장이 마련됐으며 따효니, 풍월량 등 스트리머 8여 명의 사인회가 열리기도 했다.
블루홀 신작 ‘에어’ 시연에 참여한 스트리머들. (상단 좌측부터) 러너꽃빈, 머독, (하단 좌측부터) 재넌, 우레, 아크로. (블루홀 제공) |
또 블루홀은 신작 ‘에어’를 홍보하기 위해 러너, 꽃빈, 머독, 재넌 등 8명의 스트리머를 섭외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이들은 지스타에서 시연에 참여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진영 간 대결(RvR) 콘텐츠 ‘용의 협곡’을 체험하는 이벤트를 펼쳤다. 이 경기 현황은 각 스트리머의 방송 채널인 유튜브나 트위치로 생중계됐다.
스트리머들의 활약은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고 IT, 뷰티, 항공 등 산업 전 분야로 뻗어 가고 있다.
IT기기의 리뷰를 진행한 스트리머 ‘욱스터’. (프레인 제공) |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채널 ‘T프로듀서’에서는 IT와 관련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해당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 ‘욱스터’는 LG전자 ‘G6’와 삼성전자 ‘갤럭시S7 엣지’를 냉동실에 넣고 얼려 스마트폰의 사양을 테스트하는 영상을 올려 조회수 15만 회를 기록했다. 항공업계도 스트리머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유튜브 스타인 케이시 네이스탯에게 퍼스트클래스 항공권을 무료로 제공했다. 대신 네이스탯이 해당 항공사를 이용하는 모습을 약 800만명의 유튜브 구독자에게 공유하는 게 단 하나의 조건이었다.
유튜브 스타 케이시 네이스탯. (프레인 제공) |
네이스탯은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을 즐기는 등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 채널에 두 차례 게재했고, 해당 영상은 조회수 5200만 회를 기록했다. 이는 여느 방송 광고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해당 항공사는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에게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지급하고 광고 모델로 발탁, 영상을 방영했지만 조회수 600만회를 달성하는데 그쳤다.
유튜브 스트리머 연두콩. (프레인 제공) |
LG생활건강, 네이처리퍼블릭 등 뷰티 업계도 스트리머를 활용한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화보 촬영·콜라보 제품 출시 등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가 60만 명이 넘는 크리에이터 ‘연두콩’은 LG생활건강 편집숍 브랜드 네이처 컬렉션과 손잡고 공식 페이스북에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기도 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4만명인 ‘희주’는 네이처리퍼블릭의 가을·겨울 시즌 메이크업 화보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해린 기자 le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