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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열린 공간’과 ‘웰니스’…열려있으면서도 ‘프라이빗’한 국제갤러리

[문화공작소]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난 '국제갤러리'

입력 2020-06-23 19:00 | 신문게재 2020-06-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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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의 리뉴얼을 거쳐 재개관한 국제갤러리 K1 외부전경(사진제공=국제갤러리)

 

“리뉴얼의 콘셉트는 ‘열린 공간’과 ‘해외 콜렉터의 집’입니다. 1층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과 가까운 전시장, 오픈카페, 중앙 로비로 좀 더 열린 공간으로, 2·3층은 프라이빗 공간으로 꾸렸습니다.”

2년 동안의 대대적인 리뉴얼에 돌입했던 국제갤러리가 재재관을 기념하는 ‘최욱경 개인전’(7월 31일까지)으로 기지개를 켰다. 1987년 삼청동에 자리한 이래 설립 38주년을 맞은 국제갤러리는 보다 열려 있으면서도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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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여의 리뉴얼을 거쳐 재개관한 국제갤러리는 ‘열린 공간’ ‘웰니스’ ‘프라이빗’을 표방한다.(사진=허미선 기자)

 

1층은 추상표현주의 화가 최욱경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와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신작 벽화 ‘트래이싱 4-1’(Tracing), ‘트래이싱 6-1’로 꾸린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트래이싱’ 시리즈는 2016년에서 열린 ‘유명한 무명’ 전시에 설치됐던 김영나의 ‘SET v.4’ ‘SET v.6’ 일부를 60cm 너비의 띠로 재단한 작품이다.

 

2, 3층은 아베 고이치 셰프가 선보이는 파인다이닝을 맛볼 수 있는 ‘더 레스토랑’과 헬스, 요가 등이 가능한 피트니스 공간으로 꾸렸다. 2, 3층과 지하 1층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담당했던 태오양 스튜디오의 양태오 대표가 “해외 콜렉터의 집”이라고 표현한 이 공간들은 ‘웰니스’(Wellness, 신체적ㆍ정신적ㆍ사회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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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스토랑’ 천장에는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2017년작 ‘솔 르윗 뒤집기-22배로 확장되고 다시 돌려진, 열린 기하학적 구조물 2-2, 1-1’가 설치됐다(사진제공=국제갤러리)

 

‘웰니스’는 국제갤러리 뿐 아니라 뉴욕 현대미술관(MoM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등에서도 주목하는 주제다. 심신 안정을 위한 전시 및 예술공간을 비롯해 신체 건강을 위한 운동, 요가, 명상 등을 즐기고 식사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카페, 레스토랑 등이 갖춰져 있다. 

‘더 레스토랑’ 천장에는 설치미술가 양혜규의 2017년작 ‘솔 르윗 뒤집기-22배로 확장되고 다시 돌려진, 열린 기하학적 구조물 2-2, 1-1’가 설치됐다. ‘솔 르윗 뒤집기’는 개념미술가이자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의 입방체 구조를 참조한 블라인드 연작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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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재개관전 작가 최욱경(사진제공=국제갤러리)

‘솔 르윗 뒤집기’를 비롯해 박서보, 하종현, 문성식, 루이스 부르중아, 칸디다 회퍼, 제니 홀저, 줄리안 오피, 바이런 킴 등의 작품들이 갤러리 곳곳에 일상처럼 자리한다.  


 

◇단색화 위주 갤러리에서 확장된 ‘최욱경 개인전’

1층 전시장에서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최욱경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단순한 화이트 큐브 갤러리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우리 집에 그림들을 걸면 어떤 느낌이 나는지를 연상시킬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갤러리 관계자의 설명처럼 보다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관점으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애초 박서보, 이우환 등 단색화가들의 전시가 봄, 가을로 계획돼 있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동을 맞으면서 국제갤러리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최욱경 개인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단색화 명가’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다른 장르로의 확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최욱경은 서울대학교 미대 졸업과 동시에 도미한 추상회화 작가다. 한국에서 단색화가 주류로 형성되던 시대에 미국에서 작품활동을 펼친 그는 당시 미국 화단을 이끌던 웰렘 데 쿠닝, 로버트 마더웰, 잭슨 폴록 등 추상표현주의 대가들과 팝아트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자신만의 필체를 창출했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2005년, 2016년 개인전이 캔버스 대작을 중심으로 전시했다면 이번엔 종이로 제작한 컬러·흑백 소품들 40여점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경험, 일상 등을 조각으로 삼아 재배열한 추상표현주의 작품들로 자전적 이야기, 개인 연애사부터 인종차별, 남녀차별, 빈부격차 등 사회적 이슈까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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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재개관전 '최욱경 개인전'(사진제공=국제갤러리)

 

잉크, 목탄, 콩테, 유화, 아크릴 물감 등 다양한 재료들로 판화, 콜라주 등으로 구현해낸 최욱경의 소품들은 컬러와 흑백으로 나뉘어 전시 중이다. 컬러소품이 원색 대비와 강렬한 붓터치, 자유로운 드로잉, 재기발랄한 감각 등이 돋보인다면 흑백 작품들은 터프한 스케치를 바탕으로 판화, 글로시페이퍼, 하드보드 등 다양한 미디어 위에 표현된다.

매트한 무광의 판화 두점을 콜라주해 재배치하거나 글로시 페이퍼로 광택을 살린다. 한국의 민화, 산, 꽃 등 한국적 소재들을 활용한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문예가이기도 했던 작가의 시가 적힌 연애사, 까마귀를 소재로 날개의 움직임을 강렬하게 중첩시켜 꽃처럼 표현한 새의 날개짓, 형상화된 꽃과 군중들 등에서 소소하지만 작가 내면의 열정과 치열함, 그리움 등이 만져진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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