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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발사르탄 사태, 의약품 전반 불신 커져

안심하라고 해제한 고혈압약이 다시 위험약으로 분류돼 … 높은 제네릭 약가 책정 시정해야

입력 2018-08-2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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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함유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치료제 중 2차로 처방중지 조치를 받은 M제약사의 S제품

발사르탄 사태 장기화로 제약업계 전반에 대한 불신과 업체별 손실이 커지고 있다.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일부 발사르탄 제제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촉발된 발사르탄 사태가 한달 보름이 지나도록 마무리되지 않아 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유럽의약품청(EMA)은 중국산 발사르탄 제제에 NDMA가 함유됐을 것이라 추정해 촉발된 발사르탄 사태는 지난 7월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약처는 발사르탄 함유 단일제 및 복합제 82개사 219개 품목 중 54개 115품목(중국 제지앙 화하이 제조원료)에 대해선 판매중지(심평원은 급여중지) 판정을 내림으로써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안심하고 쓰라고 판매중지조치를 해제해준 나머지 46개사 104개 품목 중 22개사 59개 품목(대봉엘에스 제조원료 완제품)에서 8월 6일에 추가로 NDMA가 검출됨에 따라 불신이 오히려 깊어졌다.


일선 병의원엔 59개 품목 복용자들이 몰려와 “의사가 안심해도 좋고 계속 복용하라고 해서 먹었는데 결국 발암물질이 들어 있었다”며 의사에게 거세게 항의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식약처의 이런 발표 번복에 대해 책임감 없는 행태라고 비난하면서 식약처장을 엄중 문책할 것을 주장했다. 또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약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점 △생물학적동등성실험을 통해 제네릭이 오리지널약 약효의 80~125% 범위 내에 있으면 허가가 나고 있는 점 △생동성 검사결과의 조작 가능성 △저가 국산 제네릭 처방을 장려하기 위해 저가 인센티브제가 도입되고 성분명 처방이 강조되고 있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1차 판매중지 대상에 포함됐다가 명단에 일시적으로 빠졌던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의 안전을 강조하며 광고 및 판촉을 강화하는 등 기회주의적 마케팅을 펼쳤다. 대봉엘에스 원료로 무려 6개 품목을 생산했던 J사는 7월초에 의사·약사를 상대로 “우리 업체는 국산원료를 쓰니 중국산 발암물질과 연관없다”며 계속 처방·조제를 다독였다. 하지만 8월초 2차판매 중지 대상 품목에 포함되며 오히려 신뢰도가 더 크게 하락하는 모양새다. 


이에 식약처는 “대봉엘에스는 중국 주하이 룬두사에서 수입한 조품(원료중간체)을 정제 과정만 거쳐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을 만든 것으로, 이미 중국산 조품에 NDMA가 함유돼 있어 대봉엘에스 원료를 국산품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미 대봉엘에스 원료를 쓴 제약사들이 이미 국산 원료를 써왔다고 주장해온 마당에 결국 이를 철석같이 믿은 의사·약사만 봉이 된 형국이다. 더욱이 대봉엘에스 원료를 쓴 업체로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L사, 국내 최고(最古)의 제약사인 D사, 일반약 대중광고로 친숙한 S사와 M사 등이 포함돼 믿을 데가 없다는 불신만 공고해졌다.


이에 따라 현재 판매 및 제조 중지 처분을 받은 품목은 174개로 이 품목들의 지난해 처방액은 약 1000억원 규모(출처: 유비스트)에 이른다. 나머지 45개 품목은 일부 오리지널을 제외하고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내과 개원의들은 “앞으로 의료계 분위기나 환자 반응으로 볼 때 오리지널 제품인 ‘디오반’, ‘코디오반’, ‘엑스포지’ 등을 제외한 다른 발사르탄 제제를 처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은 중국산 원료 발사르탄 제제를 판매해온 제약사와의 모든 제품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한 상위 제약사 임원은 “식약처에서 1차로 판매 중지당했다가 해제된 기업들도 발암물질을 수입했다는 낙인이 찍혀 소비자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당분간 중국산을 수입한 기업들은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오리지널약들이 일시 품절현상을 보이고 있다. ‘디오반’ 등 오리지날 의약품을 생산하는 노바티스는 최근 주문량이 크게 늘어 수급 차질에 양해를 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반사이익을 보고 있으나 해당 의약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는 동일 계열 다른 성분 제제와의 경쟁에서 열위에 처할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는 업계대로 불만이다. 정부의 발사르탄 판매 중지 범위가 넓어 안전 기준치(NDMA 0.3ppm)를 넘지 않은 의약품까지 일괄 판매 중지해 업계 피해가 커졌다고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 조치가 ‘강제회수’가 아니고 ‘자진회수’여서 버텨보겠다는 입장을 가진 영세업체도 소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다수 제약업체는 식약처 조치를 강제성에 무게를 두고 적극 문제 의약품을 수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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