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공정경제’ 입법, 재계 반대 이유 헤아려봤나

입력 2020-08-26 15:03 | 신문게재 2020-08-27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상법·공정거래법 등 3개의 제·개정안이 재계의 잇따른 반대에도 국무회의 문턱을 가볍게 넘었다. 공정경제 입법 완성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임을 실감케 한다.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던 법을 재추진하는 배경에는 거대 여당을 믿는 자신감도 있다. 규제 개혁이 더 시급한 마당에 공정경제가 훼손될지 노심초사하는 현실 인식이 안타깝기도 하다.

공정경제 3법의 좋은 점만 너무 본 것이 문제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과 상업 일부 개정안, 금융그룹의 감독에 관한 법률 등 3법이 국회만 통과하면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고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이 근절된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현재의 부당함만 보고 부작용이나 경제계의 의견은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로 대주주 입맛에 맞는 이사를 배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제약이다. 대기업 전횡 탓에 우리 경제가 지속가능성을 못 얻는다는 인식의 근거가 궁금하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임,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은 문제투성이다. 기업 투자 의욕까지 꺾는 독소조항이 되기 쉬운 조건이다.

공정과 불공정의 잣대가 재계에서만 멀어진 것이 가장 문제다. 공정한 경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는 괜찮다. 그런데 기업 지배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가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이면에는 애써 눈을 감았다. 적어도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쯤은 내다봤어야 한다. 시장의 효율성에 별 도움을 줄 것 같지도 않다. 전속고발제 폐지와 일감 몰아주의 억제 이면에는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기업 간 거래 위축이 있다. 상법·공정거래법 옷을 입은 ‘공정경제’에 이전에 썼던 ‘경제 민주화’의 가장 극단적인 모습이 투영될지 우려된다. 기업 경쟁력을 놔두고 포용성장과 혁신성장의 바퀴만 잘 굴러갈 리 만무하다.

지금 시점에서 예견되는 것 하나는 공정경제 3법이 부활하면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지배구조를 바꾸거나 경제력 남용의 뿌리를 뽑고 금융그룹 재무건전성을 이루긴 힘들다. 되더라도 의미는 반감된다. 발행주식 0.01%만 갖고도 소송을 거는 구조는 외국계 투기자본 앞에서 경영권이 무력화되기 딱 좋다. 경제가 전시상황이라면서 반시장적 규제를 내놓는다면 그것은 모순이다. 3단계 거리두기까지 검토되는 코로나 상황 악화로 하반기 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졌다. 공정경제 3법 재시동은 무엇보다 시기를 잘못 골랐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