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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야 협치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2018-08-21 14:58 | 신문게재 2018-08-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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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가동하는 데 합의했다. 여야는 생산적 협치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분기별 1회 개최하기로 했다. 첫 협의체는 내년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인 11월에 열기로 했으며, 필요시 추가로 개최키로 했다.

하지만 8월 임시국회 첫날인 이날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면서 문재인 정부를 공격했다. 이후에도 한국당 등 야권은 최악의 고용지표 관련해 경제팀 교체를 요구하고 있으며 드루킹 사건, 북한 석탄 밀반입 문제 등을 놓고도 날선 대립을 벌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여야가 협치 합의문에 사인을 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대립과 반목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 정치제도 하에서 협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여야가 일시적으로 협치에 합의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협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협치란 정치학 용어인 협의제민주주의(또는 합의제민주주의)에서 온 말이다. 민주주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다수제민주주의와 협의제민주주의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대선과 총선에서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당선되는 다수제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승자독식시스템으로 의서결정과정에서 소수를 배제하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협의제민주주의가 등장했다. 독일이 대표적 협의제민주주의 국가다.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독일은 정부와 의회 간 권력의 분산, 여야 연정을 통한 행정권력의 분점 등 협치시스템이 정착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권력이 대통령에 집중돼 있는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이며 국회는 양당제를 위주로 한 단원제로, 다당제·양원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협치를 정착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는 각 다른 정파끼리 연정 또는 연합을 시도 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김종필’은 DJP연합 합의에 따라 권력 분점을 통한 협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중대선거구제에 동의해준다면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 임명권을 한나라당에 넘기겠다는 제안을 했다가 여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며 후폭풍을 맞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의 경우 당선된 이후에 지지도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과 5년 임기 중간 중간에 총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점도 협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야당으로서는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정부와 국정을 같이하면서 굳이 공동으로 책임을 질 이유가 없다.

문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 치솟던 국정지지도가 지금은 60% 아래로 떨어져 있는 상태다.

더구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차기 총선이 2년도 남지 않았다. 총선은 일반적으로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이 강하다. 야당은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라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정을 찾아내고 공격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에서 합의만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불신만 가중된다. 각 당은 거창한 합의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책 발굴과 건전한 정책대결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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