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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시스템이 작동하는 사회

입력 2020-02-18 14:49 | 신문게재 2020-02-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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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석 금융증권부장

과거 우리 아이들은 우주를 탐험하고,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 암이나 치매를 정복하는 꿈을 꿨다.

지금은 어떤가. 이공계 학생들은 의사를, 수학을 못해 인문계를 택한 학생들은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입사가 지상 최대 과제가 돼버렸다. 하지만 이 자리도 소수의 몫이다.

특히 한국은 사교육비 비중이 높다. 집안의 재력에 따라 진학기회가 크게 달라진다. 사교육비를 많이 댈 수 있는 학부모와 학생이 승승장구할 수밖에 없다. 성공 경로에 일찍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고소득 직장에 취직한다. 교육에서도 승자독식 구조가 굳어졌다.

대다수 청년들은 ‘기대에 못미치는 일자리를 감내할 것인가 아니면 실업자로 남을 것인가’라는, 이미 던져진 주사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빈부격차가 낳은 가장 큰 폐해를 꼽으라면 이처럼 교육기회의 격차라고 하겠다. 물론 가진 자가 자녀에게 더 많은 양질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게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완화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여기에서 양질의 교육은 선행학습과 수능에 대비해 제한된 시간에 문제의 정답을 맞추는 문제풀이 연습이다. 한 경제계 인사는 예나 지금이나 교육이 바뀐 게 없다고 한탄한다.

빈부격차는 교육격차만 불러오지 않는다. 건강격차와 계층 이동 격차로 이어지면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진다.

뿐만 아니다. 중산층은 붕괴됐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면서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벌어지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시장’은 꼭 필요한 만큼 생산하게 돼 있고, 누구나 열심히 일해서 정직한 가격을 붙여 놓기만 하면 다 팔리게 돼 있다. 생산에 기여한 만큼 소득으로 돌려받는다. 돌려받은 만큼 소비하거나 생산에 투자하게 돼 있다.

이는 교과서에만 나오는 얘기다. 세상은 심한 불평등을 낳고 있다. 시장의 참모습은 아니다. 자본주의에서 독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수정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더욱이 한국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탐욕도 판친다. 우리 금융업자가 위험천만한 모험자본에 뛰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의 감시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금의 불평등은 정치적·정책적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가진 자 대(對) 없는 자의 대결구도가 또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진영은 중도층을 포용하기 위해 애썼다. 최근의 대결구도는 내 편 아니면 네 편이 돼 버렸다. 경제는 양극화, 사회는 양극단이다.

정치 시스템은 시장의 제기능을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사회통합보다 분열을 조장한다. 일단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극단의 정치다. 이런 정치권의 승자 독식 구조로는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없다.

지속적인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공정성이란 보편적 가치를 일부 가진 자의 탐욕이 짓밟으며 기회의 균등이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조동석 금융증권부장 ds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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