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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마이너스 유가까지 갔는데, 대책 있기는 한가

입력 2020-04-22 14:09 | 신문게재 2020-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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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날개 없는 추락은 기름 수요가 절벽인 경제 마비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사상 처음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 6월물 브렌트유까지 폭락세가 번졌다. 수요 부족에 보관 장소마저 없어 만기 직전에 익월 선물로 교체하는 롤오버가 일반화되면서 가격 폭락이 심화된 것이다. 덩달아 7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도 속절없이 주저앉을 조짐이다. 소비 위축이 실물경제를 멈춰 세운 코로나 경제의 상징적이면서도 실제적인 후폭풍이 이렇다.

원유를 팔려면 돈을 얹어줘야 하는 기막힌 상황은 사상 최악의 경제 불황의 다른 표현이다. 단일하게 가격 왜곡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까지 더 엄청난 악영향이 뒤덮고 있는 것이다. 제품 생산비용이 줄고 소비자 실질 구매력이 증가하며 수출이 증가하는 정상적인 경제가 아닌 까닭이다. 원유 관련 파생결합증권 등 금융 위험 가능성도 커졌다. 공급 과잉, 수요 절벽 속의 유가 하락은 코로나19 사태 앞에서 야누스의 두 얼굴 중 전형적인 악마의 모습을 띠고 있다. 산업 수요의 정상적인 회복을 앉아서 기다릴 여유가 없는데 뚜렷한 대책이 잡히지 않는다.

저유가 흐름에 수요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는 특히 심각하다. 정유업계는 1분기에만 약 2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저유가 흐름을 스프레드(제품값에서 원료값을 뺀 가격) 호조세로 반기기도 할 화학업계지만 이제는 아니다. 조선산업은 저유가로 주력 선종인 LNG선 발주가 끊길 처지다. 이럴 때는 내수 및 글로벌 수요가 살아날 때까지 버텨내라고 기업을 재촉하기보다 자금난의 숨통을 틔워주고 반기업 규제들을 풀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우리 경제는 회생의 계기를 놓치면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 것이다.

정부가 내세우는 이른바 K-경제도 구호에 그칠 뿐 실행 계획이 빈약하다. 세수의 10% 정도인 에너지세를 깎기 힘들겠지만 유류세 일부의 연구개발 비용 환급 등으로 정유업계 어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유류세 손질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도 사실은 지금이다.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항공, 정유 등 기간산업 보호 대책을 실천에 옮겨 이제 경제 방역에서도 모범국이 돼야 할 차례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입씨름이나 벌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비상시국이다. 가본 적 없는 마이너스 유가 이후에도 하락세는 한동안 계속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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