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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건설현장 적폐 ‘안전불감증’ 이젠 ‘그만’

입력 2018-01-16 15:32 | 신문게재 2018-01-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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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균 사회 부동산부장
정해균 사회부동산부장

최근 고용노동부는 사고 위험을 방치한 339개 건설 현장의 소장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무더기 송치했다. 사법처리 대상인 사업장에서는 콘크리트용 갈탄 양생작업 중 질식예방조치 소홀, 화재 위험장소에서 용접 작업 등의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추락위험에 대비해 작업 발판을 설치하지 않는 등 사고위험이 있는 97곳에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안전교육이나 건강진단을 하지 않은 651곳은 시정지시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시간과 비용 절약 앞에 건설현장의 안전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설 현장에서 267건의 사고가 났고, 425명이 다치거나 죽었다. 특히 사상자의 35%가 사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지난 2016년 이후에는 사고 건수와 사상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정부는 건설 현장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안전 규정을 강화하고 철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지만 현장에서는 후진국형 인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반복되는 안전사고는 건설현장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다. 과거 사고들에서 배운 것도, 개선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사고가 건설 현장서 반복적으로 터지는 것은 안전관리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났음을 보여준다. 공기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위해 산업안전의무는 도외시한 채 작업속도를 높이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많은 대형사고가 일어났지만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들에 대한 처벌 수위는 낮았다. 산업안전사건의 경우 합의 등을 이유로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대한 판결이 내려졌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은 안전불감증을 키워 또 다른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중대재해(사방사고)의 안전조치 등 위반 범죄의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중범죄이지만 실제 처벌은 미약하기 그지 없다. 이 과정에서 안전불감증은 독버섯처럼 건설현장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매번 사고가 나면 시스템과 제도를 탓하지만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갈수록 인명을 경시하고 안전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풍조가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평소의 안전의식만으로도 충분히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안전 문화가 절로 정착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사고가 터질 때만 대책을 쏟아낼 게 아니라 기본에 충실해 곳곳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뿌리 뽑아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높은 처벌 수위가 실질적인 경고 장치가 될 수 있다.

때마침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4일 열린 ‘건설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건설업계의 노력을 주문했다. 이 총리는 “건설현장의 위험은 이대로 둘 수 없는 단계”라며 “건축물의 안전과 건설노동자의 안전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도록 건설업계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번엔 말로 그쳐서는 안된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을 뿌리 뽑을 중장기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또한 시공사뿐 아니라 발주자, 하도급사, 근로자 등 건설주체들 모두 안전관리시스템이 구축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안전은 공짜로 얻어지지 않는다. 

 

정해균 사회부동산부장 chung@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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