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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미국의 화웨이 제재, 그리고 5G 디커플링

입력 2020-07-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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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여러가지의 제재를 통해서 세계가 화웨이의 5G 장비 사용을 차단하기에 나섰다. 화웨이는 1987년에 세워진 중국 통신 장비 제조 기업인데 지금은 5G 통신 장비 분야에서 세계 최대가 되었다. 2018년 현재 시장점유율 31%이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견제가 시작된 것은 2008년 부터지만, 전방위 압박으로 확대된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대인 2018년부터다. 미 연방통신위원회는 중국 통신장비 사용업체에 대해서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기업 제품 사용 금지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했다. 그 해 10월 캐나다 수사 당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런정페이 회장의 딸이자 화웨이 CFO인 멍원조우를 캐나다에서 체포했다. 2020년 5월 미국 상무부는 미국이 아닌 제3국에서 제조한 반도체라도 미국 기술이나 장비를 활용한 제품은 화웨이에 팔지 못하게 하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과 호주는 진작부터 동참을 선언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미국의 요구에 미온적이전 나라들도 중국의 코로나 사태 대응 태도와 홍콩 국가안전법 강행 사태를 보면서 제재에 동참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어 가고 있다. 반면 러시아 이란 터키 파키스탄 등 권위주의 정권이 통치하는 나라들은 화웨이 장비응 화웨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화웨이 5G 장비의 사용 여부는 이제 미-중 디커플링의 또 다른 얼굴이 되었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국가안보 차원의 고려다. 화웨이의 통신장비를 통해 자유세계의 정보가 중국에 도청당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화웨이 장비에 기반한 사회가 파괴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 악용의 구체적 사례가 드러난 적은 없다. 그럼에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점점 드러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행동 방식에 비추어 볼 때 충분히 걱정해야만 하는 위험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자동차, 원격 의료, 화상 교육, 스마트 시티, 사물 인터넷, 안면 인식 시스템 등 앞으로 형성될 세상에서 5G 통신망은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다. 만약 5G 통신망을 지배하는 자가 악용하려 한다면 경제와 사회의 구석구석을 통제할 수도 있고 마비시킬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5G를 담당하는 통신사는 소비자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하는 기업이어야 한다. 시장경제 국가의 대부분 기업들은 당연히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을 잃어서 망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인 화웨이는 다를 수 있다. 중국의 어떤 기업이라도 중국 공산당이 명령하면 복종해야 한다. 법조문에 그렇게 쓰여 있기도 하지만 법이 없더라도 중국의 기업이든 개인이든 공산당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중국 기업의 속성이 그렇기 때문에 중국 기업인 화웨이가 다른 나라의 통신망을 설치하고 관리할 경우 소비자 주권의 관철될지 자신할 수 없다. 특히 중국 공산당에 의해 악용될 소지는 항상 있다.

미국의 제재는 세가지 경로로 화웨이에 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시장 차단이다. 미국 정부의 중국 제품 사용자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지, 국방관련 시설에서의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 등은 미국내 화웨이 매출을 감소시킬 것이다. 일본, 호주, 영국 등에서도 화웨이의 시장을 잃고 있다. 판매가 줄어드는 만큼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도 어려워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5G 장비의 중요 부품인 반도체 공급에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5G 장비에는 7nm 급의 최첨단 AP(Application Processor) 반도체가 필요한데 그것을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은 대만의 TSMC 와 삼성전자만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SMIC 등 중국의 반도체 기업들이 7nm 수준의 정교한 반도체 생산기술을 갖출 때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TSMC는 이미 화웨이에 대한 중단을 결정했고 삼성전자 역시 최근 화웨이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화웨이의 5G 비즈니스는 부품 조달 차원에서도 난관에 부딪혀 있다.

세번째의 타격은 기술확보 경로의 차단일 것으로 보인다. 특허 컨설턴트인 패턴트 리절트의 분석에 따르면 화웨이가 보유한 최고 기술들의 2/3는 미국, 캐나다 등 서방 기업에서 매입했거나 그 나라 출신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해서 얻은 것들이다. 미국 정부는 그 경로도 차단하고 나섰다.

이처럼 중국은 서방의 시장과 부품 서플라이 체인과 기술 및 인력 시장으로부터 디커플링 되어 가고 있다. 디커플링의 결과는 무엇일까? 극단적인 경우 미국을 비롯한 자유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국가들이 서로 별개의 분리된 차세대 통신망을 만들고 사용하게 될 수 있다. 사실 지금도 중국은 세계와 분리된 별개의 인터넷망을 운영하고 있다. 차세대 통신망도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진영국들의 통신망과 중국을 따르는 나라들의 통신망이 서로 분리되어 설치,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는 5G 와 똑 같은 것일지는 확실치 않다. 아무튼 그렇게 된다면 전세계가 통합된 단일 5G 시스템을 택할 때에 비해 보급되는 속도와 시기는 늦어질 것이고 품질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화웨이의 최대 강점이던 가격 역시 화웨이가 있을 때보다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한국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하게 될까? 지금까지는 SKT와 KT는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의 장비를 섞어서 사용해왔고,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곳은 LGU+ 뿐이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가 선택한다면 미국 중심의 네트워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문제는 정치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좌파 정부가 계속 집권할 경우 중국 주도 네트워크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5G 통신망의 디커플링을 초래하고 있다. 그로 인해 통신과 산업의 발전은 지장을 받을 것이고, 소비자 역시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신이다. 그들이 5G 통신망을 통해 세계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 할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그 의심이 합리적인지 아닌 지에 대한 판단은 보는 사람이 관점에서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필자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화웨이처럼 공산당 지배를 받는 기업은 보통 기업과 달리 봐야 한다. 거래 상대방 기업은 경제적 이익만으로 거래에 임하지만 화웨이 같은 기업은 숨은 의도, 공산당의 숨은 목표를 경제적 이익 뒤에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LGU+ 이 사례에서 보듯이 보통의 기업들은 상대방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었든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와의 거래는 디커플링을 감수하더라도 차단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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