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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60초 그리고 30년, 영화 번역가 황석희와 '리베카' 양준일, 그들의 '첫 책'

영화번역가로서 '팬덤' 누리고 있는 황석희의 첫 번역서 '롱 웨이 다운' 선택이유 "기발한 단편 영화를 읽은 기분"소감 밝혀
가수 양준일 첫 에세이 'MAYBE_ 너와 나의 암호말'로 베스트셀러작가 등극

입력 2020-02-19 07:00 | 신문게재 2020-02-19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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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번역가의 첫 소설 ‘옮김’과 시간을 거슬러 온 가수의 첫 ‘에세이’. 각자의 분야에서 스타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두 남자가 나란히 책을 냈다.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영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황석희 번역가의 ‘롱 웨이 다운’은 소설이지만 한편의 영화 같다. 20대의 나이에 혜성처럼 나타났다가 ‘뉴트로’ 열풍을 타고 30년만에 소환(?)된 ‘슈가맨’ 양준일의 책 역시 음악을 활자로 읽는 느낌이다. 다르지만 같은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을 소개해 본다. 

 

 

◇306 페이지의 ‘롱 웨이 다운’, 1분 1초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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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 지은이 제이슨 레이놀즈 | 옮긴이 황석희 | 가격 1만5000원.(사진제공=출판사 밝은세상)

‘롱 웨이 다운’의 저자 제이슨 레이놀즈는 17살이 될 때까지 책을 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지루한 책은 쓰지 말자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런 책을 완성했다. 그의 10대 시절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한 소설의 첫 구절은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윌리엄이라고 밝히면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친 한 친구 중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경험이 있고 복수를 다짐했다. 책에는 3가지 규칙이 나오는데 어쩌면 뻔한 갱스터 영화같은 문구들이다. ‘울지 말 것, 밀고하지 말 것, 그리고 반드시 복수할 것.’

 

10대였지만 흡사 어른 같던 그 시절 친구들이 죽은 친구의 집에 모여 씩씩대고 있을 때 그의 엄마가 모두를 주저앉게 했다. “나는 여기에 있는 그 누구의 어머니도 내가 오늘 느낀 감정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 작품은 영화화를 위해 이미 유니버설 픽쳐스에 판권이 팔린 상태다. ‘롱 웨이 다운’은 윌리엄의 형이 총기사고로 죽고 대신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영화사는 왜 뻔해 보이는 스토리에 열광했을까. 

 

황석희 번역가는 “경력 14년만에야 번역서를 내는 이유는 읽을수록 영화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라면서 “짧고 기발한 단편 영화를 관람하는 기분이었고 한장, 한장의 내용이 영화의 신처럼 머릿속에 뚜렷하게 연상됐다. 단어와 문장의 배치, 폰트 기울기, 심지어 굵기까지 이용한 연출이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출이란 표현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권의 시를 읽듯 페이지에 담겨있는 문장은 짧고 고작 61초 동안 일어나는 이야기다. 좁은 엘레베이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무려 300페이지 넘게 끌고가는 힘은 남다르다.

소년의 독백으로 쓰여진 이야기들은 솔직하고 또 강렬하다. 지구 어디에선가 있을 법한 총기사고가 흡사 총기 소유가 금지된 한국에서도, 생생하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읽히는 데는 모호하지만 뚜렷한 문장의 배치가 한 몫했다. 

 

미리 말하자면 이 소설의 끝은 두 음절이다. 만약 뒤에 ‘물음표’가 안 붙었다면 또 다른 엔딩이 있었을지 모른다. 이 책은 읽어봐야 그 물음이 사라진다. 단순함이야 말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은 바로 이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출판계의 영광인 뉴베리 아너를 비롯해 에드거상 수상과 25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및 아마존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양준일 ‘MAYBE_너와 나의 암호말’ : 무려 19년만의 무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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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사진=김모하)

 

‘시간 여행자’라는 팬들의 호칭보다 ‘라이프 워커’(Life walker)로 불리길 원하는 남자.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쓰는 바이링구얼(Bilinggual)이어서 우리말도, 영어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며 쓴 책이다. 사실 챕터 구분도, 순서도 없다. 짤막한 단어를 제목 삼은 90여개의 토막 글이 그의 평소 생각과 개인사, 가족 이야기로 촘촘히 엮인다.  


베트남 사이공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출생 신고를 한 부모님 이야기부터 편견 가득한 미국에서 작은 체구라고 놀리는 아이들의 집까지 따라가 싸운 일,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아내와의 러브스토리까지 ‘우리가 몰랐던 양준일’의 지난 19년이 가득 차 있다.  

 

양준일<양준일 MAYBE>
‘양준일 MAYBE_ 너와 나의 암호말|저자: 양준일, 아이스크림 |가격 1만8000원.(사진제공=모비딕북스)

이 책은 예스24에서 발표한 종합 베스트셀러에서 예약 판매와 동시에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14일 오후 양준일은 에세이 ‘양준일 메이비 : 너와 나의 암호말’ 발매 기념 SNS 라이브 방송에서 “감사함보다 행복이 넘치는 것 같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것이 음반 1등 한 것 보다 나은 것 같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양준일의 생각을 글로 옮긴 필명 아이스크림은 잡지기자 출신으로 그의 오랜 친구로 알려져 있다. 힘들거나 고민이 있을 때 양준일이 해준 말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됐던 아이스크림은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고 제안했고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양준일은 두말 없이 동의했다는 후문이다.

‘양준일 MAYBE_ 너와 나의 암호말’은 한편의 명상집이자 사진첩에 가깝다. 책의 사진은 권상우, 손태영 부부와 이선균, 전혜진 부부, 전지현 등 톱스타의 웨딩 화보를 촬영한 유명 사진작가 김보하가 맡았다. 양준일은 “끼는 타고난 게 아니라 왼손 같은 존재”라고 에세이에 적었다. 안무를 외우거나 춤을 추기보다는 존 트라볼타와 마이클 잭슨이 표현했던 ‘몸의 선’을 떠올린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유독 그의 손끝과 몸의 선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그는 자신의 자신을 보고 “늙은 영혼을 보았다”는 말로 무상한 세월을 되짚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50대가 되어서야 ‘파도처럼 덮쳐오는’ 팬들의 사랑을 만끽하고 있는 양준일은 자신의 히트곡 ‘리베카’를 부를 때마다 노래의 제목을 ‘대한민국’으로 바꾸어 생각하며 무대에 선다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양준일의 첫 책이자 첫걸음인 이 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이자 자신만큼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건네는 진심 어린 위로가 아닐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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