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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의 무비가즘] '볼 맛' 나는…이런 한국 영화 ‘69세’ ‘남매의 여름밤’

[이희승의 무비가즘]오는 20일 나란히 개봉 앞둔 '남매의 여름밤','69세'
수백억 대작 사이에 밀리지 않는 주제의식,연기력 갖춘 수작

입력 2020-08-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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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승무비가즘20200816

 

연기와 연출을 전공하는 대학생들 졸업 작품 제작비도 수천만원이 기본인 시대다. 아니, 이제 그런 시대마저 지났다. 수십억의 제작비가 든 영화들이 ‘저예산’이라 구분되고 수백억대 제작비의 영화들은 해외 판권과 여러 부가서비스를 통해 사전에 흥행 부담감을 낮춘다.

최근 영화 ‘반도’의 흥행이 그 시장을 그대로 대변한다. 투자 배급사측에 따르면 “제작비는 190억원 수준으로 반도의 손익분기점은 570만명이다. 하지만 사전에 팔린 해외 수출 규모와 부가판권 시장의 규모를 합치면 약 250만명이 손익분기점”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 수백억원의 제작비는 독립영화수준이지만 한국은 다르다. 특히 극장 중심의 영화산업은 한국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이다. 연 관객 2억명 시대는 이제 대표적인 블루오션이자 약점으로 불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기록한 각종 트로피 행렬에 취해있었다. 한국영화 100주년이 가진 기개와 미래를 약속했지만 반년이 지난 지금 극장가는 코로나19로 초토화된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독립영화에서 한국영화의 미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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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다루는 공통점을 가진 영화 ‘남매의 여름밤’(왼쪽)과 ‘69세’(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엣나인필름)

 

지난 8일 열린 ‘코로나19와 문화·체육·관광 5대 이슈 긴급진단’의 토론자로 나선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대중성과 예술성의 조화에서 나온다. 새로운 재능들이 사라지지 않고 업계에 들어와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며 사람을 향한 정책을 강조했다.

오는 20일 나란히 개봉을 앞둔 영화 ‘남매의 여름밤’과 ‘69세’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영화다. 예술성을 해외 영화제 출품이나 수상 기준으로 삼는다면 밀리지도 않는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두 작품이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극장에 걸리지 않았을 영화라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소수의 관객을 만난 영화의 반응은 뜨거웠다. ‘남매의 여름밤’과 ‘69세’는 배경도 소재도, 배우도 다르지만 ‘관계’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전작이 사춘기 주인공의 눈으로 본 가족들의 이야기라면, 후자는 노년의 여자가 겪는 약자로서의 고군분투기랄까.


◇너무 평범해서 내 이야기 같은 ‘남매의 여름밤’

남매의 여름밤
남매가 살았던 집에,장성한 자식이 ‘남매’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들의 고모, 부재중인 엄마. 이들의 여름밤은 덥고 습하지만 함께여서 즐겁다.(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남매의 여름밤’은 가세가 기울어 할아버지 집으로 가게 된 옥주(최정운)와 동주(박승준) 남매 이야기다. 마침 고모(박현영)도 찾아오면서 다섯 식구가 여름을 함께 보낸다. 낡았지만 번듯한 서울외곽의 이층집이 이들이 사는 집이다. 말수가 적고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는 자식인 남매와 그들의 자식인 또 다른 남매(손주)를 챙겨야 한다.

옥주는 사업에 실패한 아빠도 싫고 눈치 없는 남동생도 싫다. 게다가 엄마인양 하는 고모도 싫다. 누구나 겪은 사춘기를 한편에 압축한 ‘남매의 여름밤’은 가족들 나름의 사연을 그저 담담하게 따라갈 뿐이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대로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때론 술기운에 하소연하며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그리고 또 내일을 살아간다.

마치 아무 양념도 안한 구운 김을 맛본 듯하다. 때론 그런 김에 맨 밥을 싸 먹어도 맛있는 법이다. 한국어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이 있기 전 ‘브릿지경제’와 만나 “개인적으로 ‘남매의 여름밤’을 보고 한국영화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초심을 떠올렸다. 봉준호 감독의 초창기 영화를 본 느낌”이라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너와 나, 우리가 바꿔 나가야 할 시선 ‘69세’

69세
지지부진한 로맨스가 아니다. 현실적이고 또 적나라하다. 법적인 동거인은 아니지만 보호자도 아닌 두 사람이 성폭력 사건에 대처하는 방식은 그저 법의 순서를 따르는것 뿐. 하지만 노년이라서일까, 합법적이지 않아서일까. 이들에 대한 시선은 공평하지 않다.(사진제공=엣나인필름)

 

‘69세’는 예수정과 기주봉을 필두로 한 황혼의 로맨스에 성추행이란 불편한 현실을 마주 보게 한다. 오랜 시간 간병인으로 일하던 효정(예수정)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29세 남자 간호조무사에게 능욕을 당한다.

법적인 보호자는 아니지만 동거인인 동인(기주봉)은 이 사실을 알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함께 싸워나가지만 현실의 시선은 냉정하기만 하다. 두 사람의 나이 차가 있고 법원에서 보는 예수정의 옷차림은 노인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세련됐기 때문’이다.

경찰조차 효정을 치매노인 취급하며 가해자는 단지 직장을 잃을 뿐이다. 영화는 가해자가 젊은 남자이며 예비신랑에 직장이 있음으로 보호(?)받는 현실을 직시한다.

지난 11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임선애 감독은 “노인을 무성적 존재로 보는 편견이 가해자들로 하여금 노인 여성을 타깃으로 삼는 이유가 된다는 칼럼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노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거의 볼 수 없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도전 의식이 생겨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예수정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일등공신이며 그가 왜 이 작품을 택했는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두 편 모두 배우들의 신선함 그리고 세련됨이 신마다 빛을 발한다. 때론 덜 알려져서, 혹은 너무 유명해서 작품이 빛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매의 여름밤’과 ‘69세’는 그 적정선을 탁월하게 오간다. 이런 영화들이 있어서 한국영화를 ‘보는 맛’을 느낀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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