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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곱하기 0’과 진실

버닝썬 게이트, 승리게이트, 정준영 게이트, 황하나 등 재벌가 마약, 고(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前 법무부 차관 특수강간과 성 접대 사건,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노역, 세월호 참사, 위계에 의한 성폭력 #미투 등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진실들

입력 2019-04-09 15:00 | 신문게재 2019-04-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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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진실은 그것이 정말 진실이라면 우리가 없더라도 스스로 실현되는 거 아닙니까?”

“아니, 아니, 절대 아니오. 진실은 우리가 실현시키는 만큼만 실현되오.”

연극 ‘갈릴레이의 생애’(이달 28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중 갈릴레오 갈릴레이(김명수)가 키 작은 사제(장지아)의 질문에 일갈하던 진실론은 현재까지도 유효해야할 ‘진실’이다. 모두가 “바다가 떠나간다”고 믿었고 권력자들이 감기로 둔갑시켰지만 진실은 언제나 존재했다. 지구는 돌고 바다가 아닌 배가 떠나가는 것이었으며 페스트는 창궐했다.



버닝썬 게이트로 빅뱅 멤버 승리의 성접대 의혹, 경찰 등 권력층과의 유착 정황 등이 불거졌다. 이후로도 가지치기를 하듯 정준영 단톡방 사태로 최종훈, 이종현, 로이킴, 용준형 등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고 마약을 구입·투약한 재벌가 자재들과 연예인 등이 체포됐다. 

 

부랴부랴 덮기 바빴던 10년 전 고(故) 장자연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특수강간과 성 접대 사건,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노역, 여전히 2014년에 머물러 있는 세월호 참사, 한 차례 난리통을 치렀지만 급속도로 관심이 끊긴 위계에 의한 성폭력 ‘#미투’(# Me Too, 나도 고발한다) 등에도 ‘진실’은 분명 존재한다.

버닝썬과 승리는 남탓과 거짓말,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고 2016년 몰래카메라로 물의를 빚고도 부실수사로 은폐됐던 정준영과 동조자들의 범죄는 사실로 드러났다. 2015년 마약 투약·구매를 하고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는 같은 혐의로 구속됐고 김학의는 첩보전을 방불케하던 출국장에서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서로 남탓을 하거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돈 등의 대가를 제안하며 빠져나갈 궁리로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은폐·왜곡한다고 있는 사실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미나토 가나에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왕복서간往復書簡: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에서 말하는, 결과는 같지만 엄연히 다른 ‘곱하기 0’과 ‘0 더하기 0’과 같다.

어떤 큰 수도 ‘無’로 만드는 ‘곱하기 0’은 청산되지 않은 과거를 만들고 현재를 곪게 만든다. 깨끗하게 청산되지 못하고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의 친일파, 일본의 제국주의자들처럼. “1000억을 줘도 없어지지 않는 과거”라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갈처럼 ‘진실’을 인정하고 실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엇도 ‘0’이 될 수 없다.

“그때 수사를 좀 더 했으면 달라졌을까요?” tvN 드라마 ‘자백’에서 변호사 최도현(이준호)의 질문에 사형수인 도현의 아버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기춘호(유재명)는 대답한다.

“모르지. 안한 건 안한 거니까.”

지금 이 사회에 필요한 건 가정이나 후회, 누군가를 향한 원망 보다는 고통 혹은 진실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것이다. 그리고 늦었더라도 그 진실을 어떻게든 실현해 내겠다는 ‘의지’다. 아무리 0을 곱해도 없어져서는 안되는, 여전히 실현되지 못한 ‘진실’들이 산적해 있다.

“빌어먹을! 난 자네의 그 하늘같은 참을성을 이해해. 하지만 자네한테 하늘같은 분노는 없단 말인가?” 진실이 스스로 실현될 때를 논하는 사제를 향한 갈릴레이의 호통은 진실을 은폐·왜곡한 모든 시대, 그리고 그 시대의 잔재가 곪고 곪아 만들어낸 지금의 우리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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