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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주철환 교수 “PD와 교수, 두 마리 토끼 잡은 비결요? 글을 쓴 것이죠”

[Book] '1세대 스타PD' 주철환이 말하는 색다른 인생담론

입력 2020-03-25 07:00 | 신문게재 2020-03-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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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

 

‘퀴즈 아카데미’ ‘우정의 무대’ 등을 연출한 1세대 스타PD 출신 주철환(64) 아주대 교수가 신간 에세이 ‘재미있게 살다가 의미있게 죽자’를 발간했다. 정년을 앞둔 사회원로이자 오피니언 리더지만 꼰대 어르신의 ‘라떼는 말이야’ 식 회고록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리듬감 넘치는 언어유희로 가독성을 높였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관성에서 감성으로, 타성에서 지성으로 돌아가자”(115P), “몸에 때(垢)가 있다면 삶에 때(時)가 있다”(123P), “세상은 모범생이 아니라 모험생이 바꾼다”(149P) 등 운율이 딱딱 들어맞는 삶의 궤적들을 읽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말에 서툰 초중고교생들,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싶은 엄마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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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살다가 의미 있게 죽자’| 주철환 지음 | 마음서재 | 1만 4000원 |사진제공=마음서재

주 교수는 “아마 내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가수 지코 같은 래퍼가 됐을 것”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학창시절부터 유독 국어와 음악을 좋아했다는 그는 MBC 재직 중 ‘모여라 꿈동산’과 ‘퀴즈 아카데미’의 주제가를 직접 만들기도 한 재주 많은 문인이자 음악인이기도 하다. 게다가 MBC 입사 전에는 서울 동북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교편을 잡은 이색 이력도 갖고 있다. 2000년 2월 MBC 퇴사 후 같은 해 3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현재는 아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강의 중이다. 


하나의 직업을 잘 해내기도 힘든 시대, 가장 창의적이면서 자유분방할 것 같은 PD와 엄격하고 보수적일 것 같은 교사라니. 접점이 없을 것 같은 두 직업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성공의 비결은 매일 글을 쓴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지금도 매일 글을 씁니다. 이순신 장군도 전쟁 중 ‘난중일기’를 쓰셨고 안네 프랑크 역시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기를 계속 썼죠. 저는 ‘퀴즈 아카데미’ ‘대학가요제’ ‘테마게임’ 같은 프로그램을 할 때도 늘 글을 써서 기고했어요. 그게 제 보람이기도 했죠.”

주 교수의 이름으로 발간한 첫 책은 1988년 ‘MBC 퀴즈아카데미’. 에세이는 1991년 발간된 ‘주철환 프로듀서의 숨은 노래찾기’다. 자신의 재능을 십수년 직장생활 동안 활자로 계속 남기다 보니 이번 책이 벌써 16권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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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

 

교사 출신 PD였던 만큼 주 교수는 종종 교육현장에서 강의 요청을 받곤 한다. 주 교수는 “교육현장에서 강의를 제안받을 때 주로 하는 이야기가 ‘교실의 시청률을 높이자’다”라며 “강연은 공연처럼, 공연은 강연처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창의성을 죽이는 말이 ‘딴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죠. 사실 저는 평생 ‘딴 생각’만 하고 산 사람이거든요. 교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조용, 주목’ 혹은 ‘떠들지 마, 웃기지마, 까불지 마’ 잖아요. 저는 열심히 하는 것보다 즐겁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흥민 선수나 김연아 선수도 축구나 피겨 스케이트의 즐거움을 알기에 고통스러운 과정을 이겨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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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본인제공)

창의력의 원천은 세심한 관찰과 관심이다. 그는 5세 때 작고한 어머니 대신 자신을 키웠고 늘 칭찬과 격려를 해줬던 고모와 중학생 시절 문학에 대한 재능을 알아본 은사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멘토’로서의 역할과 ‘독창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책 서두부터 “실력은 시력에서 나온다”며 “싹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두 덕목 모두 교사와 PD에게 중요한 재능이기도 하다. 


MBC 출신 선후배PD인 송창의, 김영희PD와 함께 스타PD시대를 열었던 그는 콘텐츠 과잉 공급의 시대에서 레거시(전통) 미디어의 PD가 살아남는 방법 역시 ‘독창성’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PD는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가 어렵다고 해도 TV조선의 ‘미스터 트롯’은 시청률 35%를 기록했다”며 “나영석PD가 ‘여행과 친구’라는 특정주제에 강하듯 자신의 주특기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도 주 교수의 휴대전화엔 메모가 가득하다. 그는 며칠 전 적은 메모라며 “정년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으면 청년이 된다”는 문구를 보여줬다. 주 교수는 2020년 1학기 강의를 마지막으로 아주대학교에서 정년퇴임한다. 주 교수는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연장하는 것”이라며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데 내가 죽어도 내 글은 남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40년 동안 정규직으로 살아왔지만 이제 곧 프리랜서가 되는 만큼 글쓰기와 함께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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