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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모차르트!’ 김준수 “나의 아마데! 나는 나는 음악”

[人더컬처]

입력 2020-08-10 17:00 | 신문게재 2020-08-1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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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올려지기까지 걱정도, 우여곡절도 많았어요. 작품이, 저의 뮤지컬 데뷔가 10주년이기도 하죠. 복합적인 감정들로 첫 공연에서 울컥 했어요. 첫 공연 뿐 아니라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되거나 지금 이 무대로) 끝나게 될까봐 한회 한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죠.”

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모차르트!’(8월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첫 공연에서 울컥했던 이유에 대해 김준수는 이렇게 답했다. ‘모차르트!’로 처음 무대에 올랐으니 그의 뮤지컬 데뷔 역시 10년을 맞았다.  

 

SHAO 아버지의 죽음_김준수 ⓒEMK Musical Company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중인 김준수(사진제공=EMK뮤지컬)

그 10주년에 김준수도, ‘모차르트’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라는 난적을 만나 그의 말대로 “걱정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미뤄졌고 매일을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으로 방역과 공연에 임하고 있는 상태에서 10주년을 보내고 있는 김준수는 “관객분들에 대한 감사함이 배가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데뷔한 작품으로, 더구나 같은 극장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자체가 감사하고 영광이에요. 10년 동안 정말 다양한 작품을 해왔구나 싶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연습을, 공연을 함께 하면서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을 받기도 해요. 그 10주년이 (코로나19로) 좋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도 10주년을 축하해주러 번거로운 방역과정과 답답한 마스크를 감수하며 귀한 발걸음을 해주시는 관객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뮤지컬 ‘모차르트!’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으로 평범하고 자유로운 삶을 갈구하는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김준수·박은태·박강현,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천재성을 상징하는 소년 아마데가 연대하고 갈등하며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따른다.

그의 여정에는 엄격하지만 애끓는 부정의 소유자인 아버지 레오폴트(윤영석·홍경수), 그에 대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잘츠부르크 대주교 콜로레도(민영기·손준호), 아내 콘스탄체 베버(김연지·김소향·해나), 새로운 길을 열어준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신영숙·김소현) 등이 함께 한다.

‘레베카’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그리고 내년에 선보일 ‘베토벤’의 작가·작사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와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Sylvester Levay) 콤비작으로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초연됐고 한국에서는 2010년 처음 관객들을 만났다.


◇은둔생활(?) 중 만난 ‘황금별’에 매료되다

김준수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한번도 해본적 없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했다면 못했을 거예요. 10년 전 감정, 노래 등이 그때의 제 상황과 많이 맞물려 있었죠. 테크닉적인 것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제 얘기를 모차르트를 빌어서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뮤지컬 데뷔 당시를 기억한 김준수는 “당시 제가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때 감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며 “그때의 감정을 최대한 살리고 10년 간의 노하우를 잘 버무려서 더 나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그가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한 때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몸담았던 동방신기와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고 1년여쯤 후였다.

“큰 변화를 겪고 1년여 동안은 은둔생활을 했어요. 뉴스만 틀면 저희 얘기로 도배가 되니 어린 마음에 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들었죠.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관객 앞에 설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지내다 ‘모차르트!’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처음엔 정중하게 거절했죠. 상황은 여전했고 상처도 아물지 않은 힘든 시절이었거든요.” 

 

김준수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람을 대면하는 것이 여전히 두려웠고 “그간 잘 해온 앨범, 콘서트 무대에 서는 것도 긴장되는 상황에서 음악적으로 달라진 모습, 한번도 해보지 못한 뮤지컬 장르로 팬들, 관객들과 대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거절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대본과 CD를 주셨어요. 1, 2주가 지나서야 덩그러니 놓인 대본이 보여 읽었는데 제가 얘기하고 싶었던,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랐던 응어리진 감정들이 있더라고요.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빼고는 저와 상황이 비슷했죠.”

이어 “천재라는 요소는 저의 ‘연예인’이라는 위치”라며 “저도 사람인데 왜 인격체로 존중하거나 봐주지 않고 가십거리로만 얘기할까 싶어 여러 감정이 들던 때”라고 덧붙였다.

“잘츠부르크를 뛰쳐나가려는 모차르트에게 콜로레도 교주만을 위해 노래를 쓰라는 아빠의 억압, ‘아빤 왜 천재성만 사랑해요.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나’라고 울부짖는 장면에서의 감정 등이 너무 와 닿았어요. 그러다 ‘황금별’이라는 넘버에서 눈물이 쏟아졌죠. ‘사랑은 구속이 아닌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 ‘때로는 아픔도 감수하는 것이 사랑’이라는 가사 자체가 제가 하고 싶었지만 표현이 어려웠던 생각들이었거든요.”

그렇게 빠져든 ‘모차르트!’라면 “노래하고 연기하면서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걸 외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잘해내지 못해 욕을 먹고 ‘실패’라는 오명과 혹명을 받더라도 내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위안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을 보탰다.

“무대에서, 사람들 앞에서 다시 노래하고 싶어졌어요. ‘모차르트!’여서 용기낼 수 있었죠. 실제로 공연하면서 위안과 위로를 받았고 스트레스나 응어리들이 많이 풀렸던 것 같아요. 지금도 밝고 천방지축으로 재밌고 웃기기도 하다가 울기도 하고 힘들어 하다 미치기도 하고…감정기복이 심하다 죽음을 표현하는 과정은 여전히 어려워요. 하지만 ‘모차르트!’로 여전히 위안 받고 있고 요즘 누구보다 신나게 무대에 오르고 있죠.”


◇10주년 ‘모차르트!’ 명확해진 아버지·아마데와의 관계 ‘내 운명 피하고 싶어’
 

SHAO모차르트! 모차르트!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중인 김준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와 늘 함께 하는 모차르트.(사진제공=EMK뮤지컬)

 

“10년 전에 비해 아버지(레오폴트)의 집착이나 구속 이유가 명확해요. 세상 밖이 아이러니인 게 (모차르트의 삶이) 아빠 말대로 비극이 되잖아요. 아버지는 최고의 작곡가를 길러냈죠. 하지만 천재 음악가가 아닌 아들로서 한번만 모차르트를 바라봐줬으면 이렇게 안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그리곤 “이번엔 ‘내가 죽으면 너도 끝나는 거야’라는 아마데와의 관계도 명확하게 보인다”며 “아마데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을 싫어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순간에도 아마데는 악상을 떠올린다”고 설명했다.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마데가 그런 것처럼 연출했을 뿐 결국 모차르트가 쓴 곡이잖아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의 죽음으로 비극으로 치달으면서도 모차르트는 음악적 영감을 얻어요. 결국 아마데가 펜촉으로 피를 토해내듯 마지막까지 작곡하면서 천재성이 모차르트를 집어삼키죠.” 

 

김준수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렇게 전한 김준수는 모차르트가 천재성에 끌려다니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2막 첫 장면을 꼽았다. 

 

그는 “손을 먼저 잡고 나가는 등 처음에는 모차르트가 주도적이다. 하지만 2막 첫 장면, 피아노 연주를 마치고 나오면서 아마데가 손가락으로 밖으로 나가라고 가리키는 순간 모차르트가 따라가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자꾸만 잡아당기고 따라다니는 아마데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1막 마지막에)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부르죠. 2막부터는 모차르트가 끌려가며 천재성에 잠식돼가는 걸 잘 표현한 것 같아요.”

그리곤 마지막에 부르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에 대한 해석을 덧붙이기도 했다. 김준수는 “저는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부르고 아마데와 아빠가 서로에게 달려가 껴안는 장면”이라며 “비극과 희극, 명확하지 않은 열린 결말”이라고 말을 보탰다.

“마지막까지 아빠는 천재성만을 사랑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반대로 생각해요. 제가 그 노래를 하면서 두 사람을 바라보는 감정은 죽는 순간의 환영이에요. 죽기 직전에 보는 아마데는 천재성이 아닌, ‘어린 모차르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첫 장면의 아마데는 모차르트의 아역이기도 하거든요.”

이어 “그래서 아버지가 ‘천재성’ 아마데가 아닌 어린 모차르트,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안아준다고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 꿈을 죽어가면서 환영으로 보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내 운명 피하고 싶어’를 불러요. 이 노래를 부르면서의 ‘울컥’은 1막 마지막의 분함이 아니라 씁쓸하지만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장면이죠.”


◇나의 아마데, 김준수의 정체성 “나는 나는 음악”
 

김준수
‘모차르트!’로 뮤지컬 데뷔 10주년을 맞은 김준수(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생각보다 단순해서 고민이 많지는 않아요. 하면 후회는 않겠다 싶은 건 음악이에요. 그냥 음악이 좋아요.”

뮤지컬 ‘모차르트!’ 중 어떤 일이 있어도 작곡에 몰두하는 아마데는 버릴 수도, 온전히 취할 수도 없는 모차르트의 잔혹한 천재성이자 정체성이기도 하다.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김준수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긴장과 불안함 없이 살았던 적이 없다”며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보고 싶긴 하다”고 털어놓았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생각나는 넘버는 ‘나는 나는 음악’이에요. (가사처럼) 제 자신이 포르테고 음악은 아닌데…그건 모차르트나 가능한 일이죠. 제 삶 자체에 음악이 없던 적이 없어요. 늘 노래를 입에 달고 살았죠. 저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렸고 제 일도 노래하는 직업이고 뮤지컬 무대에도 노래와 음악이 있어 설 수 있었거든요. 음악이 없는 제 삶은 상상할 수 없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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