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 아베의 4딸라

입력 2019-07-09 14:36 | 신문게재 2019-07-10 23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0190527010008742_1
조동석 금융증권부장

패스트푸드업체가 제작한 화제의 CF ‘4딸라(달러)’. 배우 김영철이 점원의 말에는 아랑곳 않고 4딸라만 외친다. 업체는 이 흥정을 받아들여 음식값을 4달러로 한다.

특히 이 CF가 드라마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패러디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관심이 더해졌다.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자를 운반하던 한국 노동자가 파업하자 드라마 속 김두한(김영철 분)이 미군을 상대로 일당을 1달러에서 4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미군은 안된다고 하면서도 결국 김두한의 우격다짐 협상이 이기는, 다소 어이없는 장면이 그것이다.

그러나 김두한이 이미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기에 이런 4딸라식(式) 벼랑 끝 전술이 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김두한이 무리한 요구를 했다면 미군이 협상을 무산시키거나 4딸라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나와야 하겠지만, 그런 모습은 없다. 어쨌든 4딸라 CF는 재미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최근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게 있다. 일본 제품의 한국 수출 규제다. 이를 보니, 4딸라 CF가 오버랩된다. 우리 정부는 경제보복, 억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안보는 물론 통상에서도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힘은 협상의 원천이다. 센 나라가 반드시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센 나라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수출 제한 품목의 한국 수입액은 연 4억 달러도 안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일본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일본이 밀어붙이려고 하면 카드는 얼마든지 더 있다. 자금을 뺄 수 있다. 남북 화해 시대, 재 뿌릴 수 있다. 경제는 더 불안해진다.

우리나라는 협상카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계 총수가 일본으로 급히 날아간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일본이 화제의 CF처럼 4딸라를 외친 가운데, 우리가 일본같이 통상분야에서 만큼은 4딸라를 외칠 처지는 아닌 것 같다.

이런 한일 갈등에 앞서 미일 관계를 한번 보자. 일본은 2차 대전 때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로 백기를 들었다. 일본은 전후(戰後) 경제분야에서 승승장구한다. 전 세계인이 ‘워크맨’을 원했다.

그러자 미국은 통상폭탄을 퍼붓는다. 1985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프랑스·독일·일본·미국·영국으로 구성된 G5의 재무장관들이 미 달러화 강세를 시정하기로 결의한다. ‘플라자 합의’다. 미국 제조업체들은 가격경쟁력을 통해 해외시장에서 기세를 올린다. 미국은 회복한 반면 일본은 엔고로 버블붕괴 등의 타격을 받았다.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은 이렇듯 미국의 힘을 잘 알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는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 앞에서 미국의 상징 엘비스 프레슬리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췄다. 미국을 한껏 띄웠다.

센 나라에 고개 숙이고 과거를 부정하는 일본은 밉다. 그런데 일본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3대 경제대국이다. 우리는 과거사 때문에 일본의 경제력을 애써 외면하려는 것은 아닐까. 문재인 정부, ‘정경분리’ 꿈도 꾸지 말라.

 

조동석 금융증권부장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