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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시장은 사라지고 정부만 남은, 돈 풀기에 미쳐버린 세상 속에서

입력 2020-06-1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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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우 보현한의원 원장

지난 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인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국가 간 이동이 극도로 제한되고, 한 국가 안에서도 외출이나 모임 등의 일상적인 활동조차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제한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결국, 코로나 사태는 급격한 시장의 위축을 불러왔다.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곳에서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이어졌다. 부도 위기에 빠진 기업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그렇듯 정부는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개입에 나섰다. 신속성과 규모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막대한 돈을 시장에 풀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어도 위축된 시장 상황이 그대로 지속되거나 더 심한 불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원래 시장이 수행했던 기능을 정부가 대체해버렸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이 직업을 잃거나 소득의 상당부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일시적으로 생계유지를 위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지원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전에 각자가 예상치 못한 위기를 위해 준비한 저축이나 사적 보험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신설된 양육에 대한 보조금이나 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금도 과한 측면이 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강화되어온 실업급여정책이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고 수령액을 늘리는 것은 근로자들의 고용유지 의욕을 떨어뜨리고, 실직상태를 길어지게 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루 8시간 애써 일해서 버는 돈과 실업급여가 비슷하다면 누구든 후자를 택할 것이다.

결국 정부가 지급하는 실업급여가 시장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빠르게 늘어난 실업급여 지급액은 정부 부채를 늘리고, 궁극적으로 성실하게 납세하는 고용주와 근로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갈 것이다. 코로나 사태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은 5월에 월간 1조를 돌파하여 역대 최고를 기록 중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개인들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도 위기에 빠졌다. 기업이 무너져서 생길 대규모 실업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막대한 지원책들을 발표했다. 지원 대상 기업 중에는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정상적으로 운영되었을 기업들도 일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시장에서 마땅히 구조조정을 받거나 퇴출되어야 할 부실기업들도 그대로 존속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소비자 선택을 통해 결정되어야 할 기업의 흥망성쇠가 정부의 선택에 맡겨지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대마불사 등의 논리에 따라 마땅히 사라져야 할 기업들이 정부 지원 덕에 좀비처럼 살아남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정부정책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는 경향이 더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문제다.

시장경제의 우월성은 경쟁을 통한 ‘거름과정’이 작동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기업이 더 많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되는 것에 의존한다. 정부의 임의적인 결정이 이런 시장의 ‘거름과정’을 대체함으로써 시장은 제거할 수 있었을 수많은 비효율을 남길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혁신은 점점 더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은 늦춰지거나 정체되고 말 것이다.

극심한 불황이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엄청난 ‘돈 풀기’가 화폐의 타락속도를 가속화했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한 지원책이지만 재난지원금과 같은 형태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금살포는 실업급여와는 약간 성격이 다르다. 이것은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획득되어야 할 재화와 서비스를 정부가 배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단지 정부가 지급한 돈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지급하는 쿠폰으로 생필품을 구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재난지원금은 생계가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한 긴급구호의 탈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양적완화정책의 하나에 불과하다. 재난지원금 외에도 다양한 코로나 관련 대출상품들, 한국은행이 단행한 금리 인하,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 매입 등을 종합하면 ‘돈 풀기’가 대책의 전부다. 이것의 본질은 위기에 빠진 개인과 기업을 위한 구호활동이 아니라 자신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통해 회피하려는 시도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한, 소득세 인상 등의 인기영합(populism)적 정책의 영향으로 불황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이번 사태가 아니었더라도 ‘돈 풀기’는 좌파적 성향의 정부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쩌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경향은 이번 정부의 ‘돈 풀기’ 정책에 일종의 면죄부가 된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식의 인플레이션 정책은 결코 위기를 극복하고 실업률을 낮출 수 없다는 사실이다. 현대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반복되는 경제위기의 중심에는 언제나 화폐의 타락이 있다. 무분별한 양적완화는 화폐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구매력의 급격한 저하는 결국 화폐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화폐의 신뢰가 무너진 곳에서는 대규모의 자본유출이 일어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들에서 자본유출은 더욱 급격하게 나타나고, 결국 경제공황으로 이어진다.

구매력의 저하는 또한 물가상승을 의미한다. 하지만 물가상승은 결코 모든 재화와 서비스에 동시에 발생하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주식, 교육이나 의료 등 특정 분야의 자산과 서비스의 가격이 먼저 오르게 된다. 그 결과 이런 형태의 자산을 소유하거나 이런 분야의 직업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빈부격차는 급속도로 커진다. 성실한 근로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수익의 상대적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그것은 신중하게 소비를 줄이고 꾸준히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준다.

결국 사회에서 가장 성실한 사람들마저 근로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그들 또한 저축을 포기하고 그 대신 대규모 레버리지를 일으켜 한탕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제스가 지적했듯이 경제성장의 유일한 원동력은 저축이다. 저축이 아닌 빚으로 성장한 사회는 언젠가 그 성장을 반납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기 위해서는 우리는 궁극적으로 시장에 의존해야만 한다. 우리가 시장에 의존하는 이유는, 특정 개인이나 정부가 적절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시장에서 발견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이에크는 자유주의자를 문제 해결에 있어서 시장의 자연발생적 힘에 의존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수많은 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각자가 지닌 최선의 지식을 시장에 내놓고, 그런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인 해결책이 발견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시장을 포기하고 정부에 의존하는 것은 인류가 문명의 진화를 통해 얻은 가장 강력한 문제해결 수단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송상우 보현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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