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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비행인문학 <플레인 센스> 김동현

현직 기장이 전하는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비행 인문학'

입력 2020-06-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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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현직 대한항공 수석기장이다. 더글라스와 보잉, 에어버스의 조종간을 잡고 1만 시간을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다. 그는 이 책에서 이른바 ‘비행 인문학’을 선보인다. 인간의 비행 역사부터 각종 비행기와 관련한 사고, 그리고 우리가 알면 도움이 될 하늘 위 상식 등을 전한다. 그는 “모든 항공지식은 그 사회의 철학과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만 비로소 온전한 자기 것이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채 몰랐던 재미있고 흥미로운 비행의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 하이재킹의 하이잭(Hi, Jack) 원래 뜻은 “그만 세우지?” - 미국 서부시대 열차 강도들은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마부 옆으로 바짝 따라붙은 후 권총을 마부의 머리에 들이대면서 “Hi, Jack?”하고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이 말은 그러나 인사말이 아니라 “이제 그만 세우지?”라는 협박이었다고 한다. 비행기 납치를 ‘하이재킹’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말이다.

* 하이재킹 때 조종사의 제1 원칙은? - 영화에서 종종 조종사가 테러범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비행사들은 하이 재킹 시도가 있을 경우 절대로 납치범을 직접 제압하려 들지 말라고 교육 받는다. 영웅이 되려고 하지 말라(Don‘t try to be a hero)라는 비행 격언도 있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전까지 하이재킹에 대한 기장의 표준 대응은 ‘일단 납치범이 요구하는 대로 비행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조종실 문을 열어주고 납치범의 요구대로 응해 안전하게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이 승객 안전을 위한 최선이었다.



* 서울에서도 의외로 하이재킹이 많았다 - 우리나라 최초의 하이재킹은 1969년 12월 11일 낮 12시25분에 있었다. 강릉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YS0-11기가 이륙 11분만에 피랍되어 원산 인근의 선덕 비행장에 강제 착륙한 적이 있다. 북한은 사건 발생 2개월만인 1970년 2월14일에 판문점을 통해 39명의 승객을 남쪽으로 송환해 주었다. 하지만 4명의 승무원과 8명의 승객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억류되어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사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 적군파가 장악한 요도호를 서울에서 평양이라고 속이다 - 일본에서 북한을 추종하던 적군파들이 1969년에 일본항공 여객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으로 넘어가려다 우리 관제사의 기지로 평양이 아닌 서울 김포공항에 착륙한 적이 있다. 그때 까지만 해도 북한의 관제 시스템이 열악해 북한과 교신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간파한 관제사가 지리를 잘 모르는 적군파들을 속여 김포로 유도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긴급히 공항에 ‘적군파 평양 도착 환영’이라는 플랭카드까지 내걸며 북한인 것 처럼 위장했다. 하지만 공항에 노스웨스트 여객기가 있는 것이 들통나 체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 요도호 사건이 낳은 ‘영웅’ 야마무라 운수차관 - 일본은 적군파에 의해 피랍된 승객들을 구출하기 위해 야마무라 운수차관을 협상단 대표로 서울로 보냈다. 납치범들의 목적이 북한에 무사히 가는 것임을 알게 된 야마무라는 인질들을 김포공항에 모두 풀어주면 자신이 인질이 되어 북한까지 동행하겠다고 제안한다. 납치범들도 이에 동의했고 자국민을 구한 야마무라 차관은 일본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 고공 1만 피트 이하에선 조종사 호출 금지 - 비행기가 이륙한 후 1만 피트 이하의 고도에서는 조종사들이 비행에만 집중해야 한다. 때문에 비상 상황이 아니라면 승무원도 기장에게 호출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만약 이 시간에 기장이 호출되면 그것은 십중팔구 하이 재킹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 비행기 조종실 문은 안에서 열지 않는 한 늘 ‘CLOSED’ - 1999년 7월 23일 우울증을 앓고 있던 28세의 일본 청년이 비행 중인 기장을 살해한 ANA 061편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일본 항공당국은 비행 중 조종실 문을 항상 잠가두도록 의무화했다. 하이재킹이 발생해 승객이나 승무원의 생명이 위협받더라도 그들의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끝까지 조종실을 지키라는 것이다. 이전까지 승객에게 부분적으로 허용되던 조종실 견학도 금지됐다. 9.11 테러 이후 조종실 보안 정책은 더욱 강화되어 현재 전 세계 모든 항공사는 승객이 탑승을 시작하는 시점부터 완전히 하기 할 때까지 승무원 외에 누구도 조종실 출입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설령 일부 승객이나 승무원의 희생이 따르더라도, 기장은 지체없이 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해 당국의 조치를 기다려야 한다.

* ‘식별코드 7500’은 납치된 비행기 - 비행기 기장은 국제법에 의해 비행기나 탑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범이 있을 경우 어떤 국가에도 비상착륙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 유럽과 북미에서는 해당국이 기장의 이런 권한을 거부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기 시작했다. 납치된 비행기의 식별코드가 7500인데, 이 비행기의 자국 영공 진입도 불허하기 일쑤다.

* “통과할 수 있는 구름이냐 아니냐” - 하늘 위 공기는 대단히 맑고 깨끗하다. 먼지와 같은 응결핵이 전혀 없다. 이런 순수한 물은 0도 이하에서도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불순물이 전혀 없는 물은 영하 48도에서도 얼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이렇게 0도 이하에서도 얼음이 되지 않고 액체 상태로 남아 있는 물을 ‘과냉각수’라고 한다. 태평양이나 대서양 상공에 발달한 적란운 속에는 응결핵이 될 수 있는 부유물이 거의 없어 영하 수 십도에서도 얼지 않고 과냉각수 상태로 남아 있다. 그래서 구름도 잘 살펴야 한다. 모든 구름을 피해 가다간 연료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조종사들은 진입하면 안되는 적란운을 만나면 고민을 하게 된다고 한다. 통과할 수 있는 구름이냐 그렇지 않은 구름이냐를 구별하는 능력이 조종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 죽음을 무릎 쓰고 랜딩기어베이에 숨어 바다를 건넌 소년 - 비행기 안에서 성인이 들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은 오직 대형 비행기의 랜딩기어베이 부분 뿐이다. 여기에 몰래 숨어 밀항하는 경우가 예전부터 적지 않았다.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 안에 숨어 있다가 랜딩 기어에 끼어 사망하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미국에선 이런 상태를 ‘crushed’라고 표기하는 데, 말 그대로 ‘으깨져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946년 8월 당시 12살에 불과했던 인도네시아 소년 바스 위가, 비록 화상으로 피범벅인 상태에서 발견되었지만, 처음 시도한 랜딩기어베이 속 비행기 밀항에 성공했다. 이후 수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지만 착륙 준비를 위해 랜딩기어가 내려가는 순간 하늘에서 그대로 추락하는 일들을 비롯해 대부분의 시도는 끔찍한 실패로 돌아갔다.

* 스튜어디스를 처음 탑승시킨 보잉 - 1930년 5월15일 보잉항공은 최초로 여성 객실승무원을 탑승시켰다. 여성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어쨋든 이것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1936년까지 모든 미국 항공사에는 스튜어디스가 탑승했다. 당시 스튜어디스의 자격 요건은 꽤 까다로왔다. 미국 항공사에 지원하려면 대학을 나와 간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엄격한 외모 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키는 163cm 이하에 체중은 53kg을 넘을 수 없도록 했고 미혼이여야 했다. 1960년대 이후 B707 같은 대형 제트 여객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든 항공사에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사항이었다. 이런 비인권적인 규정은 1968년 미국의 평등고용위원회가 여성의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단계적으로 폐지되었다.

*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는? - 무려 583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민항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1977년에 발생했다. 공항 타워의 지시를 잘못 알아듣고 이륙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KLM의 B747이 이륙하다, 활주로를 빠져 나가던 팬암B747과 충돌한 것이다. 그나마 지상에 있던 팬암기에 있던 탐승객 중에 비행기가 폭발하기 전에 뛰어내린 7명의 승무원과 54명의 승객만 살아남았다.

* 비행기 콜사인의 내력 - 콜사인은 193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항공사는 회사 이름을 콜사인으로 사용한다. 대한항공 콜사인은 코리안에어(Korean Air) 뒤에 세 자리 숫자로 된 비행편명을 붙인다. 비행편명은 서울 출발편의 경우 홀수, 도착편은 짝수가 된다. 코리안 에어 뒤의 숫자 중 맨 앞자리는 지역을 나타낸다. 미주 노선이 0이고, 호주와 뉴질랜드 등 오세아니아는 1, 동남아는 6. 일본은 7, 중국은 8, 유럽은 9가 붙는다.

* 깨끗한 비행기 실내 공기 - 여객기 객실로 유입되는 공기는 부유물이 거의 없는 새파란 고공의 공기를 압축한 것이기 때문에 지상의 공기보다 훨씬 깨끗하다. 여객기 동체의 후면이나 배면에는 작은 공기 배출 밸브가 달려 있는데, 객실 내부의 공기는 이 밸브를 통해 약 2~3분마다 외부 신선공기로 완전히 교체된다.

* 객실 화재 발생시 산소마스크는 오히려 ‘독’ - 객실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산소 마스크를 작동시키면 절대 금물이다. 신선한 산소가 공급되어 화재를 더욱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객실의 산소마스크는 오로지 실내 공기압이 희박해 여압이 상실된 때만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 비행기 화재 시 골든 타임은 17분 - 영국 민항 당국이 2002년에 그 동안 발생한 기내 화재 사고들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공중에서 즉각적으로 진압되지 않는 화재가 발생한 경우 비행기들의 평균 체공 시간은 17분이었다고 한다. 화재 발생 후 17분 이내에 착륙하지 못하는 비행기는 통제력을 상실하고 모두 추락했다는 얘기다.

* 금연 불구 비행기 화장실에 금연 문구, 왜? - 기내 흡연을 전면 금지한 후에도 화장실 문 중앙에 금연 문구를 부착하고 재떨이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유지되고 있다.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몰래 담배를 피우더라도 꽁초를 발화 위험이 있는 휴지통에 버리지 말고 재떨이에 버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휴지통 안에서 화재가 날 경우 자동으로 소화기가 작용되도록 되어 있다. 특히 화장실 문을 안에서 잠그더라도, 밖에서 잠금을 해제할 수 있게 제작되어 있다.

* 비상탈출 시 최대 장애 ‘짐 챙기기’ - 비상탈출을 지휘하는 승무원들이 가장 큰 장애물은 승객들이 너도나도 소지품을 먼저 챙기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승객이 그 상황에서도 선반을 열고 필사적으로 가방을 꺼내려다 본인은 물론 타인의 희생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비상 상황에선 무조건 승무원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슬라이드로 비상 탈출할 때 승무원의 국제표준용어는 ‘Please remove your heels(신발을 벗어주시겠습니까)’가 아니라 ‘Shoes off, Go(신발 벗어, 뛰어!)다. 위기 상황에선 반말이 용인된다.

* 제트 여객기 신화를 만든 보잉 - 보잉은 목재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윌리엄 보잉이 1916년 7월 15일에 세웠다. 그는 중국에서 MIT로 유학을 와 있던 웡쯔라는 천재 기술자의 도움으로 보잉 모델-C를 개발했고 때 마침 터진 세계 1차 대전 덕분에 괄목할 성장을 한다. 곧이어 발발한 2차 대전 때 보잉은 금속 동체에 제트 엔진을 장착한 혁신적인 전폭기를 개발해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이후 보잉은 프로펠러 비행기가 아닌, 제트 여객기로 대박을 친다. 중단거리용 여객기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B737에 이어 ‘점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B747로 전세계 여객기 시장을 평정했다.

* 여객기의 이단아 콩코드 - 보잉이 전 세계 여객기 시장을 석권하자 과학과 철학 등에서 서구 문화의 리더라고 자부해 온 유럽 사람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프랑스 드골 총리가 추진 중이던 초음속 여객기 프로젝트에 영국이 합작을 제안하면서 두 나라가 함께 만든 비행기가 콩코드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좋지 않았다. 콩코드가 막 상업용 운항을 시작할 1977년에 석유파동이 터졌다. 유가가 수직상승하면서 콩코드를 운영하는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에어의 사업효율은 날로 악화되어 갔다. 실제 제작된 콩코드도 에어프랑스와 브리티시에어에 인도된 14대 뿐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콩코드가 음속을 통과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폭음과 충격파였다. 미국 의회가 소음과 오존층 파괴를 이유로 콩코드 운항을 제한하는 법안을 의결하자, 그나마 콩코드를 도입하려던 한공사들도 부문을 취소했고 그렇게 콩코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 ‘트윈 엔진 와이드보디’ 시대를 연 에어버스 - 에어버스 설립자 로저 베테유는 프랑스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이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조종사이자 엔지니어 출신이다. 그는 객실 복도 수가 두 줄인 와이드보디로 구성한 A300으로 히트를 쳤다. 엔진을 2발 장착하고도 연료를 덜 쓰면서 보잉의 B707에 비해 100명이나 더 태울 수 있는 이 여객기에 항공사들은 환호했다

* ‘라이벌’ 보잉과 에어버스 - 두 여객기의 진짜 차이는 자동조종 시스템에서 드러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잉은 어떤 경우라도 조종사가 비행기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설계한 반면 에어버스는 컴퓨터가 조종사의 통제를 제한하거나 개입할 수 있게 설계됐다. 보잉의 창업주 윌리엄 보잉이 완벽주의자 였다면, 에어버스의 베테유는 ‘인간은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목재업으로 부를 축적한 보잉이 튼튼한 비행기를 만들려 했다면, 베테유는 무엇보다 안전성을 최우선했다.

* 비행 항로 넓이는 최대 13km 최소 1.6km - 항로의 폭은 전통적으로 13km로 설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정밀 항법 장비를 갖춘 비행기만 다닐 수 있는 항로나 공항 주변과 같이 비행기가 많이 몰리는 공역에서는 1.6km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항로의 중간중간에는 지구 표면 한 점의 좌표로 정의 되는 웨이포인트(Waypoint)가 있다. 항로가 꺾이는 지점을 표시하거나 관제사들이 비행기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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