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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lay 인터뷰] 코로나19로 6개월을 그렇게 흘려보내고…연극 ‘화전가’ 문예주·이유진·박소연

입력 2020-08-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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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박소연 문예주
‘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실이 역의 이유진(왼쪽부터), 홍다리댁 박소연, 금실이 문예주(사진=이철준 기자)

 

“저희끼리는 ‘연습단원’ ‘국립연습생’이라고 해요. 연습만 하고 공연은 못해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이하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만나 벌써 6개월째 연습과 드라이 테크니컬 리허설(스태프들이 극장 내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하는 연습), 테크니컬 리허설(극장 기술 점검을 모두 마친 후에 실제 공연처럼 진행하는 연습), 드레스 리허설(공연과 똑같이 진행하는 연습), 공연 좌절의 과정을 반복해온 2020-2021 국립극단의 시즌단원 문예주·;이유진·;박소연은 ‘웃픈’ 우스갯소리로 한목소리를 냈다.

2월 창립 70주년을 활짝 열 계획이던 배삼식 작가·;이성열 연출의 ‘화전가’부터 2018년부터 시작한 ‘우리 연극 원형의 재발견③ 하지맞이, 놀굿풀굿’(이하 놀굿풀굿), 사마천의 ‘사기’ 중 일부를 재구성한 인기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까지 꼬박 6개월을 그렇게 흘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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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 ‘화전가’(사진제공=국립극단)

 

세 사람이 함께 참여한 ‘놀굿풀굿’은 결국 온라인 유료 스트리밍으로 대체됐고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가까스로 일주일 남짓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화전가’(8월 23일까지 명동예술극장)가 지난 6일 개막해 순연 중이다.



‘화전가’는 6.25를 몇 개월 앞둔 1950년 4월, 환갑을 앞둔 독립투사 집안의 김씨(예수정)와 행랑어멈 독골할매(김정은),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큰며느리 장림댁(이도유재), 임신한 채 감옥에 있는 남편을 기다리는 둘째 며느리 영주댁(박윤정)이 살고 있는 경북의 어느 반촌을 배경으로 한다.  

 

 

김씨의 환갑잔치를 위해 모인 고모 권씨(전국향), ‘금실이’라 불리는 큰딸 권희(문예주), 둘째달 ‘박실이’ 권정(이유진), 막내 봉아(이다혜) 그리고 행랑어멈이 데려다 키운 홍다리댁(박소연)이 한데 모여 풀어내는 소소하지만 역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다.


◇안타까운 6개월 그리고 첫 무대 ‘화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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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금실이 역의 문예주(사진=이철준 기자)

“시즌단원으로서 첫 작품이 ‘화전가’예요. 공연을 완성시켰다가 관객 못만나는 좌절감과 허탈감은…코로나 시대에 국립극단 안에 있는 것이 정말 행복한 동시에 아쉬워요. 저희 시즌단원들은 제한된 시간 안에 머무는 건데 그냥 흘러간다는 게 너무 소중하고 아쉽고 그래요.”


‘화전가’에서 김씨의 큰 딸 금실이로 분하고 있는 문예주는 ‘화전가’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이어 “시즌단원들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아무 것도 올리지 못한 채 한 작품만 남은 친구들도 있어 가슴이 아프다”며 “매 작품이 소중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아타까움을 토로했다.

‘화전가’와 더불어 12월 ‘햄릿’ 무대에 오를 박소연은 “지난한 오디션 과정을 겪어내며 국립극단의 시즌 단원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발품을 팔거나 들쭉날쭉한 기회를 잡으려 안간힘을 쓰거나 열정페이를 강요받지 않고도 좋은 환경에서 좋은 스태프, 연출님, 배우분들과 안정적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서 엿다”고 말을 보탰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화전가’가 공연될 수 없다는 소식을 듣던 2월 24일부터 한달 동안은 폐인처럼 살았어요. 뭘 못하겠더라고요. 시즌 단원이 아니었으면 어땠을까…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답답했죠.”

이어 “숨 쉬기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인 박소연에 문예주는 “개인적으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25년 동안 해온 연극을 그만할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을 보탰다. 

 

“저는 무대가 정말 좋아요. 같이 숨쉬고 만든 걸 무대에서 라이브로 선보이는 쾌감, 함께 느끼는 관객들의 숨소리 등을 사랑하죠. 이제는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른 시대가 펼쳐질 텐데…아날로즈적인 향수를 간직한 연극이 어떻게 미래와 만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죠. 비대면 시대에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저희도 고민할테니 누구라도 같이 고민해주시면 좋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단 ‘화전가’의 판이 깔렸으니 걸음 해주신 관객들께 저희가 준비한 밥상을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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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실이 역의 이유진(사진=이철준 기자)

  

이렇게 전한 문예주에 이어 이유진은 “공연이 계속 무산되면서 한달 동안은 집밖을 안나갔고 코로나 블루를 겪었다”며 “복합적이었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르고 공연을 못한다는 사실과 뭔지도 모르면서 코로나19가 두렵다는 감정이 얽히면서 정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의심의 여지도 없이 ‘놀굿풀굿’은 공연이 될 줄 알았어요. 정말 모든 걸 쏟아부었죠.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작품인 ‘화전가’를 못했고 반년 넘게 기다렸거든요. 그런데 또 덜컥 못하게 되니 타격이 컸죠.”


이어 “연습을 다 해놓고 무대 바로 앞에서 공연이 무산되는 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아니었으면 절대 겪지 못할 상황”이라며 “민간단체에서는 공연을 할까 말까를 결정하고 연습에 들어갔었는데 국립극단은 연습을 계속하면서 내일 공연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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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홍다리댁 역의 박소연(사진=이철준 기자)
“잘 걸어가다 너무 투명해서 안보이는 문에 부딪힌 느낌이었어요. 일생에 다시없을 경험을 하면서 관객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뼛속 깊이 깨달았죠. 공연 한회 한회, 관객 한분 한분이 너무 소중해요. 다들 많이도 울었죠.”


◇전쟁 속에 꽃피운 국립극단처럼…

“이 작품의 배경이 6.25 발발 몇 개월 전이에요. 올해가 70주년이니 전쟁의 포화 속에서 국립극단이 꽃 피운 셈이잖아요. 저희도 지금 코로나와의 전쟁 속에서 꽃을 피우려고 애쓰는 느낌이에요.”

이렇게 전한 박소연은 ‘화전가’에 대해 “1950년 전후를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라며 “엄청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날카로운 시선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잔잔함 안에서 깊숙이 물방울이 올라는 작품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배삼식) 작가님이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짚어주셨죠. 저 역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보니 언니들, 배우분들, 연출님, 스태프님들 등 연결된 모두가 보이기 시작했죠. 국립극단 70주년의 힘인지, ‘화전가’라는 작품의 힘인지, 프로덕션에 참여한 구성원의 힘인지, 코로나19의 힘이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을 살면서도 감사함 더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박소연의 말에 이유진은 “이 작품이 하고자하는 말은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6.25 직전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비극을 알기 때문에 위태로워 보이지만 극 중 사람들은 모르는 상태”라고 말을 보탰다.

“지난해 국립극단 시즌단원이 되고 겨우 내내 준비했던 작품이 ‘화전가’였어요. 다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자체로도 좋았지만 다시 작품을 읽고 분석하다 보니 시대를 돌아보게 됐죠. 지금 제가 겪고 있는 현재, 코로나 19로 극장 문을 열지 못하고 엄청난 좌절에 빠져 있던 지난 시간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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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 ‘화전가’(사진제공=국립극단)

 

그리곤 “극 중에서 아홉 여자들이 술을 마시고 자잘한 걸로 싸우기도 하고 울며 엄마를 탓하기도 하다가 재밌게 깔깔 거리기도 한다. 그런데 6.25 발발 직전”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19 전과는 다르게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이 작품이, 국립극단의 여정이 그리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대로 따라가는 구나…6.25 이후 맞은 전쟁 같은 코로나 속에서도 ‘화전가’로 다시 꽃을 피우고 싶어요. ‘화전가’, 우리 9명 배우 한명 한명이 너무 애잔하고 짠해요.”

이유진의 말에 문예주는 ‘화전가’에 대해 “화려하고 칼질하는 경양식은 아니어도 구수한 곰국 한 그릇 드시는 기분일 것”이라며 “이념이나 전쟁 등 대립하는 근현대사 관련 작품은 많다. 하지만 ‘화전가’는 적대되는 이데올로기, 전쟁을 다루는 대표작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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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홍다리댁 역의 박소연(앞), 뒤 왼쪽 박실이 이유진과 금실이 문예주(사진=이철준 기자)
“작품 속에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나 전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일가, 그에 속한 여자들의 이야기 밑에 꿈틀대는 울림들을 가져가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럼에도 살아내야 하는 일상

“각각의 인물들이 꿈이 있어요. 그래서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금실이는 이승만 정권 아래서 스스로 옳다고 주장하는 게 빨갱이로 매도돼 북으로 간 남편을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문예주는 뼈대깊은 반가였지만 독립운동으로 빈궁해진 집안의 장녀인 금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며 “박실이는 독립운동가 집안 딸임에도 시대 흐름을 잘 타는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마 생일이라 같은 자리에서 웃고는 있지만 굉장히 다른 삶을 살고 있죠. 저(금실)는 드러내진 않지만 혐오에 가까운 마음이 분명 있어요. 집안의 이념이나 이데올로기 등의 대립을 금실이와 박실이가 보여주고 있죠. 바탕에 깔린 그런 감정들이 터져 나오기도 해요.“

이유진은 “박실이는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토지개량을 위해 나온 남편과 결혼했다. 안정을 찾아간 셈”이라며 “박실이 입장에서는 애틋하고 마음이 쓰이는 가족이지만 짐이 되기도 하는 두 가지 감정이 양립하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금씨와 박씨 집안에 시집간 금실이, 박실이는 독립투사 집안의 딸들이지만 홍다리는 계급사회의 잔재 속에서 일하는 행랑어멈, 그 어멈이 주워다 키운 딸이에요. 혈혈단신 기댈 곳도, 기대할 것도 없는 정말 민초죠. 초등학교도 안나오고 바로 직업전선 아니면 삶으로 뛰어든 인물이거든요. 여러 군데를 전전하면서 살아남았고 삶의 의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이죠.”

그리곤 “거창한 미래를 보기보다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 그 하루를 잘 살기 위해 목적을 찾는 게 홍다리를 살게 하는 힘”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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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금실이 역의 문예주(사진=이철준 기자)

 

홍다리댁에 대한 박소연의 설명에 문예주는 “아홉 여자의 공통점은 누구 하나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살아내려는 의지, 죽느냐 사느냐 생존의 문제가 아닌 그저 살아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며 “1950년대에 있었을 법한 일들을 통해 전쟁에 대해 다시 느끼실 거고 누군가를 떠내보내주는 마음에 공감하시게 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어 문예주는 “맨 마지막에 남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이 있다”며 “떠날 때를 아는 사람과 모내 줄 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화전가’를 소개했다.

“딱 24시간 동안의 이야기예요. 정말 일상의 한 조각이죠. 그 단면들을 보시면서, 어쩌면 모두의 일상을 축약해 놓았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70년 전과 지금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하실지 오히려 궁금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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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박실이 역의 이유진(사진=이철준 기자)
이유진은 이렇게 전하며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 여성에 대한 생각이 급변했다. 1950년을 배경으로 9명의 여자가 등장하는 ‘화전가’라는 작품을 동시대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오히려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을 돌아보며 화전놀이를 한다면…

“시즌단원으로 국립극단에 속했고 역병이 창궐해 공연을 못올리는 코로나 시대, 그럼에도 긍정의 힘을 얻어 보려고 했던 얘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미래의 언젠가 화전놀이를 하면서 지금을 돌아본다면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믿고 얻으려 했던 여정을 얘기하기 될 것”이라는 이유진은 “인물을 만들어 놓고 마음에서 빼내지 못하고 갇힌 채로 삭히는 좌절과 상처의 시간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 묵은 것들이 제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무대 그리고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됐다고 말할 것 같아요.”

이유진의 말에 박소연은 “그때가 좋았지 할 것 같다” 껄껄 거리며 “그 질문을 지금 받아서 인 것 같다. 2월 ‘화전가’가 엎어지고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른 채 무기력했을 때가 아닌 지금은 배우로서, 연극하는 사람으로서 연극의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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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로 국립극단 시즌단원으로서 첫 무대에 오르고 있는 홍다리댁 역의 박소연(사진=이철준 기자)

 

“아직은 과정 중이지만 모두 함께 같이 고민하고 고난과 역경을 버티면서 단단해지고 충만해지고 있거든요. 좌절 속에서도 그저 손 놓고 있었던 게 아니라 단계별로 자구책을 찾고 어떻게든 이겨내 보려고 모두가 노력했고 나도 애썼다고…그랬더니 이런 이런 상황들이 흘러가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어 “앞으로 70년, 100년이 흘러도 지금 이때여서 그때가 좋았다고 말할 것 같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예주는 “지난 2월 ‘화전가’는 국립극단 70주년의 문을 활짝 열려던 작품”이라며 “하반기에라도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온 건 더 좋은 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을 보탰다.

“큰 위기를 전국민이 같이 온몸으로 겪었고 그럼에도 극장으로 와주시는 분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더 준비되고 숙성된 마음가짐으로 하반기에 극장 문을 연 ‘화전가’는 진정한 70주년 기념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부터 또 70년 뒤라니…눈물 나지 않아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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