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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준만

입력 2020-04-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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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총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진보 지식인이면서 진보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아 왔던 저자가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야릇한(?) 제목의 책을 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가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 적어도 갑질 소비자에서 세상을 바꾸는 소비자로 거듭날 때까지”. 그는 ‘소비자는 왕’이라는 근거없는 미신에서 벗어나, 시민 소비자로서 권리와 책임에 투철함으로써 갑질과 착취를 없애는 길로 나아가자고 독려한다.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거짓 정치 슬로건으로 전락한 상황을 안타까와 하면서도, 이것이 민생 개혁의 내실을 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내보인다.



* 사립유치원 비리, 소비자의 ‘절박성’이 역사를 만들었다 - 사립유치원 비리사건이 터졌을 때 교육부는 물론 국회의원들조차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이 두려워 거리두기를 하던 상황에서, 사립유치원 학생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정치하는 엄마들’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과 협력해 소기의 성과 일궈냈다. ‘남성 밑에 여성, 그 밑에 엄마’라는 말이 무색하게 엄마들의 힘을 보여 준 사례다.



* 가습제 살균제 피해는 기업 뿐아니라 정부도 책임 - 사립유치원 비리사건과 달리 가습기 살균제 참사 때는 이렇다 할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일어나지 않았다. 숨진 사람만 1528명이고 피해가구만도 4953가구인데 보상 받을 수 있는 피해인정률은 8.2%에 불과했다. 피해자들은 단지 피해인정 범위 확대, 차등구제 반대를 요구했을 뿐인데도 가해기업과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15년 동안 800만개가 팔리는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정부 책임져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한국사회는 불감사회? -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100만명의 죽음은 통계다”라는 스탈린의 말이 있다. 인간의 맹점을 드러내는 말이다. 미국 심리학자 폴 슬로빅 실험에서도 어린이 8명의 사진과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고 치료비로 30만 달러가 든다고 했을 때 대부분이 8명 어린이 대신 한 명 어린이를 선택했다. 단 한 명의 희생자는 불쌍히 여기지만 희생자가 늘수록 무덤덤해 진다는 의미다. 한국 사회도 이런 ‘의도적 눈감기’가 발동한 것이 아니었을까 저자는 관측한다. 한국사회는 이런 의도적 눈감기가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불감사회가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저자는 안타까와 한다.

* 게임업계의 뿌리깊은 여성 혐오 - 한국에서 게임은 가장 격렬한 페미니즘의 격전지다. 2016년 넥슨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역을 맡은 성우 김자연이 자신의 트위터에 ‘소녀들은 왕자님이 필요없다’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올린 인증샷이 이른바 ‘메갈리안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네티즌들이 성우 퇴출을 주장하며 여성 혐오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페미니스트로 지목된 게임업계 프리랜서 일러스트 작가 등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 ‘게임=남성의 것’이라는 착각이 불러일으킨 이념적 오해 탓이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남성의 게임 이용률은 75%, 여성은 65%로 큰 차이 없고 모바일 게임만 보면 여성이 60.3%로 남성 59.3%보다 높다고 한다.

* 성장세 보이는 펨버타이징(femvertising) - 광고도 페미니즘 소비자 운동의 격전지 중 하나다. 최근 여성들의 정치적 소비자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광고와 페미니즘을 결함시킨 펨버타이징이 성장 추세다. 미국에서 2014년부터 등장한 신조어다. 여성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는 그대로 광고 만들기가 대세다. 미국의 쉬노즈 미디어가 2015년부터 펨버타이징을 주관해 5대 부문 15개 후보작 가운데 시민 투표와 심사위원 평가를 거쳐 최종 수상작 결정하기도 한다.

* 자기 편으로부터 자주 불매협박 받는 진보 언론 - 진보언론 불매 위협의 성공사례 원조는 유시민이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2010년 한겨레가 실은 ‘한홍구-서해성의 직설’난에 쓰인 ‘놈현 관장사’라는 표현을 문제삼아 한겨레 절독을 압박해 결국 신문 1면에 사과문 게재케 했다. 진보 잔영은 한겨레 21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 표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불매 협박도 했다. 미투 운동에 대한 공작설을 제기한 김어준 등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자 또 절독 압박을 가했다. 공정보도를 위해 해직기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 언론 ‘뉴스타파’도 문재인 후보 검증보도를 이유로 월 2000명 가량의 후원자들이 이탈하는 등 불매운동에 피해를 입었다 .

* 언론을 정부여당 기관 보도원 취급하나 - 진보 진영의 이런 행태에 대해 저자는 “언론인들에게 정부 여당에 종속된 기관 보도원 노릇이나 하라는 요구”라며 비판한다. 특히 한국의 이런 ‘진보 의식’이 성찰과 회의, 고민 어린 토론 과정을 통해 성숙하거나 단련되지 않고 ‘기존의 주입 형성된 의식을 뒤집으면 가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오는 경박성 또는 섬세함을 통한 품격의 상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 ‘어용 저널리즘’ 불지핀 유시민 - 2017년 5월에 유시민은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해 “나는 정의당 평당원이지만, 범 진보 정부에 대해 어용 지식인이 되려 한다”고 선언했다. 지식인이나 언론인이면 권력과 거리를 두어야 하고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기득권 세력이 계속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였다.

* ‘1984년 속에 사는 유시민’ 유감 - 저자는 유시민이 아직도 서울대 프락치 사건 또는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고문 조작사건이 일어났던 1984년 9월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와 한다. “보수 정당에서 세종대왕님이 나오셔도 안 찍는다”는 유시민이 운동권 투사들에게 당시로선 불가피했던 ‘선악 이분법’의 사고 틀에 아직도 갇혀 있어 애처롭다고 말한다. 민주화가 된 세상에서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조직보위론’를 다시 꺼내들었다며, 유시민은 세상을 왜 그렇게 일관성 있게만 살려 하는 지 안타깝다고 전한다. 그러면서 “유시민이 분열과 증오 대신 관용과 화합의 진보적 개혁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면 한국 정치의 지평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 코미디 같은 뉴스타파 불매운동 - 유시민 이후 어용 지식인론이 확산되면서 갖가지 헤프닝들이 일어난다. 저자는 어용파들이 벌이는 코미디의 압권은 윤석열 사건이라고 말한다, 2019년 7월 뉴스타파가 윤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말미에 후보자 위증과 관련한 통화 녹음 파일을 공개하자 뉴스타파는 진보진영으로부터 맹공을 당한다. 하지만 이 때 뉴스타파를 몰아세웠던 이들이 조국 사태 이후엔 다시 윤석열을 타도해야 할 적으로 지목하며 뉴스타파에 사과하는 촌극을 연출했다며 비판한다.

* 진보언론 불매위협이 문재인과 진보에 도움이 될까? - 저자는 이른바 ‘문빠’ 현상이 한국 민주주가 더 성숙한 민주주의로 도약할 전기로 평가하면서도, 문빠의 정치적 판단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만 기준으로 움직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문빠의 이런 일방적 면모와 맹목성 때문에 문빠를 ‘박사모’와 동일한 정치적 훌리건이라고 보는 시각각도 만만치 않다고 일갈한다. 심지어 ‘일간베스트’에 빗대어 ‘문베충’이라 부른 사람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전한다. 특히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했거나 노무현 비판에 가담했던 죄책감을 한경오(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에 덮어 씌우는 것은 아닌가 되묻는다.

* 괴물이 된 문빠 “좌표 찍고 벌떼 공격” - 어용 저널리즘을 요구하는 어용파는 대부분 ‘문빠’ 또는 ‘문파’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정치권력을 업은 유시민과 김어준의 영향력은 이제 개인적 자율적 활동이 아니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특히 문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 세력에 의한 자유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묵인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문빠는 눈에 뵈는 게 없는 괴물처럼 되었다고 혹독히 비판한다. 진중권도 “누가 좌표를 찍었는지 저 극성스러운 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단체로 행패를 부린다”며 ‘뇌 없는 무리들’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장발장은행장 홍세화도 “나는 개인적으로 학습을 게을리하여 실력이 부족하면서도 지적 우월감, 윤리적 우월감으로 무장한 ‘민주 건달’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미화가 불러온 부메랑 - 저자는 촛불광장을 떠난 시민이 ‘연대’ 보다 ‘고립된 개인’으로 돌아간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혹시 우리는 촛불집회에 감동한 나머지, 희망적 사고를 곁들여 가며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 온 것은 아닐까”라고 되묻는다. 당시 모인 사람들의 단 하나 똑같았던 목적은 박근혜 하야 뿐이었으며, 그 외에는 모두 달랐다고 말한다. 이들이 매우 이질적 집단이었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촛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진보 진영의 기대에 못미치는 이후 상황들이 혹 촛불집회에 대한 과도한 미화가 불러온 부메링일수도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촛불혁명이 진보의 것이었다는 착각 또는 욕심이 지나쳤다고 평가한다.

* 촛불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역주행’ - 저자는 우리가 정작 문제 삼아야 할 것은, 촛불집회 덕분에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소비자 운동의 수준에나마 상응하는 ‘상도덕’을 지켰는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소통을 거부하는 도덕적 우월감은 반드시 문 정부가 넘어야 할 벽이라고 날을 세운다. 취임 때 “분열과 갈등의 정치,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끝장내겠다”고 해 놓고는 오히려 조국 사태처럼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일갈한다. 문 대통령이 조국에 대한 생각을 바꾸지 않자, 지지자들은 조국 사태를 문재인 사태로 인식하고 문재인 지키기로 희대의 국론 분열 전쟁에 참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문 대통령은 결국 아무런 사과도 않고 오히려 조국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드러냄으로써 제2차 국론분열 불씨를 던졌다고 비판한다.

* 기회만 있으면 갑질하려는 사람들 - 한국 소비자의 대체적인 이미지는 ‘정의’나 ‘윤리’보다 ‘갑질’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2010년 미국 에드 디너 연구팀이 130개 국가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나의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은 90%대였던 반면 우리는 절반 밖에 안됐다고 한다. 특히 우리 대부분이 갑질의 가해자일 수도 있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일상에서 이미 ‘약자의 약자 괴롭히기’가 만연하는 등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소비자의 이미지가 아니라 실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될 정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2018년 아리바이트 경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불량고객을 경험한 평균 빈도가 월 3회 이상이 62%, 2회 이하가 38%였다.

* 사법부의 소극적 판결도 소비자 운동의 장애요인 - 사법부는 소비자 불매 운동을 소비자의 사회권적 기본권(헌법 124조)의 관점에서 파악하면서도, 생산자 제품 거부는 물론 생산자와 거래하는 3자의 상품 구매까지 거부하는 ‘2차 불매운동’에 대해선 부정한다. ‘제3자의 자유로운 판단의 제약에 따른 계약의 파기, 즉 계약의 자유 또는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근거로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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