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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휴가땐 택시운전, 이름표 달고 동네 한바퀴…구청장 유동균이 꿈꾸는 마포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유동균 마포구청장

입력 2019-12-02 07:00 | 신문게재 2019-12-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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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균마포구청장
유동균 마포구청장

한 달에 한 번 낼 수 있는 휴가 때 택시운전을 하며 화제가 된 구청장이 있다.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운전대를 잡았다는 그는 30대 최연소 구의원으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주경야독(晝耕夜讀·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공부한다)’으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내 서민의 삶을 도우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던 유동균 마포구청장을 깊어가는 가을에 만났다.

 

 

◇주경야독으로 보낸 유년시절

유 구청장은 전북 고창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는 바람에 어린 동생 6명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14살 어린 나이에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유 구청장은 “또래보다 덩치가 커서 봉제공장에서 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공무원 꿈을 꾸게 된 계기는 당시 알고 지내던 공무원 덕분이다. 유 구청장은 “‘공무원 한 명의 힘이 서민 한 가정을 살릴 수 있다’는 포부를 갖고 선출직 공무원의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유 구청장의 삶은 ‘주경야독’이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했고 밤에는 집에서 공부했다. 노력의 결과로 검정고시에 합격해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친 뒤 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4학기에 재학 중이다.

민주화 운동이 거세던 1980년대, 유 구청장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총재로 머물렀던 평화민주당에 입당해 31년간 민주당원으로 근무했다. 지역사무실을 청소하고 선거가 다가오면 벽보를 붙이거나 명함을 돌리는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성실한 근무태도로 주변의 추천을 받아 ‘최연소 마포구의원’이라는 명예를 안았다. 1995년 지방선거에 마포구의원으로 출마했고, 32세의 어린 나이에 당선됐다. 그 뒤 제6대 마포구의회 의원과 제9대 서울특별시의회의원 등을 지내며 12년간 민주당 마포을지역위원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유 구청장은 “마포에서 반 세기 이상을 살았다”며 자신을 ‘마포전문가’라고 힘줘 말했다.


◇온·오프라인 소통 시스템 ‘마포1번가’

유 구청장은 마포구청장으로 근무하면서 ‘소통’, ‘참여’,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유 구청장의 제 1호 공약 사업인 ‘마포1번가’는 온·오프라인 소통 시스템으로, 주민의 의견이 정책으로 실현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목표다. 11월 기준 ‘마포1번가’를 통해 접수된 구민의견은 1100건이 넘는다.

유 구청장이 받은 사연은 다양하다. 한 초등학생은 “벚꽃을 좋아하니 우리 동네에 벚꽃나무를 많이 심어달라”고 요청했다. 마음 아픈 사연도 있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이어가는 어르신이 “순찰자가 빈병과 고철을 다 가져가면 너무 어려우니 배려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유 구청장은 “어르신이 폐지를 주우실 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봉과 안전조끼, 안전장갑을 지급해 드렸다”고 말했다.

‘마포1번가’에 접수된 의견 중 정책으로 실현된 사례도 있었다. 유 구청장은 “관내 주요 버스정류장 32곳에 겨울철 바람 가림막 쉼터인 ‘마포 온기나루’를 설치해 추위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전국 최초로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도록 장애인 차량에 소화기를 무상 설치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유 구청장의 ‘마포1번가’는 지난해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국제비즈니스대상 홍보 부문 동상을 차지했다. 

 

5.수목500만그루기자설명회사진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마포구에 나무 500만그루를 심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경력 살려 민생 청취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입소문을 타게 된 계기는 그가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유 구청장은 1995년 지방의회 당선 후 그 다음 선거에선 낙선했다. 그는 생계를 위해서 2005년 8월부터 2년 넘게 택시운전을 해왔다. 그러다 2008년 정청래 전 국회의원을 만나 선거캠프에 합류해 사무국장을 하게 되면서 택시운전을 그만뒀다.

유 구청장은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근무하면서도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택시운전을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구민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서다”며 “택시운전으로 만난 시민들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민생현장의 삶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택시 기사님들의 어려움과 노고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달에 한 번 휴가를 내서 택시운전을 하고 있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던 택시운전 경력이 시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토대가 돼 기쁘다고 말한다. 유 구청장은 “택시운전으로 번 수익금 전액은 마포인재육성장학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12. 화장실 개방현판 부착하는 유동균 마포구청장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마포구의 개방 화장실에 현판을 부착하는 모습

 


◇임대주택 지원·공공화장실 개방… 복지 정책 추진

유 구청장은 마포구를 대표하는 혁신적 복지정책으로 ‘MH마포하우징’을 들었다. 각종 위기로 집이 필요한 가구에 임시거소와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선거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표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많았지만, 주민들이 돈이 없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을 막고 싶다는 생각에 적극 추진했다. 지난 2월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주택 4채를 마련했고, 7월에는 서울도시주택공사와 협약을 체결해 주택 6채를 받았다. 올해까지 10호를 자체 매입하고, 2022년까지 9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95호의 거주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청년이나 국가유공자, 독립운동가 후손,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건물을 건립하고, 서울시 최초로 공공기관이 앞장서 휴일 없이 화장실을 개방하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유 구청장은 “지난달 9곳을 시작으로 총 40여개의 공공건물 화장실을 개방할 계획”이라며 “야간과 휴일에 발생할 수 있는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CCTV도 단계적으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구청장은 “구청장을 그만두고 자연으로 돌아갔을 때 공무원들이 최선을 다한 구청장이었다고 기억해주고, 저를 존경하는 사람이 공무원 중에 한명이라도 나올 수 있도록 존경받는 구청장이 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공무원들을 가족같이 생각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청장을 그만둔 뒤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단체에서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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