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경험 공유를 요청하는 40여 국가와 방역을 매개로 경제협력을 심화한다면 이보다 좋을 것이 없다, 신남방·신북방 ODA(공적개발원조) 승인 규모를 7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정부 계획도 27일 공개했다.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에 가입한 지 10년 만에 우리나라는 ODA 증가율이 회원국 중 최고였다. 이제 유·무상 원조를 신남방·신북방 사업과 연계한다고 해서 원조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는다. 전략적 지원이나 경제협력 심화와 연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자세다.
오히려 비교우위 분야의 효율적인 개발 경험을 전수한다면 양방향의 효과성도 높일 수 있다. 수원국과 원조국을 모두 경험한 우리지만 아직 개발 계획에 부합하는 경험을 잘 개척하거나 확장하지는 못했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세계가 주목받는 K-방역을 통한 국제 공조는 다시없는 호재다. 소외열대질병 관리, 보건안보 측면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강점으로 살릴 수도 있다. 단기적이던 보건 부문 ODA를 장기형 프로젝트로 변환할 기회를 제대로 잡아야 한다.
K-방역 모델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이 적용되는 경우다. 실제로 공적 원조에서나 대외경제협력에서나 유용한 자산이다. 코로나19 보건 사업에 4억 달러 이상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자금을 긴급 지원하는 방안도 맞춤형 지원이 된다. 전통적 공여 분야에 보건의료가 확실히 자리하면 바이오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와 확진, 역학과 추적, 격리와 치료 등의 K-스탠더드가 국제표준으로 인증받는 일과 경제협력 자산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사안일 수 있다. ‘방역 국제공조’와 ‘수출력 견지’가 늘 선순환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정부는 고성장 바이오산업에 사활을 걸려던 참이었다. 몇 달 만에 환경이 달라졌고 우리로서는 기회가 늘어났다. 다만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의 세계시장 선점을 겨냥하려면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 방역 이상의 성과가 나와야 한다. 부처와 사업별로 분산된 바이오 연구 데이터를 집약해 우리의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할 것이다. 불과 70일 전만 해도 해외기관들이 코로나19 3대 피해국에 포함시킨 우리였다. 민간소비와 수출, 서비스업 생산 등의 충격을 완화하면서 우리 경제부터 살려놔야 신남방·신북방 등 글로벌 가치사슬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우리에게 얻어갈 것이 철저한 방역이라는 ‘교훈’뿐이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