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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奸) 베껴읽기’] <코로나 사피엔스> 최재천 장하준 외

완전히 바뀔 새로운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입력 2020-06-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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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확산일로에 있던 지난 4월에 CBS 라디오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프로그램에서 특별기획했던 방송 내용을 다시 정리해 내놓은 책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재붕 성균관대 서비스융합디자인학과 교수,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장,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등 6명의 석학들에게서 듣는 ‘포스트 코로나’ 대담집이다. 저자들은 코로나 19 이후 우리 인류는 이제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를 이제 코로나 사피엔스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바이러스와 맞설 대응책에 급급하기 보다는 ‘완전히 달라질 미래’에 대한 원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점점 짧아지는 바이러스 창궐 주기 - 세균이 독자적인 증식이 가능한 생물인 반면 바이러스는 본색을 숨긴 채 남의 유전체에 올라타 빠르게 증식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엄청난 속도로 폐 뿐만아니라 다른 장기로 진입한다. 이제까지 그 어느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강력하다. 최재천 교수는 바이러스 창궐 주기가 5년에서 3년 정도로 점점 짧아지는 이유에 대해 “우리가 전례없이 야생동물을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사람들이 동물의 서식지에 들어가 들쑤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희귀한 음식을 먹이기 위해 정글을 파헤치고 동굴로 들어가 야생동물을 잡아오는 과정에서 동물들에 붙어있던 기생동물들이 인간에 들어붙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지구 온난화로 온대 지방에서 전염병 질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만큼 바이러스와 세균을 옮기는 매개동물들의 분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다. 주기가 지금이 3년 보다 훨씬 더 짧아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그는 우려한다.

* 화학백신 보다 더 좋은 행동백신과 생태백신 -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켰거나 죽인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로 만들거나, 병원체를 둘러싼 표면 단백질 혹은 독소를 추출해 만든다. 하지만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 까지는 1년 이상 걸린다. 바이러스의 빠른 증식력을 감안하면 너무 늦다. 만능백신을 개발하지 못하는 한, 화학백신은 정답이 아닌 셈이다. 최재천 교수는 이에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이 이런 ‘화학백신’보다 더 좋다”고 말한다. 행동백신은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것이다. 옮겨가지 못하게만 하면 바이러스는 아무 힘이 없다는 것이다. 생태백신은 숲속에서 우리에게 바이러스가 건너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최 교수는 코로나 잠복기가 대략 2주 정도이니 이 참에 딱 2주만 모든 것을 멈추고 나라를 한번 멈춰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한다. 적어도 그 동안만은 확실하게 전염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다.

* ‘호모사피엔스’ 학명 박탈 당할 수도 - 최재천 교수는 “이제 새로운 옛날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가치관,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코로나를 계기로 이제 생태를 경제활동의 중심에 두는 ‘생태중심적 기업’이 생겨나고, 소비자는 그런 기업만 선택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에 “이제부터 자연과 좀 절제된 접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겪고도 우리가 자연과 지나치게 접촉을 하다간 감당하기 어려운 낭패를 볼 수 밖에 없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현명한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학명을 박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 1929년 대공황보다 더한 위기 우려 - 장하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준 전시 상태’라고 표현한다. 백신이 빨리 개발되지 않아 경제 마비가 계속된다면, 2008년 금융위기는 물론 1929년 대공황 때보다도 더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진단한다. 후진국까지 퍼질 경우 그 파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은 돈을 푸는 방법 밖에 없다면서도 “문제는 어떻게 푸느냐”라고 강조한다. 그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임금의 80%까지 지원해주고 자영업자에게도 그만큼의 지원을 약속한 것들을 잘 보라고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정부가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그 돈이 금융기관에만 유입됐고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그는 “진짜 돈이 필요한 곳에 돈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은 자영업자·서비스업 지원부터 - OECD 평균 자영업자 비율이 15% 정도이고 미국도 7%에 못미친다. 반면 우리는 25%에 이른다. 장하준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정부 대책을 보면 소액의 재난지원금만 주는 방식”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자영업자 보호가 곧 코로나 방역 정책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더불어 그는 서비스업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제조업의 경우 기계화가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주 노동집약적인 의류와 식품가공 등 몇 분야를 빼고는 타격이 그렇게 크지 않겠지만 여행 항공 등에는 영향이 클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주요 산업에 많은 구조변화가 올 것이 틀림없다고 전망한다.

* 코로나 사태를 ‘가치 재정립의 기회’로 삼아야 -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장 교수는 “한국은 기본적인 복지를 확대해야 될 것이고, 미국은 의료보험을 더 갖춰야 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몇 십년동안 우리는 주객이 전도된 시스템으로 살았다고 지적한다. 경제발전이라는 것은 수단이고, 우리 목표는 복지와 안전 건강이라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앞으로 더 안전한 사회, 다 같이 잘사는 사회, 더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그런 방향으로의 사회적 대화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 소상공인 보호 명복의 규제 일변도 정책 “NO!” - 최재붕 교수는 “한국에서는 기존 일자리에 위협이 되면 일단 규제 대상이 된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렇게 규제로만 지키기엔 세계 문명의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보호가 도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소상공인을 보호한다고 자꾸 규제를 만들지 말고, 이들이 디지털 스토어를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권한다. 계속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세금을 잘 모아 그들이 디지털 문명으로 갈 수 있도록 교육도 시키고 지원도 해야 맞다고 강조한다.

* 디지털 세상에선 생각의 표준이 바뀐다 - 우리 국민 1000명 중 저녁 7시에 어떤 매체를 보는지 설문조사 했더니 압도적인 1위가 유튜브(56.7%)였다. 지상파가 18%, 그 다음이 케이블로 9%였다. TV를 본다는 사람은 대부분 50대 이상이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는 사람이 60% 정도라며, 이 정도면 표준이 되었다고 봐야 하는데 정부는 아직도 데이터나 개인정보 같은 것들을 더 막아놓는다고 비판한다. 그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평균 55.5세라며, 이들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디지털 문명이 오지 않았다고 판단하니까 규제를 하는 것이라고 일갈한다.

* 없어지는 일자리 걱정보다 새 일자리 창출을 - 최 교수는 아머지가 운영하던 막걸리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SNS 마케팅으로 매출을 100배나 불려 회생시킨 사례를 언급하며 “없어지는 일자리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지금은 새로운 문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 만들어야 수급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에 아주 멋진 플랫폼 사업이 있어 한국시장에 진출하려 해도 지금은 불법일 수 밖에 없다며, 이러다간 결국 20년 공백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 코로나를 부추긴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 - 홍기빈 교수는 “지난 40년 동안 현 체제를 지탱해 온 4개의 기본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치 사슬로 엮인 ‘산업의 지구화’, 도시 의존성을 키운 ‘생활의 도시화’, 무엇이든 돈이 최고라는 ‘가치의 금융화’가 결국 코로나 사태를 부추겼다고 말한다. 그리고 네번째 요소가 환경의 시장화, 즉 생태위기라고 강조한다. 앞의 세가지는 모두 생태적 환경에 대한 무한적인 착취를 전제로 했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며, 그 결과 지금 우리가 전대미문의 생태계 위기를 겪고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한다.

* 미국에선 ‘고용보장제’ 검토 논의 중 - 경제활동 조직을 시장경제에만 맡겨야 한다는 도그마에서 이제 풀려나야 한다고 홍 교수는 말한다. 그는 실업률이 20%에 육박하는 미국에서는 이미 고용보장제 같은 제도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한다. 당분간 노동시장에서 20%를 소화하지 못한다면 제도 도입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경우 전체 GDP의 3%, 약 30조~40조 정도의 돈을 써서 일자리를 원하는 실업자를 국가에서 고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코로나가 보여준 ‘총체적 미국화’의 민낯 - 김누리 교수는 한국사회가 총체적으로 미국화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교육제도, 대학제도, 대학의 높은 경쟁과 높은 등록금을 비롯해 한국의 거의 모든 제도가 미국식이라고 지적한다. 1인당 국민소득 대비 가장 높은 등록금을 내는 나라가 한국 임을 강조한다. 미국이 글로벌 스탠다드인 줄 알고 따랐는데 이번 코로나로 국민들은 그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해 왔던 세계가 당연한 게 아니라 견고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성찰이라고 강조한다.

* 자본주의의 치명적 결함 ‘둘’ - 김 교수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경쟁해 이겼다는 사실, 자본주의가 인간의 욕망을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으로 충족시켜 주는 체제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치명적인 두 가지 결합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먼저, 자본주의는 그냥 풀어놓으면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것이다. 즉, 야수 자본주의다. 다음은 무계획성이다. 이미 과잉 생산 단계로 넘어섰음에도, 수요가 없음에도 무작정 무한히 계속 생산한다는 것이다. 그는 모든 생산은 자연을 변형하거나 파괴하고 훼손한다고 말한다. 그는 “자본주의를 폐기하거나, 자본주의를 인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3가지 - 김 교수는 우선,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거대한 인식의 전환, 즉 패러다임의 전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사회를 지배해 온 ‘수월성(meritocracy)’ 사고는 이제 ‘존엄성(dignocracy)’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쟁에서 이기는 것 보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둘째로, 우리의 코로나 대응 모델을 사회 개혁과 한반도 평화 문제에도 적극 적용해 창조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재난 자본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언제나 사회적 자연적 재난 상황이 자본지배를 강화하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되어 왔다는 점을 인식하라고 지적한다.

* ‘경쟁’보다는 ‘공존’이 역사를 지속하는 힘 - 김경일 교수는 “이제는 경쟁이 아니라 공존”이라고 강조한다. 경쟁력보다 공존력이 더 강력한 역량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경쟁에서 남을 이기려는 능력을 가진 자보다 공존하고 포용하면서 윈윈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나 문화가 오래 살아남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가 강자중심주의나 패권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 본다.

*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 김 교수는 앞으로 우리는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갈 것이라고 확언한다. 그는 인간을 멈추게 만드는 가장 안전한 장치가 ‘만족감’이라면서 그 동안 사회가 만들어낸 원트(want)의 시대가 가고 라이크(like)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한다. 자기만의 라이크를 만들어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 것이란 얘기다.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간다는 것은, 그렇지 못할 경우 불행해 진다는 의미이므로 사회 전반적으로 사람들이 지혜로운 만족감을 추구하며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김 교수는 전망한다. 그는 느슨한 관계에서도 적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롭고 효율적인 삶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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