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한국판 아마존 출현이 불가능한 이유

입력 2018-09-12 07:00 | 신문게재 2018-09-12 2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80902010000357_1
강창동 생활경제부장(경제학 박사)
이달초 미국 뉴욕증시에서 아마존이 장중 시가총액 1조 달러(약 1117조원)를 넘어섰다. 지난달 2일 애플이 미국기업 사상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한데 이어 두 번째 기업이 됐다. 애플은 1979년 처음 상장해 39년만에 시총 1조 달러를 달성한데 비해 아마존은 21년밖에 걸리지 않은 대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9월 7일 아마존은 “북미 지역 도시 가운데 한 곳에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를 투자해 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제2 캠퍼스를 건설할 것”이라면서 공개경쟁을 통해 해당 도시를 선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액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에 매료된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 도시 238곳이 신청서를 냈다. 아마존은 이 가운데 워싱턴DC, 뉴욕, 로스앤젤레스, 덴버 등 20개 도시를 결선진출 도시로 발표했다.

태어난 지 20여년 된 기업이 시가총액 10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5만개 일자리 창출을 내건 기업을 유치하기위해 해당 도시의 유력 인사들이 전방위로 뛰어다니는 풍경도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이런 기적이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려면 그 첫 번째 조건은 기업경영의 자유가 꽃을 피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두 번째 조건은 이런 기업 탄생을 실현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환경이다.

먼저 기업경영 환경을 보자. 도처에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의 덫들이 도사리고 있다. 사농공상의 낡디낡은 가치관이 시퍼렇게 살아숨쉬고 있다. 정치권력과 행정권력은 기업 위에 올라탄 상전 중의 상전이다. 네이버에 기댄 수백개의 크고 작은 언론도 기업의 어깨를 짓누르는 사회권력의 하나로 전락했다. 대한항공의 오너들이 기업의 표준 모델이라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정치, 행정, 사회에 둥지를 튼 권력 엘리트들이 음풍농월하는 사이, 기업들은 중국, 동남아, 인도, 중남미, 아프리카를 누비며 경제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성장과 일자리는 피말리는 전쟁을 치르는 기업의 땀방울에서 나온 대가이다. 세금을 쏟아붓는 공무원 일자리와는 토양이 다르다.

교육 환경은 더욱 열악하다. 구닥다리 지식을 달달 외어 시험을 보고, 그것을 근거로 입학생을 선발한다. 학생부 전형에 소설을 써넣어도 이를 판별한 수단이 없다.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에게 소설(허구)을 가르치는 게 우리나라 공교육이다. 엄마들의 공포심을 이용한 사교육 마케팅과 ‘너도 하니, 나도 한다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짓누르고 있다. 초고령사회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10년 뒤 미래를 말함이다.

청년들은 노량진으로 달려가고 있다. 청년층 비경제활동 인구의 37%가 공시족이다. 10대들의 장래 희망은 ‘조물주보다 급이 높다는 건물주’이다. 자유, 창의, 상상력...우리나라 교육이 포기한 미래 자양분이다. 정치, 행정, 언론, 대학 등 각 분야 엘리트들이 ‘유유상종’의 꿀맛에 취한 사이 초고령사회의 먹구름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강창동 생활경제부장(경제학 박사) cdkang1988@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