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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기후난민 ‘30번 곰’ 지경애 작가 "노력해야만 보이는 히든 메시지, 희망"

입력 2020-04-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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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요즘은 누구나 지구에 대한 걱정을 한번쯤은 하죠. 제가 특별히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문제 같았어요.”

지구 온난화로 얼음이 녹아내리면서 더 이상 북극에 살 수 없게 된 곰 이야기 ‘30번 곰’에 대해 지경애 작가는 “인간 세상으로 와 펫이 돼 살아가는” ‘기후난민’이라고 표현했다.

“곰 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도 위협하는 문제죠. 환경운동가도, 전문가도 아닌 제가 ‘기후난민’에 대해 이야기해도 괜찮을까 고민했었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문제이고 누구나 ‘기후난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식이 아닌 감정적으로 쓴 얘기죠.”




◇‘손 편지’로 만난 30번 곰, 좀 천천히 가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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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곰 | 지경애 글·그림(사진제공=다림)
“이야기는 아주 단순해요. 북극곰이 ‘도와 달라’는 편지를 써 인간세상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환경문제이자 인류가 직면할 문제죠.”

북극에서 도시로 온 곰들 중 가장 처음 선택받은 ‘30번 곰’이 다솜이를 만나면서 겪는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씁쓸하며 서글프다.

동양화를 주로 그렸던 지경애 작가의 그림체는 연필과 색연필로만 작업했음에도 투명한 수채화를 닮았고 따뜻함이 담겼으면서도 어딘가 쓸쓸하다.

이탈리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이 한해 동안 출간된 어린이 도서를 대상으로 하는 볼로냐 라가치상의 2015년 픽션부문 ‘관심작’(Special Mentions) 수상자인 지경애 작가는 서예가, 동양화가를 꿈꿨었다.

“동양화를 할 때는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탈피해보자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그림체에 묻어나는 모양이에요. 북극곰 이야기는 좀 아름답게 그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좀 컬러풀하게, 색연필을 연하게 많이 쌓아가면서 색칠을 했죠.”

그리곤 “특별하게 추구하는 건 없지만 제 안에서 나오는 것들, 감정적인 것들을 풀어내려고 애쓰는 편”이라며 “하지만 모든 예술이 그렇듯 그림체는 살아온 과정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서부터 혼자 놀았고 가난했어요. 의도치 않았는데 그 삶이 그림에 묻어나는 것 같아요. 따뜻함을 담으려고 했는데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다고들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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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곰’은 말간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색연필화로 환경문제, 인간을 생각하는 곰, 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을 담았다(사진제공=다림)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아날로그적 감성이 돋보이는 글과 그림으로 완성됐다. 책은 환경문제, 반려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들, 버려지는 반려동물 등의 이슈와 인간을 생각하는 곰, 곰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담겨 따뜻함과 씁쓸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곰에 대해 얘기하면 아이들은 엄청 걱정을 해요. 어른들은 걱정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외면하곤 하죠. 걱정은 되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서 엎어버리는 어른들 때문에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전한 지경애 작가는 주인공 ‘30번 곰’에 대해 “급속도로 빠르게 훼손되는 것들을 위해 속도를 늦춰서 천천히 가자는 의미”라고 귀띔했다.
 

지경애 작가
‘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곰들은 인간 세상 와서 부여받은 번호를 달고 선택되기를 기다려요. 주인공 곰은 30번이죠. ‘30’은 학교 앞 차량 제한 속도기도 해요. 안전하게 천천히 가면 모두가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어요.”



◇페이지마다 달라지는 꽃들 속에서…책 뒤표지의 ‘히든 메시지’

 

“곰이 살던 집, 곰의 슬픔을 직면하는 상황 등을 예쁘고 아름답게 해주고 싶었어요.”

지경애 작가의 소망은 상황별로 배치된 꽃으로 구현됐다. 각 페이지마다 배치된 꽃들은 너무 예뻐서 눈물겹거나 북극 곰의 감정에 따라 쓸쓸하기도 하다.

“이미지 선택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들이에요. 꽃들 역시 제 삶 속에서 늘 보던 것들이죠. (30번 곰이 처음 도시로 온) ‘봄꽃이 핀 겨울날’의 꽃은 홍매화예요. 저희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봄이면 매화꽃이 피고 여름이면 매실이 열리죠.”

활짝 핀 홍매화 뒤로 힘차게 걸어가는 곰들 역시 지경애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미지”다. 지 작가는 “꽃들 사이로 곰들이 서 있는 걸 그렸다가 비틀즈가 (마지막으로 녹음한) ‘애비로드’ 커버처럼 일렬로 걸어가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귀띔했다.

“대학 때 좋아했던 가수와 노래들이었고 표지가 늘 인상적으로 남아 있었어요. 퀵 보드를 타는 다솜이는 제 딸이 입었던 옷의 무늬죠. (손 편지를 써놓고 떠난 30번 곰 때문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다솜을 내려다 보는) 시들어버린 꽃은 해바라기예요. 제 대학 때 졸업작품도 시들어버린 해바라기였죠. 해바리기는 고개를 숙인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곤 “마지막 장면에 어떤 꽃을 쓸까 고민하다가 자연스레 해바라기를 그리게 됐다”며 “울고 있는 아이를 쓰다듬고 보듬으며 위로하는 어른 같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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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마다의 꽃들은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다(사진제공=다림)

 

손 편지로 만나 손 편지로 헤어진 ‘30번 곰’과 다솜의 마지막은 먹먹하고 서글프다. 한꺼번에 도시로 와 반려동물이 된 북극곰들은 성장하면서 도시의 골칫거리고 전락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곰들이 머물 예쁜 냉장고를 사들이던 사람들이 곰들을 층간소음의 주범, 불안감을 조성하는 존재, 위험요소 등으로 바라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냉장고에 꽉 들어찬 곰들을 그려놓고 그림 뒷장에 빙하가 녹아 인간세계로 와 펫이 된 북극곰 이야기를 써두곤 ‘아이들이 이해할까’ ‘좋아할까’ 싶어서 한참을 그대로 뒀었다”던 지 작가가 이미 기획하던 작업도 멈추고 ‘30번 곰’을 완성하게 한 힘은 “많은 영감을 주는이제 중3, 여덟 살이 되는 아들과 딸”이었다.

“첫째가 ‘재밌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여덟 살 딸은 ‘곰이 불쌍하다’며 슬퍼했죠. 일종의 에필로그 같은 뒤표지를 딸에게 보여주면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얘기해줬어요. (뒤표지는) 시종일관 슬프고 결말은 그렇지만 노력하면 알 수 없다는 희망이에요. 노력해야 보이는 ‘그곳에서 널 다시 만나고 싶어’를 통해 지금이라도 간절히 노력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소시민인 저도 느끼는데 모든 분들이 이 위기감을 느낄 거라고 믿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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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곰’ 지경애 작가(사진=이철준 기자)

 

◇어쩌면 머지않은 우리 이야기, ‘나’에서 출발해 울림을 주는 작가를 꿈꾸다

 

“상상이에요. 곰에 감정이입도 해보고…우리 인간도 난민이 될 수 있으니까요. 멀지 않아서 그렇게 될 것 같거든요. 내가 그렇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색하고 상상한 것들이죠.”

‘30번 곰’의 독백처럼 써내려간 이야기는 “북극곰들처럼 살아오던 터전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어딘가의 난민이 돼 반려동물로 살아가야 한다면”이라는 가정에 대한 지경애 작가의 상상과 사색의 산물이다.

“북극에 대한 기사를 보면 오싹할 때가 많아요. 몇 년 안남은 것 같거든요. 애써 외면하고 생활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될지…사실 상상이 안가요. 저희는 인간이고 무엇이든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곰들을 위해서 이제라도 시작하다 보면 우리 인간도 난민이 안될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스스로는 “저는 개인적인 사람이라 사회문제를 크게 바라보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그는 지금에 발 딛고 세상의 깊숙한 곳까지를 들여다보며 고민하고 숙고하는 작가다. 그 개인의 내면에서 퍼올린 이야기들은 읽는 이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회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저한테서 출발하는 이야기지만 공감과 찡한 울림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책을 보시는 분들이 저보다 더 지혜롭고 폭 넓게 생각하시는 걸 알아요. 늘 더 많은 걸 읽어내시거든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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