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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이본 쉬나드

"고객은 우리의 '진짜 제품'을 원한다"는 모토의 모범기업 파타고니아

입력 2020-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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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

<총평>

파타고니아는 등산용품을 포함한 스포츠 장비와 의류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이다. 등산 장비 부문에서 압도적이며, 의류는 아웃도어 시장을 넘어 패션 트랜드로 확장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라는 평가를 얻는 모범 기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이본 쉬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이자 현장 근로자다. 옳은 것을 선택하고 그런 일을 하면서도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고객이 파타고니아에 바라는 것은 진짜 제품’이라는 철학을 갖고 늘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환경파괴 우려에 주력제품까지 과감히 포기하는 올곧은 경영자의 모델을 보는 느낌이다.



*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누구? - 암벽 등산을 즐기는 클라이머이자, 서핑을 즐기는 서퍼다. 모험가 기질의 현장형 경영자다. 기후 붕괴를 면하기 위해 인간의 자원 이용을 줄여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자연친화적 경영을 펼치고 있다. 오랫동안 등반을 하면서 하나의 자일로 서로를 묶어 의지해 왔던 까닭에 지인들은 ‘언제라도 믿고 목숨을 맡겨도 될 맏형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1960년대 초반에 주한미군 복무 경력을 갖고 있다. 당시 한국인 클라이머(선우중옥)와 함께 인수봉에 낸 새로운 바윗길을 우리는 지금 ‘쉬나드A’, ‘쉬나드B’라고 부른다.

* 쉬나드의 괴짜 기업철학 ‘부재경영’ -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저는 등반하러 갑니다.” 쉬나드가 직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일은 즐거워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는 그는 항상 자신을 ‘80%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스포츠를 포함해 모든 활동에 80%의 능숙도를 달성할 때까지는 열성적으로 임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려면 집착과 어느 정도의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80% 수준에 이르면 시들해져서 다른 일을 하게 된다고 토로한다. 쉬나드는 히말라야나 남아메리카 같은 가장 극심한 조건에서 장비와 의류를 시험하며 자신만의 MBA 경영이론을 실천하고 있다.

* 이상향을 추구하는 파타고니아 - 파타고니아는 이윤보다 환경을 중시하는 창업자의 기본 철학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지구 최후의 날을 예측하는 책들이 자연의 파괴와 문명의 붕괴를 피하기 위해 즉시 해야만 한다는 권고를 실천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파타고니아라는 험준한 남부 안데스 산맥의 칠레와 아르헨티나 외딴 산악 지역이다. 하지만 이런 지도상의 특정한 장소라기 보다는 아늑하고 흥미로운 이상향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 가족과 친구의 기업 파타고니아 - 저자는 단순히 경비를 줄이기 위해 해고를 단행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회사는 대가족과 비슷한 개념이다. 대부분의 직원에게도 회사는 곧 가족이었다고 한다. 늘 친구, 친구의 친구, 그들의 친지를 고용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어되지 않은 성장 탓에 1991년 쉬나드는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12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 ‘클린 클라이밍’ 실천 위해 주력제품을 포기하다 - 1970년 당시 쉬나드 이큅먼트는 미국 최대 등반장비 공급업체였다. 특히 쉬나드가 직접 제작한 피톤(바위 크랙에 박아 넣는 등반 장비)은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회사 주력제품인 피톤으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는 암벽들이 훼손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단계적으로 이 사업을 폐지하기로 결정한다. 환경보호를 향한 발걸음의 시작이었다. 그는 쇠 피톤을 알루미늄 초크로 대체했다. 바위에 변형을 주지 않고 등반하는, 자연으로서의 ‘유기농 등반’에 한 걸음 가까이 가는 활동을 그는 ‘클린 클라이밍’이라고 불렀다.

* 파타고니아의 환경운동 - 파타고니아는 1988년 첫 전국적 환경 캠페인을 시작한다. 요세미티 계곡의 도시화를 막는 종합계획을 지지하는 캠페인이었다. 카탈로그를 만들어 매장 내부에 전시공간을 마련했고 연어와 강 복원을 위한 캠페인, 유전자 변형 농산물에 반대하는 캠페인, 북아메리카 토착 동식물과 공존을 위한 와일드랜드 프로젝트 캠페인, 나아가 유럽에서 알프스를 통과하는 트럭의 과도한 오염에 반대하는 캠페인까지 범위를 점점 확대해 갔다. 파타고니아가 바라는 것은 다른 기업들이 환경에의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탐구할 때 본보기로 삼을 만한 모델이 되는 것이다. 파타고니아가 어떤 매출 수치나 제품 라인 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1985년부터 풀뿌리 환경보호 운동에 현금과 현물로 7900만 달러를 기부해 왔다는 사실이라고 한다.

* 파타고니아의 가치관 - 이 회사는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위태로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전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 회사의 근본 목표는 이 같은 상황을 온전히 인식하고 기업의 가치관을 다시 확립해 인간과 환경 모두에 이로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공언한다. 회사의 모든 결정은 환경 위기를 염두에 두고 내려진다. 제품의 품질에 최대한의 관심을 쏟으며, 이익을 추구하되 성과를 우선시하지 않는다. 성장과 확장은 회사의 기반이 되는 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고 경영진은 하나가 되어 최대한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한다는 원칙을 늘 지키려 노력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고,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최대 사명이다.

* 극한 스포츠에서 얻는 교훈 - 위험한 스포츠를 하면서도 중요한 가르침을 얻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계를 넘으려 노력하고 한계를 초월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살고는 있지만, 한계를 넘어서는 안된다는 이율배반적 논리를 펼친다. 그 기저에는 “자신의 본분을 알아야 한다”는 겸손함이 깔려 있다.

* “최고의 제품만을 만든다”는 제품 철학 - 사명 첫 부분에 적힌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이 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사업 철학의 초석이다. 저자는 “우리는 제품 중심기업이다”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이 최고의 보육시설과 최고의 생산 부서, 최고의 일터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말 그대로 모든 면에서 최고를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히 만든 물건에 상표를 달아 파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제품은 그 자체만으로 본질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리 고객들은 우리가 ’진짜 물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이 쉬나드가 최고의 제품에 천착하는 이유다.

* ‘수선’을 환경보호 위한 급진적 활동으로 여기다 - 소비자로서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오래 사용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적절한 관리와 수선을 통해 의복의 생명을 연장하는 단순한 활동이 구매의 필요를 줄이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이산화탄소와 폐기물의 배출과 물의 사용을 막는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그래서 고객들이 필요한 것만을 구매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수선하고, 물건을 재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정말 필요한 때가 왔을 때만 환경에 대한 영향을 줄이는 방식으로 파타고니아가 제공하는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수년 전부터 PVC(폴리 염화비닐) 사용을 완전히 없애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지구세를 내는 파타고니아 - 이 회사는 1996년에 매출의 1%를 기부했다. 저자는 “이것은 자선이라기 보다는 지구에 살고 있고, 자원을 사용하며, 문제의 일부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지구세”라고 말했다. 저자는 “우리가 쇼핑센터에서 사들이는 것의 90%는 60~90일 내에 쓰레기 더미로 들어간다”면서 “우리는 지구를 파괴하는 죄인들”이라고 말한다.

* 발명보다 발견에 더 가치를 두는 생산 철학 - 저자는 ”사업이란 제품을 고객에게 가져다주는 첫번째 사람이 누구인지 정하는 경주“라고 정의한다. 그는 경쟁이 없는 선발주자가 되어 마케팅 상의 엄청난 이점을 얻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는 ‘발명’보다는 ‘발견’에 더 가치를 둔다. 회사의 모든 사람에게 무모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미치광이가 되라고 격려하면서도 순교자가 되길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목표를 먼저 파악한 후, 그 목표를 잊고 과정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파타고니아를 위해 생산되는 모든 공정무역 인증 제품에 대해 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공정무역 지원금도 지불한다. 공급자들과 완벽한 공생관계를 맺고 있는 맥도널드에서 배운 교훈이다.

* 오래된 것을 지키려는 건축 철학 - 파타고니아가 새로운 매장이나 사무용 건물을 만들 때 적용하는 원칙이 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새로운 건물을 짓지 않는다. 역사가 있거나 오래된 건물은 허물지 않는다. 재활용된,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를 사용한다.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가능한 오래 지속되도록 짓는다. 그 지역의 영웅이나 자연적 특징 등을 반영하고 존중해 각 매장을 독특하게 만든다 등등이다.

*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이미지 ‘진정성’ -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등반 장비를 만드는 대장간이라는 우리들만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제품에 인간적인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한다고 말한다. 덕분에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드는 진정성있고 질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고 자신한다. 파타고니아는 백화점이나 대형 스포츠용품 체인에 물건을 팔 생각이 없다. 그래서 중개상 목록이 1985년 이후 계속 축소되고 있다고 한다.

* 이윤을 추구 않는 재무 철학 - 파타고니아의 기업 강령은 이윤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는 이윤을 고객들이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보내는 신임투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큰 회사가 되기를 바란 적도 없고 단지 최고의 회사가 되길 원한다고 말한다. 최고의 대기업보다 ‘최고의 작은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이익을 내고 환경을 위해 쓴다는 것이 파타고니아의 핵심 재무 철학이다.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이름의 근무시간 자유 선택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최고경영자에게도 특별한 주차공간을 주지 않는다. 연료 효율이 가장 높은 차들이 가장 좋은 주차 자리를 차지한다. 인턴 과정을 거치는 직원들은 최대 2개월까지 환경단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비폭력 불복종 운동을 하거나 환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는 경우 보석금을 내주기도 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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