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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새벽배송 편리함의 그늘

입력 2019-02-12 14:53 | 신문게재 2019-02-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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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설날 연휴에 세뱃돈을 두둑하게 받은 초등학생 아들놈은 그 돈을 쓰지 못해 안달이 났다. 결국 설 연휴가 끝난 목요일 저녁 9시를 넘겨서 온라인몰에서 아들놈이 사달라는 장난감을 주문해줘야만 했다. 놀라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목요일 밤에 주문한 장난감이 다음날 정오에 집에 도착한 것이다. 새삼 한국 택배 시스템의 신속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온라인몰에서 전날 저녁에 식료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일찍 가져다 준다는 새벽배송이 인기라는 기사를 보고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 정도 속도면 새벽배송도 불가능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본 ‘택배기사가 한국경제를 망친다’는 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소비자가 전날 저녁에 주문한 물건을 다음날 오전에 배달하려면 출고-상차-운송-하차-배송이 하룻밤 사이에 모두 이뤄져야 한다. 택배기사들의 야근과 새벽근무는 당연해진다.

가격은 또 어떤가. 한국의 택배비는 개인이 신청하면 약 5000원 정도, 사업자 계약으로는 2500원 정도라고 한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싼 금액이다. 요즘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1250원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물건을 사 오는 교통비만도 2500원이다. 좁은 국토, 높은 인구밀도, 효율화된 물류 시스템을 고려하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싼 가격이다.

그리고 이 같은 택배기사들의 초과노동과 낮은 택배비 덕분에 한국 소비자들은 생수조차 전국 최저가로 정렬해서 원터치로 사 먹게 됐다. 이렇게 최저가 검색이 일상화 되다 보니 동네 서점 주인도, 문방구 주인도, 식당주인도, 슈퍼 주인도 모두 필요한 물건은 모두 인터넷 최저가를 찾다 보니 온라인몰에 10원이라도 더 싼 가격을 올린 타 지역 최저가 사업자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였다.

다소 거친 내용이지만 공감할 부분이 적지 않은 글이었다.

IT기술의 발달과 소비자들이 쇼핑에 들이는 시간을 아껴주는 온라인몰이 대세가 되는 것이나, 그 온라인몰들이 저마다 최저가 경쟁을 벌이는 것은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되는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편의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새벽출근과 야근이 일상화된 택배기사들이 비인간적인 삶을 바탕으로 낮은 택배가격이 유지되고 온라인몰의 최저가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 점은 분명히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서울의 아파트 단지에서 비싼 월세를 내는 슈퍼마켓 주인이, 택배기사의 밤샘운송을 통해 대중교통비보다 싼 비용으로 강원도에서 하루 만에 배달되는 생수와 경쟁하는 구조를 공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타인의 노동에 가장 낮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당연시 하고 있다. 하지만 법도 야근과 하루 8시간 노동 이상의 초과근무는 임금의 1.5배를 지급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택배기사의 일상화된 초과근무를 바탕으로 이뤄진 초저가 택배경쟁은 이제 멈춰도 되지 않을까.

배송비 무료 조건으로 온라인몰에서 구매한 아들놈 장난감에 택배비 5000원을 더하니 얼추 동네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의 가격과 비슷해졌다. 아마도 내게 최저가로 장난감을 판 사업자의 이윤에는 택배기사의 야근과 싼 택배비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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