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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금 폭탄으로는 부동산 가격 못 잡는다

입력 2020-07-12 15:31 | 신문게재 2020-07-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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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취득·종부세 3종 세트인 7·10 부동산 대책이 고강도라는 데는 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종합부동산세율이 배 가까이 뛰고 양도소득세, 취득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 보유를 차단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 그러나 집값을 역대급 ‘세금 폭탄’으로 잡아 시장에 맞서겠다는 설익은 대책이라는 의문이 앞선다. 공익을 위해서라 할지라도 부동산 시장을 거스르고 왜곡할 여지가 다분하다. 22번째 ‘규제의 역설’이 우려되는 이유다.

핵폭탄급 세금으로 초기 파급력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공급대책 없이 세금만 동원해서 투기수요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지 못한다는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다주택자에게 매각을 유도하려면 오히려 양도세를 완화해 출구를 만드는 게 합리적이다. 종부세 인상은 1주택자 세 부담 경감 원칙에서도 어긋난다. 고가 다주택을 타깃으로 하면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시장 효과가 나려면 세제뿐 아니라 금융·교육·교통 등을 아우르는 종합대책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징벌적·보복적 세금 정책은 잘해야 대증요법으로 끝난다.

세금이 아니라 벌금 같은 종부세로 이미 저지른 부동산 실정(失政)이 바로잡히지 않는다. 다주택 수요 잡기를 명분으로 보유세가 늘면 어떻게든 임차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정부 말을 들으면 더 손해라는 정서가 지배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공급 부족이 우려돼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주택 거래 감소 등으로 부동산 빙하기가 오면 일자리 10만개가 사라진다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보고서도 참고할 만하다. 거래가 되더라도 저가의 ‘못난이’ 주택을 먼저 팔거나 양도보다 증여를 택할 개연성이 높다. 양도세 회피 증여라는 우회로 차단을 위해 23번째 대책을 만들면 된다고 생각할는지 모르겠다.

그러한 대책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는 건 한계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종부세가 집값 안정이라는 도입 목적에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종부세의 효과 유무는 참여정부 당시 검증됐다. 현 정부의 9·13 대책도 종부세 세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다. 증세 대책이라는 비판까지 나오는 것은 시장 친화적인 규제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금이 낮아 집값이 오른 건 아니었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주택 공급이라는 정공법을 자꾸 피하면서 비현실적인 가정 위에서 대책만 추가하는 것이 잘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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