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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숫자의 다양한 얼굴

입력 2020-03-24 14:53 | 신문게재 2020-03-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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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선 문화부장
통계 혹은 숫자는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현상을 증명하곤 한다. 숫자의 함정, 통계의 다양한 얼굴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두달여 전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코로나19 확진자에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검사 속도에 따라 빠르게 증가한 누적확진자 수나 ‘신천지’라는 종교집단감염이라는 특이사항, 치명률 등 전반적인 의료 환경 및 시스템, 다각적인 분석 등은 외면한 채 확진자수에만 집중하는 숫자의 함정에 빠진 100개가 넘는 나라가 한국을 향한 문을 걸어 잠그기에 바빴다.

하지만 지금을 보자. ‘숫자’의 함정에 빠져 국경을 막아섰던 나라들에는 확진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급기야 펜데믹(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세계적 대유행)까지 선포되는 위기를 맞았다. 한국을 두려워하던 대다수 나라들의 언론들은 한국 사례를 표본 삼아야 한다고 연일 보도하며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바로 지난주까지도 “올림픽 정상 개최”를 외치며 확진자수 관리에 급급하던 일본은 어떤가. 10명이 채 안되는 해외 창작진이나 스태프가 파견돼야할 공연 한편, 20여편의 해외 작품들이 초청되는 국제페스티벌, 수십만의 해외 팬덤이 유입되는 K팝 스타의 콘서트 등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취소되는 상황이다. 

하물며 올림픽은 각국을 대표하는 최우수 선수들과 그에 따른 스태프, 취재진, 관람객 등이 모여드는 축제의 장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올림픽을 연기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는 보이콧의 목소리가 높아갔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 일본만 확진자 수가 적다고 올림픽이 정상 개최될 리 만무다. 

그 숫자의 함정, 통계의 다양한 얼굴은 ‘국가비상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도 요긴하게(?) 쓰이곤 한다. 4.15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보수 정당의 공동선대위원장은 ‘2015, 2016년보다는 오른 수치’라는 사실은 숨긴 채 전체 수출 규모가 8년 전으로 돌아갔다거나 제조업 사업체가 전체 사업체인 것 마냥 100인 이상 기업이 대폭 줄었다고 비판하는가 하면 자영업 감소수를 대폭 부풀려 정권의 공과를 평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이상 주는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외 언론들의 평가에 귀 기울이고 수치를 다각적으로 비교분석해 자신들만의 판단 기준을 만들곤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위기를 맞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나라 전체를 아울러야 하는 정부나 정치인, 정책수립자 등을 비롯해 정확한 사실을 알려야하는 언론이 해야 할 일은 이해관계에 따라 어느 수는 숨기고 부각시키는 ‘꼼수’가 아니라 문제를 냉철하게 바라보고 제대로 분석해 어떻게 해결할지 실질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농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지사가 나서 감자를 소매하거나 개학이 늦춰지면서 갈 곳을 잃은 학교 급식용 친환경농산물의 판로를 개척하는 등 이미 하고 있고 이제부터라도 해야할 일들은 넘쳐난다. 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이해관계에 따른 노선 고수를 위해 단편적인 숫자를 언급하며 더 큰 혼란과 공포감을 조장하기를 멈추고 숫자들이 내포한 의미, 영향력을 그 어느 때보다 면밀하고 다각적으로 살피고 분석해야 할 때다. 

허미선 문화부장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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