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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추경의 정치학과 포퓰리즘

입력 2019-05-14 15:05 | 신문게재 2019-05-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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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동물국회로 불렸던 패스트랙(안건의 신속처리) 지정과 관련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이 언제까지 원외투쟁만을 할 수 만은 없다. 제1야당인 한국당도 국회에 쌓여있는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최저임금제 결정구조 개편 등 민생관련 의정활동을 ‘나몰라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추경은 더욱 그렇다. 한국당은 지금은 추경안에 대한 대폭 삭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금씩 양보하다 결국에는 수천억원 정도 깎는 선에서 동의해줄 것이다.

왜냐하면 우선 한국당은 정부여당과의 여론전에서 이길 수 없다. 패스트트랙 전쟁이 끝나자 정부여당은 일제히 “추경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무회의서 “경기 대응에 실기할 경우 민생경제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추경안은 5월 국회 통과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한국당을 정조준했다. 이어 일요일 지난 12일에는 당정청이 추경안의 5월 통과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실 이런 발언은 역대 정부 추경 때마다 나온 레퍼토리다. 전임 김동연 부총리도 “추경은 속도와 타이밍”이라며 추경 제출 때마다 되풀이했다.

여권의 추경 처리 전략은 간단하다. 민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경기부양을 하고 싶어도 야당이 발목을 잡기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반대하던 야당도 움찔 할 수 밖에 없다.

둘째는 추경 예산은 여야를 망론하고 의원들의 지역구에도 들어가므로 의원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예산을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이번 추경의 수혜지는 한국당의 텃밭이다. 추경에는 산불과 지진 피해를 입은 강원과 포항지역 지원 예산도 포함되어 있다.

세번째는 이번 추경에는 경기하강 리스크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민생경제지원 분야도 포함돼 있다. 수출기업을 위한 무역금융을 확충하고, 벤처기업 성장 지원, 서민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중장년 일자리 예산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추경’이라는 이름 아래 이들 예산을 끼워넣기 한 것이다. 비록 끼워넣기 예산이지만 ‘민생 예산’이라는데 야당 입장에서도 크게 반대할 명분이 없다.

특히 여당의 경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예산을 푸는데 악착같이 추경 통과를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최근 추경을 보면 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추경 편성은 전쟁, 대규모 재난,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는 거의 해마다 추경을 편성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매년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 2017년 11조원, 지난해 3조8000억원, 올해 6조7000억원을 편성했다. 특히 올해는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을 적자 국채발생으로 조달한다.

사실 정부부처의 재정관련 브레인들이 모여 짠 예산을 상반기도 지나지 않아 수정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특히 미세먼지나 산불관련 재난 예산은 정부가 이미 편성한 예비비를 사용해도 된다. 문제는 추경 편성을 계기로 다른 목적 예산이나 지난 예산 편성시 국회심의에서 탈락한 예산도 집어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가 진짜 추경이 필요할 때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추경에 대한 국민적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권순철 정치경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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