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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본소득 ‘선점 싸움’ 이치에 맞지 않다

입력 2020-06-07 14:05 | 신문게재 2020-06-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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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을 놓고 정치권이 군불을 피우고 있다. 18대 대선에서의 부분적 기본소득과 노인기초연금 ‘데자뷰’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기본소득제가 미래통합당의 탈(脫)보수 신호처럼 비치면서 진보 진영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양상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전지출에 가까운 긴급재난지원금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기본 인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념적 논쟁에 휘둘릴 수 있는 정치적 휘발성이 높아 보인다.

본질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흐르면서 논의 자체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여기에 꼭 따라붙는 게 포퓰리즘 비판이다. 군불을 지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로봇이나 AI 같은 대량 실업자 발생에 대비해 미리 기본소득을 연구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어떻게 선을 긋든 기본소득 도입 논의는 공식화되고 있다.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도 긴급처방이냐 포퓰리즘이냐의 논란이 계속되는데 이건 훨씬 복잡하다. 포퓰리즘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여야 정치권에서 어젠다 선점 싸움으로 끝나면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다.

지금 관측으로는 선수(先手)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금방이라도 법안을 내놓을 태세다. 세금으로 운영돼 국가재정에 위협이 된다는 최소한의 전제조차 없다. 기본소득 이슈가 보수당의 노선 대전환 소재가 되는 거야 자유다. 그 자체를 나무랄 일 아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의 승수효과를 너무 과신한다는 것은 문제다. 재정건전성과 정부 이전지출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 등을 더 면밀히 분석해봐야 한다. 기본소득을 국민소득의 미래처럼 본다면 상당히 순진한 생각이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다른데 언제나 경제성장이나 소비를 늘린다는 접근은 이치에 안 맞는다. 위기 시와 평상시가 다르다는 평이한 사실조차 깜빡 잊고 있는 것 같다.

일시적 정부 이전지출이며 재난수당 성격인 재난지원금과는 정말 분간을 잘해야 한다. 소득 구분 없이 n분의 1로 나눠 갖게 될 때의 역진적인 재분배까지도 고려 대상이다. 일부 지자체가 도입한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해서도 저소득의 생활안정을 넘어선 승수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기본소득 화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국가의 장기·단기적 미래와 가치관보다 2022년 3월 대선에서의 권력 취득을 우선시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 온돌방을 데우려는 군불에 밥 짓기는 온전치 않은 법이다. 여야 모두 국민과 나라에 좋은 사회안전망의 기준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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