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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전미도 “특유의 느낌은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게, 즐기고 있죠”

입력 2020-08-0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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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CJ ENM)

 

“저는 공연은 그냥 할 거예요. 이미 시즌 2가 정해져 있어서 (신원호) 감독님이 6개월 동안은 딴 거 하고 오라고 시간을 주셨어요.”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신경외과 부교수 채송화로 분했던 전미도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9월 13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1관)으로 무대에 복귀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시즌제로 정해져 있다 보니 다른 드라마 스케줄을 정하기도, 드라마에 적응하기도 전에 또 다른 역할에 도전하기도 어려웠어요. 장기간을 낮밤이 뒤죽박죽돼 지내다 보니 쉬고 싶었죠. 게다가 공연계에서 계속 러브콜을 주시는데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CJ ENM)

이어 전미도는 ‘어쩌면 해피엔딩’에 대해 “스케줄적으로, 작품적으로 한번은 더 하고 싶었다”며 “지난번에 해결하지 못한 걸 깔끔하게 해결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신형의 개발로 버려진 구형 헬퍼봇인 올리버(정문성·전성우·양희준,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 순)와 클레어(전미도·강혜인·한재아) 그리고 올리버가 기다리는 주인 제임스(성종완·이선근)의 이야기다.

재즈 마니아로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제주도로 간 주인 제임스를 기다리는 올리버와 인간에게 받은 상처를 애써 감추고 밝게 살아가는 클레어의 사랑이야기다. 2014년 우란문화재단에서 개발·기획돼 2015년 트라이아웃 공연, 2016년 초연, 2017년 앙코르, 2018년 재연까지 전석매진을 기록하며 사랑받았던 극이다.

뮤지컬 ‘귀환’ ‘신흥무관학교’ ‘젠틀맨스 가이드’ ‘환상동화’ ‘프라이드’ 등의 김동연 연출작으로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등에서 호흡을 맞춘 박천휴와 윌 애런슨 콤비가 작·작사·작곡했다.

로봇이 상용화된 미래 이야기지만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아날로그적인 헬퍼봇들의 로맨스, 인간에 대한 믿음과 희망 등이 빈티지한 감성, 재지한 사운드 등에 실린다. 전미도는 2015년 트라이아웃, 2016년 초연, 2017년 앙코르까지 클레어로 분했고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전미도)을 거머쥐기도 했다.

“금요일(7월 24일)에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99학번 의대동기들인 조정석·정경호·유연석·김대명) 파라솔 멤버가 다녀갔어요. 채송화 이미지와는 다르게 ‘깨방정’이 많아서 어떻게 봐줄까, 내가 하는 연기가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제 공연을 보고 드라마에 추천한 (조)정석 오빠는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는 했어요. 정경호랑 김대명, 두 사람은 너무 울어서 얼굴이 빨개져서 왔더라고요. 넷 다 정말 재밌게 봤다고 칭찬과 찬사를 보내줬어요. 네 사람이 날짜를 맞춰 제 공연을 같이 보러와 준 게 너무 고마웠죠. 그나마 하루 쉬는 날, 있던 스케줄도 빼고 와줬어요. 친구로 지낸 시간이 가짜는 아니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더라고요.”


◇여전히 좋은 작품 ‘어쩌면 해피엔딩’
 

전미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CJ ENM)

 

“좋은 작품은 틀림없어요. 연습을 하면서 새삼 또 깨달았죠.”

전미도는 “이상하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촉박하게 연습하게 된다. 연습할 게 너무 많은데 모자란 시간에 그걸 해내느라고 바빴던 작품”이라며 “이번엔 정말 꼼꼼하게 대본을 살폈는데 진짜 너무 좋은 작품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무대가 (큰 데로) 바뀌면서 한발 더 가는 게 이렇게 숨차고 힘들구나 싶었는데 그래도 잘 적응했어요. 초연 때는 음악감독님의 큐를 받아가면서 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연주자들이 위로 올라가 볼 수 없어서 아쉽긴 해요. 하지만 객석에서 보니 진짜 반딧불 같더라고요. 무대 등은 바뀌었지만 드라마나 정서는 바뀌지 않아서 잘 적응하면서 ‘어쩌면 해피엔딩’을 즐기고 있죠. 게다가 극장이 커졌으니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잖아요.”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중 클레어 역의 전미도(왼쪽)와 올리버 정문성(사진제공=CJ ENM)
커진 무대, 새로운 무대 장치와 배치, 새로운 출연진에도 여전한 드라마와 정서가 주는 에너지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했던 정문성과의 호흡으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정문성과 전미도는 2016년 초연과 다음해 앙코르까지 함께 하며 호흡을 맞췄다.

“드라마에서는 (전미도가 연기하는 채송화는 신경외과 부교수, 정문성의 도재학은 늦깎이 흉부외과 치프 레지던트로) 과가 달라서 자주 못만났어요. 지나가다 인사를 나누는 정도여서 갈증이 있었는데 ‘어쩌면 해피엔딩’을 같이 하게 됐죠. 제가 이 작품으로 돌아오는 데 반드시 정문성 오빠가 있어야 했어요. 그게 가장 중요한 면이었죠. 문성 오빠랑 있어서 ‘어쩌면 해피엔딩’ 특유의 느낌을 잃지 않으면서도 색다르고 재밌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기적 표현이나 캐릭터 해석도 초연과는 달라졌다. 초연보다는 좀더 로봇에 가깝게 표현하는 극 초반 인물들의 동작과 말투 등이 그 예 중 하나다. 전미도는 “초연 때는 로봇이라는 것 보다 드라마가 가진 정서를 표현하는 데 급급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로봇으로 먼저 출발하진 않았어요 사람에 좀 더 가까운 모습이었죠. 어쨌든 로봇들의 사랑이야기잖아요. 사람들 사랑과의 차별성을 고민하다가 점점 심플하게 하려고 했죠. 올리버는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는 캐릭터고 클레어는 끄집어내 행동하고 찾아나서죠. 그런 면을 부각시키려다 보니 긍정적이고 쾌활하고 밝은 에너지가 나왔던 것 같아요.”

초연에서 ‘로봇’이라는 정체성 보다는 캐릭터 표현에 집중했다면 재연에서는 “누가 나서서 ‘그렇게 하자’ 한 것도 아닌데 각 배우들이 로봇처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 ‘나 너무 사람 같은데’라는 자의식이 들면서 본능적으로 로봇스러운 방향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초연 때도 그랬어요. 저와 문성 오빠 뿐 아니라 (또 다른 올리버 역의 김)재범 오빠도, (정)욱진이도 그랬죠. 초반의 감정적인 것들을 로봇스럽게 해놔야 이후 변화지점이 더 잘 보이거든요.”


◇후배들과의 소통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즐겨!”

전미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CJ ENM)

 

“클레어가 사실 되게 어려워요. 저도 처음엔 할 게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출발해야할지 몰라 시행착오를 겪었어요. 동생들(강혜인, 한재아)도 똑같은 과정을 격고 있죠. 가끔 ‘이런 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데 정답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기 보다는 같이 고민하려고 해요.”

이어 “후배들이 저에게 고민거리를 가져와서 같이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반가운 일”이라며 “정답을 정의 내릴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서 얘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 배우 다 태도가 좋아서 개인적으로도 좋아하게 됐어요. 아직은 완벽하지 않으니 표현하는 데 부끄러울 수도, 어색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걸 극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게 제 어릴 때를 보는 느낌이에요. 그러다 보니 너무 예뻐 보이고 치얼업(Cheer Up) 해주고 싶어져요.” 

 

어쩌면 해피엔딩
소통하고 배우기도 하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후배들. 위 클레어 역의 한재아(왼쪽)와 올리버 양희준, 아래 올리버 역의 전성우(왼쪽)와 클레어 강혜인(사진제공=CJ ENM)
그리곤 “제가 배우기도 한다. 그들의 표현들 중 좋은 모먼트들은 허락을 받고 가져오기도 한다”며 클레어가 올리버의 성화에 종이컵 실전화를 받을 때 툭툭 치는 디테일을 예로 들어 “혜인씨가 하는 건데 좋아서 저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해줬어요. 끝내는 잘할 거라는 생각도 있었죠. 각자 가진 재료들이 좋은 배우들이고 참 열심히 하거든요. 무대에서 만나니 역시 좋은 배우들이더라고요. 사실 진도가 다르다 보니 (양)희준씨랑은 연습을 같이 많이 못했어요. 걱정을 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처음 느끼는 경험’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보니 별 상관이 없더라고요. 문성 오빠는 오빠대로 희준씨는 희준씨대로 주는 느낌이 좋아요.”

10년 넘게 수많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르며 이제는 이름 석자만으로도 “전미도잖아요”라는 믿음을 자아내는 그에게도 신인시절이 있었다. 당시를 전미도는 “늘 저한테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시절”이라며 “그 때문에 성장하기도 했지만 즐길 수 있는 걸 못 즐긴 느낌”이라고 털어놓았다.

“지금의 저라면 그때의 전미도에게 ‘너를 믿고 자신 있고 담담하게 해도 돼’라고 응원해줄 것 같아요. ‘너무 그렇게 스스로를 못살게 굴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금 함께 하는 후배들에게도 ‘너의 경쟁상대는 내가 아니다. 나는 표현할 수 없는, 네가 가진 장점이 있고 지금 잘하고 있다’고 격려해 줬어요. 1년 된 배우가 10년차가 넘는 저랑 같을 수가 없잖아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옥주현 언니처럼 노래하기는 불가능한 것처럼요.”

이어 전미도는 “비교하지 않는 것이 네 것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고, 신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믿으라고, 겁내지 말라고 얘기해줬다”고 덧붙였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단 한번도 지우지 않은 적 없는 기억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공연 중 클레어 역의 전미도(왼쪽)와 올리버 정문성(사진제공=CJ ENM)

 

“올리버와 클레어가 제주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요. 클레어가 ‘버려진 것’이라고 하지만 올리버는 부정하고 제임스를 찾아가죠. 올리버가 실제로 (버려짐에 대해) 경험하고 돌아오는 지점부터라고 생각해요. 그 경험 후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긴 거죠.”

그의 말처럼 “좋아하는 게 같거나 싫어하는 게 같으면 빨리 친해진다고 한다. 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중요하다. 하지만 올리버와 클레어는 버전도, 사람에 대한 생각도, 생활방식이나 사회성도 전혀 다른 로봇들”이 사랑에 빠진 이유를 전미도는 “경험의 공유”라고 꼽았다.

“제주로 떠나는 여정 가운데서 티격태격하며 정이 생기기도 했죠.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받고 돌아온 올리버는 클레어한테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예요. 올리버에겐 상처를 알아주는 유일한 상대가 클레어죠. 그 경험의 공유 후 제일 좋아하고 동경하던 반딧불이 얼마나 환상적인지를 같이 느끼고 공유하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엔딩은 온전히 열려 있다. 기억을 지우기로 결정한 올리버와 클레어지만 보는 이에 따라 ‘리셋’ 여부는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미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클레어 역의 전미도(사진제공=CJ ENM)

“사실 저는 단 한번도 기억을 지우지 않은 적이 없어요. 기억을 지운 이유가 사랑하면서 망가져가는 저(클레어)를 보며 가슴 아파하는 올리버를 보기 힘들어서거든요.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사랑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될테고 아픔과 슬픔도 계속되겠죠. 그래서 클레어라면 기억을 지웠을 것 같아요. 자기감정이 아닌 나 때문에 아픈 너를 위해 기억을 지우려고 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지우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어요. ‘충전기 왈츠’요. 너무 예뻐서 안지우고 싶어요. 결국 클레어가 기억을 지우고 안지우고는 관객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전미도의 해피엔딩…80세까지 연기하기!

“저에게 ‘어쩌면 해피엔딩’은 순수함을 잃지 않게 해주는 작품 같아요. 유독 이 작품은 미묘한 차이지만 순수함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명품처럼 만들어지기도, 그렇지 않기도 하거든요.”

그리곤 “제가 제일 무서워하고 경계하는 게 다 아는 듯 하는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배우 전미도의 ‘해피엔딩’에 대한 질문에는 “80세까지 연기하기”라고 털어놓았다.

“나이 든 제 연기를 보고 싶고 궁금해요. 대학 때부터 그랬어요. 제가 김혜자 선생님, 나문희 선생님 나이가 됐을 때 어떤 연기를 할지…. 그걸 꿈꿔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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