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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낙하산 인사’는 필요악인가

입력 2019-12-10 14:19 | 신문게재 2019-12-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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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철(사진)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필자가 취재 하면서 알던 지인이 있었다. 그는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가서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 했다. 그 행정관은 안팎으로 시련을 겪었던 노무현 정부 말기 온갖 비판을 받으면서 일하다가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올 때 문을 걸어 잠그고 나왔다. 그 때가 2008년 2월이다.


이후 정권은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 교체됐고, 그는 백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사람’으로 주홍글씨가 박힌 꼬리표를 달고 다녔기 때문에 기업 등 어디에서도 그를 채용하려 하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한 취업자들은 지방선거에서 선출직으로 당선된 사람들뿐이었다. 그렇게 4년여를 변변한 일자리 없이 전전하다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하지만 문 후보는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에게 패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그리고 2017년 3월 박 대통령이 탄핵됐고, 5월 그가 다시 도왔던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는 한 공기업 감사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소위 말하는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당선되면 절대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하지만 그것을 지킨 정권은 없었다.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됐다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도 “부적격자에 대한 낙하산이나 보은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현 정부 들어서도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하의 ‘낙하산 인사’를 두고 ‘캠·코·더’(캠프 출신·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바른미래당의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작년까지 공공기관에 대한 ‘캠·코·더’인사는 무려 434명에 달했다. 이들은 주로 공공기관장과 감사, 상임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까지 역대 정부마다 낙하산 인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일종의 ‘필요악’이기 때문이다.

첫째, 새 정부 출범에 공을 세운 이들에게 보은성 인사 이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정한 급여 없이 자원봉사를 한 사람들에게 거의 유일한 보상책이 공공기관의 일자리를 주는 것이다. 이들은 공공기관에서 높은 연봉을 받음으로써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둘째, 이들이 공공기관에서 일함으로 해서 장악력을 높일 수 있고 정부 정책에 추동력을 더 할 수 있다. 사실 관료조직에 대한 통제는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할 수 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많다. 그 중에서 ‘적폐’라고 까지 말하는 것은 그들에 대한 전문성 부족이다. 특히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공기업에 낙하산으로 가면 폐해는 더욱 심하다. 전문가들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권을 이끌어가는 대통령에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런 낙하산 인사의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필요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아직도 쓰임새와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낙하산 인사라 할지라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검증 기준을 만들어 그것을 통과하는 사람들만 공공기관의 직책을 줘야 할 것이다.

 

권순철 정치경제부장 ike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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