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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여름감옥'과 '사회적 거리두기'

입력 2020-03-10 14:43 | 신문게재 2020-03-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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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 생활경제부장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사람을 증오하게 합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을 미워한다는 사실, 자기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미움받는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고(故)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여름 ‘징역살이’의 고통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코로나19가 지금 한국 사회 전체를 ‘여름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누군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내게 다가오면 절로 움츠러들게 되고, 실내에서 누군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흘겨보게 된다. 내 옆에 있는 누군가를 잠재적인 감염병 보균자로 여기고 경원하게 되는 것은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를 잠재적 보균자로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행히 코로나19 환자의 증가 폭이 줄어들면서 확산세가 주춤하는 양상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0시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7513명으로 집계했다. 전날(9일) 0시에 비해 131명이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는 지난달 29일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점점 줄어들어 지난달 25일 이후 2주만에 100명 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구 이외 지역의 소규모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이 가장 신경 쓰고 두려워하는 상황이 지역 사회에서의 집단감염이다. 이런 우려는 일부 현실이 됐다. 대표적 사례가 코로나19 환자가 무더기로 나온 경북 봉화군의 푸른요양원이다. 이곳에 입소해 요양 중인 할머니 2명이 지난 3일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입소자와 종사자 112명을 검사한 결과, 확진자는 49명으로 크게 늘었다. 더구나 봉화군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역학조사를 벌였으나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10일에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의 코리아빌딩에 위치한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직원·교육생, 가족 등 64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마스크를 쓰지않고 전화응대를 하는 이들이 많은 콜센터 특성상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소규모 집단감염은 신천지교회와 달리 감염원은 물론 접촉자 파악이 어려워 방역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구지역의 확산세가 확연히 줄어들기 시작한 앞으로 1~2주가 코로나19 국면을 좌우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전파자가 자신도 알지못하는 경로로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무증상이나 경증 상태에서 움직이면 2~3차 감염을 지속해서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사회 구성원이 가능한 한 모든 모임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여름 감옥’ 사태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아이러니 하다.

 

이형구 생활경제부장 scaler@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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