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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주지훈 “김은희 작가는 잔인한 사람…연기 힘들었죠”

입력 2020-04-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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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킹덤’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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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사진제공=넷플릭스)


낳아준 아비는 좀비가 됐다. 아비의 목을 베어야만 살 수 있다. 눈물을 머금고 칼을 들었다.

키워준 스승도 좀비가 됐다. 스승은 눈을 감기 전 자신을 좀비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스승을 두 번 죽이는 꼴이지만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배우 주지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2를 촬영하며 대본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의 잔인함에 새삼 몸서리쳤다고 털어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화상인터뷰로 만난 주지훈은 “김은희 작가는 잔인한 사람이다. 글은 재밌는데 연기하기가 힘들어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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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이창은 아버지 목을 직접 잘라야 했어요. 그 뒤 바로 안현대감(허준호)을 좀비로 만들어 죽음을 목도해야만 하잖아요. 안현대감은 이창의 키워준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람이에요. 신체발부수지부모를 외치던 조선시대인데 시체를 되살리다니..이건 부관참시와 다를 바 없어요.”

주인공은 대본을 연기로 표현하는 자리다. 감정이 터져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 이창을 따르는 군인과 군중을 설득하는 연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주지훈은 “매 신을 찍을 때마다 패닉이었다. 울 수도 없고 안 울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 장면의 결과에 대해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시청자들의 반응을 지켜보아야 의도대로 연기가 잘됐는지 안됐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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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잔인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이는 작가에 대한 신뢰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주지훈은 “김은희 작가같은 작가를 만나면 배우가 참여할 게 없다”며 “김은희 천재설이 맞는 것 같다. 모든 능력이 글에 집중돼 있다”고 김 작가를 추켜세웠다.

“대본이 충실한데다 현장 구현이 잘 돼 있어요. 내용도 주요인물들의 활용도 신선했죠. 대본을 읽다가 ‘어어, 이걸 어떻게 해결하려하지?’ 하는데 후반부에 가면 다 해결이 돼 있어요.(웃음) 저는 대본 속 상황 안에서 제가 표현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면 그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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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사진제공=넷플릭스)


사극 장르인 ‘킹덤’은 연기 뿐 아니라 몸도 고생시켰다. 삼베로 만든 상복을 입은 채 좀비 연기자들과 액션신을 촬영하다 삼베에 손을 베기 일쑤였다. 무더운 여름, 상투가발을 쓰고 연기를 할 때면 ‘뇌가 익을 듯한’ 뜨거움을 느끼곤 했다. 주지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체력이 좀 떨어졌다”고 웃었다.

‘킹덤’ 시즌2에서 돋보였던 서사는 유약한 세자 이창이 리더로서 성장하는 과정이다. 시즌1에서 쫓기는 자였던 이창은 시즌2에서 생사초의 비밀을 파헤치며 정권을 찬탈한 이들을 쫓는다. 주지훈은 이창 역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주연배우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곤 했다. 그는 “창의 리더십은 막내 배우들까지 열심히 준비하고 팔도 사용하지 못하고 렌즈를 껴 앞도 보이지 않는 생사역들의 고생이 있기에 돋보인 것일 뿐”이라고 공을 돌렸다. 지난 2006년 드라마 ‘궁’에서 철부지 황태자 이신으로 데뷔했던 그는 14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연기도, 마음가짐도 어엿한 주연배우로 자리잡은 듯했다.

주지훈은 ‘킹덤’의 인기는 중국과 일본만 인식하던 서구인의 눈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새롭게 인식된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에게 익숙한 갓이나 한복이 치파오나 기모노만 알던 서양인들의 선입견을 깨게 한 것 같다”며 “외국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 BTS, 영화 ‘기생충’과 함께 ‘킹덤’을 언급할 때 뿌듯하다”고 했다. 또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이 팬들에게 ‘킹덤’을 추천했다는 이야기에 “사랑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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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사진제공=넷플릭스)


‘킹덤’은 시즌2의 호평으로 시즌3 제작에도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주지훈은 “개인적으로 논리보다 판타지적 요소를 살리길 바란다. 북방으로 배경이 넓어지는 만큼 보다 스펙터클한 액션신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어차피 대본은 내가 안 쓴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킹덤’ 공개에 이어 SBS 드라마 ‘하이에나’에도 출연하며 눈코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하루를 잘 쓰는 것, 그리고 많이 먹고 살 안 찌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했다. 취재진이 웃음을 터뜨리자 주지훈은 “모두 같은 생각인거죠?”라고 되물었다. 적당한 넉살과 여유, 그리고 타인에 대한 배려. 주지훈이라는 배우의 무한 매력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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