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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요리는 '척척', 서빙은 '버벅'… 국내 외식업계 서빙로봇 상용화 가능할까

입력 2020-02-12 07:30 | 신문게재 2020-02-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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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최근 외식업계에 서빙 로봇 도입이 차츰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서빙 로봇의 상용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로봇연합(IFR)에 따르면 2018년 전세계 서비스 로봇의 시장 규모는 129억 달러(한화 약 153조원)를 기록했다. 지난 2015년 대략 60~9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던 시장 규모가 4년 사이 2배 가까운 성장한 것이다. 전 세계적 추세에 맞게 국내에도 서비스 로봇 보급이 한창이다. 

 

우아한형제들 ‘딜리플레이트’는 지난 4일 서울, 경기, 인천, 속초, 창원 지역의 식당 12곳에 총 18대 공급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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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푸드빌 제일제면소에서 서빙을하고 있는 서빙 로봇 모습 (사진제공=LG전자)

 

CJ푸드빌 제일제면소도 지난 3일 LG전자가 개발한 LG 클로이 서브봇을 국내 최초로 매장에 도입했고, 롯데GRS도 TGI 프라이데이, 빌라드샬롯 광복점 등에서 서빙 로봇 페니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음식 서빙 측면에서는 서빙 로봇의 장점이 뚜렷하다. 서빙 로봇들은 여러 개의 선반을 갖추고 있어 한 번에 여러 곳의 테이블에 음식을 나를 수 있다. 약 50㎏까지 음식물을 적재할 수 있고 조작 인터페이스도 쉽고 편리하다. 딜리의 경우 한 번 서빙할 때 사람 종업원이 드는 것의 1.5배 이상인 음식 최대 7개, 음료 12개까지 서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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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GRS가 운영하는 지중해 건강식 레스토랑 빌라드샬롯 잠실월드몰점서빙 로봇 페니(사진제공=롯데GRS)

 

사실 점원은 서빙 외에도 테이블 정리·주문·안내 등 할 일이 많다. 로봇이 접시를 나르고 테이블을 반복적으로 오가는 단순 업무를 도와주면 점원으로선 접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식당 내 서빙업무만 대체한다고 가정하면 딜리 한 대가 1~1.5인분의 역할을 한다”며 “서빙로봇은 업주·점원·고객 모두에게 체험 이상의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중국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다수 레스토랑에서 서빙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국토 면적이 넓은 중국에선 식당도 테이블간 간격이 넓어 서빙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이점을 서빙 로봇이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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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둥닷컴이 중국 톈진시에 개장한 무인식당 ‘X레스토랑’을 찾은 손님들이 로봇이 테이블로 서빙해온 음식을 옮기고 있다. (사진=징둥닷컴)

 

실제로 징둥닷컴이 중국 텐진시에 문을 연 무인레스토랑인 ‘X레스토랑’ 매일 약 400∼500인 분을 팔지만 전체 직원은 10명도 안 된다. 비슷한 매출(2만∼3만 위안)을 올리는 식당들이 최소 20명 넘는 인력을 쓰는 것을 감안하면 인건비가 절반도 안 드는 셈이다. 주방에는 43가지 레시피가 입력된 조리 로봇이 시간당 20그릇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1명의 인간요리사는 보조를 할 뿐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중국처럼 다수 레스토랑에서 서빙 로봇이 사용되는 시대가 올지는 의문이다. 외식업계에서는 로봇 서빙 본격 상용화가 아직 기술적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다.

먼저 국내 외식 매장 환경이 첫 번째 문제로 꼽힌다. 중국과는 달리 국내 외식 매장은 소규모가 많아 로봇의 이동 동선이 소비자와 겹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환경에서 장애물 발견시 멈추는 수준의 로봇은 잘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 서울 화양동 중국인 화교 식당에서 서빙 로봇이 사용되지 않고 멈춰있는 모습이 포착된 사례도 있다. 

 

서빙 로봇 도입이 오히려 고객의 불편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빙 로봇이 서빙로봇이 고객의 수고를 더 늘린다는 점도 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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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 비트 사진. (사진=달콤커피)

 

지난 10월 작성된 빌라드샬롯 잠실월드몰점 방문 후기에는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사람이 서빙했다”며 “(트레이에서 음식을) 직접 받아 내리는 것도 별로다”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다수의 고객들이 서빙 로봇에서 음식을 꺼내고 스스로 세팅해야 하는 절차를 번거로워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빙 로봇을 납품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빙로봇은 가게를 운영하는 업주에게 효율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가격 장벽도 있다. 서빙 로봇의 가격은 통상 1000만~2000만원 대로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국내 외식업계에서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렌탈 가격도 만만치 않다.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딜리의 경우 2년 계약 기준 월 90만 원, 1년 단기 계약 시 월 120만원으로 매출이 높지 않으면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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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부산 해운대에 마련한 ‘ON 식당’에서 로봇이 호떡을 굽고 있다. (사진=KT)

 

일각에서는 서빙보단 음식 조리에 도움을 주는 로봇이 향후 상용화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조리 로봇은 더욱 복잡한 구조를 가졌지만 실용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로봇이 바리스타 역할을 하는 로봇카페 ‘비트’ 매장 수는 2018년 1월 첫 오픈한 뒤 연말 30개, 지난해 10월 50개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KT가 서울 강남역, 부산 해운대 ‘ON 식당’에서 선보인 호떡과 커피를 만드는 로봇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로봇은 물건 운반 정도의 기능을 하는 주행 로봇 정도로 볼 수 있다”며 “기술적 발전이 더욱 되고 다양한 업체의 참여로 가격적인 부분도 조정되어야 사용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권 기자 peac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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