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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의 블랑 드 파리] 프랑스에선 너무 귀한 마스크 “다 거짓말이에요!”

입력 2020-04-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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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약국
“마스크가 없다”는 프랑스 파리 약국 입구의 문구들(사진=백상아 셰프)

“정부가 하는 말은 믿지 마세요. 다 거짓말이에요.”

4월 27일(현지시간)부터 2만 2000여 약국에서 일반인들도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정부 발표에 약국에 갔더니 직원이 하는 말은 이랬다. 몇 군데 약국을 더 돌아다니며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이 “우리도 모른다”였다. “그럼 어느 약국에서 살 수 있는지는 알 수 있냐” 물었더니 그것 역시 알 수 없다며 “우리도 하루 종일 마스크 때문에 전화받느라 짜증이 날 정도다. 우리도 정부로부터 받은 정보가 없다”고 호소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3만명을 육박하고 있는 프랑스에서는 최근에야 마스크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정부조차 “일반 시민들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던 프랑스에서는 한달 전만 해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후에도 한동안 이동확인서를 검사하며 많은 사람들을 접촉하는 경찰들조차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을 정도였다. 마스크를 쓴 동양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에도 서슴없었다.

초기에 시민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도 크다. 마스크 부족 사태로 일반인들에게 마스크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지 않았다는 의심도 불거지고 있다. 당시에는 의료진에게 보급할 마스크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중소기업들과 상인들부터 점진적으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 27일부터는 일반 시민들도 마스크를 살 수 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파리 마스크
프랑스 파리에서는 마스크 구입이 거의 불가능하다(사진=백상아 셰프)

하지만 다음날인 28일 에두아르 필립 총리의 발표는 또 다른 내용이었다. 5월 11일부터 점진적으로 모든 상점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봉쇄령이 완화되는 5월 11일부터 아이들이 학교를 가야하고 대중교통 등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5월 11일부터 점진적으로 모든 상점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면 도대체 마스크는 언제, 어디서 구입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이행하라는 건지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어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이에 봉쇄령 완화를 앞두고 사재기와 암거래까지 늘고 있어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거의 없던 한달 전과는 달리 이제는 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꽤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착용한 마스크는 프랑스가 아닌 아마존 등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필자 역시 한국에 있는 가족이 보내온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는데 그 마스크를 받기 전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중국산 마스크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프랑스 한인신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스크 사기가 발생해 교민들 사이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한국에서 마스크를 보낸 지 열흘 만에 24장의 마스크를 받던 날의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마스크 한장에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한 느낌이었다. 유학생들과 교민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보낸 마스크가 중간에 사라졌거나 도난을 당했다는 경험담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터라 마스크를 무사히 받을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던 차였다.

한국에서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던 초창기 언론을 통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면서 파리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저렇게 줄을 서서라도 살 수 있는 게 어디냐. 부럽다”고 한탄하곤 했다. 한국은 이제 마스크도, 코로나19도 안정화에 접어들어 한숨을 돌리고 있지만 프랑스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파리=백상아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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