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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정책의 배신> 윤희숙

입력 2020-03-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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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6가지 정책’을 최저임금제, 주 52시간제, 비정규직 대책, 국민연금, 정년 연장, 그리고 신산업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 대응으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시대를 읽는 정책’을 주문한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선진국 모델을 무작정 따라하는 ‘모방형 복지’에서 벗어나 ‘분배의 균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해선 “일자리 기회부터 넓히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자리 정책이 곧 불평등 완화 대책이라는 얘기다. 노조와 386 그룹들이 단합해 국민들을 고단하게 하고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며, ‘새롭게 권력을 얻는 자’ 들의 각성도 촉구했다.



* ‘을대 을의 갈등’이 되어버린 최저임금 -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 첫 해인 2018년에만 5인 미만 영세 사업장 일자리가 24만 개나 줄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고 해 놓고는 사실 넉넉한 다른 그룹이 수혜를 보는 구조다. 현재 최저임금 근로자 가운데 빈곤층 비율은 30% 정도라고 한다. 특히 취업자가 없는 가구가 2015년 현재 18.1%이데, 소득 1분위에서도 77.4%에 달한다고 한다. 누구보다 가장 어려운 이 사람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려운 사람의 일자리 사정을 악화시킴으로써 빈곤 완화라는 정책 목표와 상충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근로자 중 70% 정도가 중산층 이상의 가구에 속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리기 위해 시장에 충격을 가하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일괄적으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위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그런 면에서 저임금 근로자 전부가 아니라 그 중에서도 빈곤하거나 빈곤에 가까운 이들에 한해 보조금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가 더 효율적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이미 많이 높은 최저임금 수준 - 박근혜 정부에서 중위임금의 50%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높인다는 목표가 이뤄지자, 문재인정부 들어 노동계는 1만 원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2017년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위 임금의 56% 수준으로, 어지간한 OECD 선진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 중 7~8%의 높은 인상률을 유지한 덕분이다. 여기에 우리의 제도적 특수성인 주휴 수당(주 5일 일할 경우 하루치 임금을 더 보장받는 것)을 고려하면 약 20%를 더해야 하므로 사실상 프랑스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나마 2018년 현재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15.5%에 이른다. 대부분 1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한 영세 사업장이다. 200만명이 넘는 근로자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숙박음식업 등 일부 저생산성 부문은 미준수율이 40%를 넘는다고 한다. 단속을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 이전투구 최저임금위원회 - 현재 위원회는 철저하게 진영 논리가 관철되는 싸움일 뿐이라고 저자는 일갈한다. 정치논리로 오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은 고용이 불안정한 저임금 근로자와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저숙련 근로자들인데, 지금처럼 노조가 대표하는 ‘고용이 안정되고 보장된 근로자들’이 임금협상 수단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구직자들의 이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노사가 최저임금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노사 협상에 맡겨두는 구조로 남미 국가들 모델이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은 최저임금 결정을 심의회 방식으로 노사 의견을 수렴하기는 하지만, 주로 정부 주도로 결정하는 구조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이나 네덜란드는 공식적인 노사 의견 청취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기도 한다고 저자는 전한다.

* ‘저녁이 있는 삶’이냐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삶’이냐 - 우리나라에서 장기간 노동 관행이 굳어진 이유는 매우 광범위한 부분의 생산성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연구개발 직종이나 건설업 등 계절적 변동이 큰 업종에서는 근로시간 규제 강화로 인한 병목이 심각하다. 특히 본격 적용을 앞둔 중소기업의 위축은 경제 경색의 주요 원인이 된다. 장시간 근로의 문제가 심각한 것을 정확히 파악해 대응하되, 규제는 탄력적으로 운용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일자리 기회에 목마른 청년들과 일자리 유지가 절실한 저숙련 장시간 근로자들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을 제외하고는 큰 의미가 없어진 연간 총 근로시간을 유독 우리나라 정부와 노동계만 문제시 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 한국과 일본의 근로시간 정책 차이 - 일본은 우리보다 잘 살고 경제 내 생산성 격차도 적지만, 주60시간 이상 심각한 근로 비율을 2020년까지 6%로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급한 것부터 부작용을 줄이고 해결하는 현실적 방법 을 택한 것이다. 반면 저생산성 부문의 비중이 높은 우리는 갑자기 주 52시간이 넘는 사업장을 불법으로 처벌하겠다고 하니 문제라는 것이다. 경제에 주는 충격은 아랑곳 않고 단기적 목표만 밀어붙이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관리하는 선진국들 -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6개월 정도를 기준으로 평균 하루 8시간을 넘지 않도록 규정한다. 독일은 주 5일제 적용 산업은 하루 8시간, 주 6일제 산업은 주 48시간을 기준으로 하되 하루 10시간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6개월 간 평균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규제 중이다. 초과 근로시간 관리를 월 단위나 연 단위로 대부분 선진국들이 노사 협의를 통해 전환시킨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도 일주일 단위를 고집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근무시간을 줄여도 현재의 작업량은 동일하게 필요하니 신규 채용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정도는 ‘노동수요 불변 가정의 오류’로 이미 널리 알려진 실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근로시간 규제, 이념이 아니라 미래를 봐야 - 기본 방향은 총 근로시간 한도 범위 내에서 노사가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최대한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탄력근로 단위 기간을 확대하고 도입 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특례 제도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분류를 개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 특성을 반영해 재량 근로제 대상 업무를 확대하고 현장의 노사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 실현불가능 목표 ‘비정규직 제로’ -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비정규직 제로에 대해 저자는 혹평한다. 현재의 지지층에는 큰 혜택을 주면서 미래의 노동시장에 진입할 세대에 대해선 취업문을 더 좁게 하는 부작용을 기꺼이 초래한 조치라는 것이다. 일자리 수를 줄이지 않으면서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면 정규직 처유 중 과도한 부분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즉, 정규직 보호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일자리 창출 이 세가지는 동시에 달성할 수 없는 정책 목표다. 최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정규직의 고용보호 수준을 감축하는 개혁 아젠다를 내걸어 주목을 끌고 있다.

* 독일과 다른 한국 노동계 - 독일 폭스바겐은 2001년에 경기둔화로 생산이 급감하자, 기존 급여의 80%만 지급해 독일 내에서 생산을 계속하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이에 흔쾌히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프로젝트에 대해 ‘임금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라며 반대했다. 전 정권에서 어렵게 만든 저성과자 퇴출 조치도 백지화했다. 공적인 성격을 가져야 하는 전국 노동조직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잠재적 구직자들의 열망을 외면한 채 일자리 창출 자체를 반대한 행태라고 저자는 목소리를 높였다.

* 소수를 위한 정년 연장 - 저자는 정년연장을 원점에서 검토할 것을 주장한다. 일사불란한 노동계의 찬성 움직임은 현재 노조의 주력 연령대가 정년을 앞두고 있다는 것과 관련 깊을 것이란 점에서다. 현재는 일자리 총량이 눈에 띄게 늘지 않아, 기존 근로자가 퇴출되어야 청년이 새로 진입할 있는 구조다. 지급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고령자 기피가 보다 뚜렷해 퇴출 연령을 더 낮추게 만들 수도 있다. 현재 중장년 근로자는 본인의 생산성에 비해 훨씬 많은 급여를 받고 있다고 저자는 단언한다. 결국 정년이 연정되어 고용유지를 강제할 경우 그 인건비 부담 때문에 청년 구직자의 희생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년 연장 논의는 임금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개편이 선행된 이후에 시작하는 게 순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고령자 고용연장 기피 원인부터 없애야 - 정년 연장은 지금도 과보호되는 근로자들을 청년을 희생시켜 더 과보호하자는 주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령자의 고용보호를 위한 정책 방향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령 노동을 기피하지 않도록 노동시장 환경을 정비하고 이직 지원 및 직업 훈련 등을 통해 고령자의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질의 취업기화가 주어지도록 정부가 노력하고, 생산성 수준에 따른 임금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상생’에 대한 정부의 잘못된 인식 - 우리 정부는 상생을 ‘신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산업 지형으로의 대전환이 예상되어도 기존의 산업을 지키고 충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고 비꼰다. 특히 이번 ‘타다’ 사태처럼 택시업과 승차공유업 관계자만 모아놓고 타협을 종용할 경우 국민 전체의 입장은 누락되는 결과를 낳는다고 비판한다. 이해 당사자간 교섭 결과를 사회적 대타협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 경계해야 할 ‘적자편향’ -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속 3년 모두 재정지출 증가율이 경제 성장률의 두배를 크게 초과한다. 올해 재정적자는 경제위기 때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3.6%에 이른다. 2020~2023년 중 재정지출도 연평균 6.5% 증가로 경상성장률을 크게 웃돈다. 경제정책으로 생긴 충격을 ‘재정’을 풀어 해결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게다가 구조개혁 효과는 미진한데 효과는 한시적인 지출에 과다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선심성 지출이 여전하다는 점도 고쳐야 할 점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정책의 실패를 재정 지출로 틀어막기 위해 재정관리를 아예 포기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재정 정책의 올바른 방향 - 정권 재창출을 위한 ‘지출 대잔치’는 막으면서 필요한 지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정쟁 정책의 방향이라고 자자는 강조한다. 재정사업은 기본적으로 그 비용을 모든 국민이 나누어 부담하는 반면 혜택은 특정그룹에 집중되는 경우 많다는 점이 특정이다. 아일랜드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국채 비율이 40%에 불과했음에도 2010년 재정위기 겪었듯이, 국채 비율이 높지 않아도 위헙할 수 있음을 정부는 알아야 한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국채 비율이 100%를 훌쩍 넘지만 부도위험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다. 우리나라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재정 건전성이 국가 신용평가로 직결되는 구조 임을 명심해야 한다.

* 청년에 도움안되는 기본소득지원제 - 경기도와 서울시가 기본소득을 표방한 제도 운영 중이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만 24세 이하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월 50만원 현금을 취업 의지나 구직활동 여부를 증명할 필요없이 지급한다. 실리콘밸리도 최근 기본소득 아이디어에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진국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는 쪽이다. 청년들의 마음을 현금으로 위로해 주는 것은 매우 단기적이고 휘발성 정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취업과 해고, 임금 체계, 정년 제도, 정규직 전환 등 노동시장의 모든 제도들을 재검토하고 합리화하는 노력이라는 것이다. 구조개혁을 하면서 기본소득도 검토해야 순서라고 저자는 말한다.

* 일자리가 복지이자 불평등 대책 - 불평등대책은 결국 기술 변화와 산업구조, 인구구조 변화, 교육과 훈련 정책 등 국가 시스템 차원의 전면적인 전략 수립과 집행을 의미한다. 이에 더해 교육 기회와 일자리 기회에 있어서 공정한 접근성을 굳건히 보장하는 제도적 개혁이 강조되어야 한다. 저자는 일자리가 이미 높은 수준으로 보호되고 있는 특정 집단의 이해가 전체 국가 전략을 압도하고 왜곡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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