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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이제는 패밀리” 뮤지컬 ‘난설’ 정성일·최석진이 전하는 전혀 다른 허초희와 허균, 이달

입력 2020-08-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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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이달 역의 정성일(왼쪽)과 허균 최석진(사진=이철준 기자)

 

“저도 실제로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누나가 있어요.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다 보니 어려서부터 모든 걸 누나와 함께 했죠. 누나 결혼할 때도 엄청 울었어요. 억지로 결혼을 해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누이에 대한 감정 등 (허)균이가 허초희를 보는 시선들이 어색하지가 않아요.”

그리곤 “누나의 뒷 모습을 많이 보고 자라서 익숙하다”는 뮤지컬 ‘난설’(9월 6일까지 콘텐츠그라운드) 허균 역의 최석진에 이달 정성일은 “어머님이 오셔서도 ‘얘는 어려서부터 눈만 뜨면 누나부터 찾았다’고 하셨다”고 귀띔했다.  

 

뮤지컬 ‘난설’은 조선 최초의 여류시인 ‘허난설헌’ 허초희(정인지·김려원·안유진, 이하 관람배우·시즌합류·가나다 순)와 그의 지음(知音)이자 스승 이달(정성일·안재영·양승리) 그리고 동생 허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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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이달 역의 정성일(사진=이철준 기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허균이 역모죄로 처형되기 전날 밤 그를 찾아온 누이 초희와 스승 이달의 이야기가 허난설헌의 시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樑文), ‘견흥’(遣興), ‘상봉행’(相逢行), ‘가객사’(賈客詞), ‘죽지사’(竹枝詞), ‘유선사’(遊仙詞) 등에 실린다.


“죽을 정도로 그런 일을 한다는 것, 어떤 일에 목숨을 건다는 게 이입이 잘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저는 다행히 허균이 살 던 때보는 나은 시대를 살고 있잖아요. 제가 가늠할 수 없는 엄청난 이유와 대의가 있겠지만 일단은 살아 있어야 뭘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무슨 일을 행할 때 목숨을 건다는 것은 어떤 기운일까 의문이 많이 들어요.”

극 중 허균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는 최석진에 정성일은 “초희를 통해서지만 약자의 편에 서는 건 저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가진 본능 같다”고 이달과의 닮은 점을 짚었다.

“저도 초희나 이달처럼 남들이 봐주지 않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저도 약자니까요. 약자들 편에 서는 건 모든 사람들의 공통점 같아요. 좋아하는 야구에서도 괜히 꼴찌 팀을 응원하게 되거든요.”

이어 “반면 저라면 초희가 다른 데서 또 뭔가를 도모할 수 있게 서포트라도 해주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극 중 이달처럼 ‘내가 이 사람의 세상이 있지 않아야 할 것 같다’는 선택이 아니라 ‘이 사람의 세상에서 어떻게 도와줄까’를 선택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빙의 정인지, 완성형 안유진, 인간적인 김려원의 허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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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의 허초희. 왼쪽부터 정인지, 안유진, 김려원(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

 

“(정)인지는 거의 (허초희에) 빙의한 수준이 아닐까 싶어요. 워낙 감정선이 좋은 배우이고 인물을 파고는 데 강한 친구죠. 지난해보다 더 깊어진, 두말할 게 없는 초희죠.”

정인지가 연기하는 허초희에 대한 정성일의 말에 최석진은 “되게 끝이 없는 바다 같은 초희”라며 “고요하고 잔잔한 느낌인데 이달이라는 인물이 옴으로서 변화하는 초희 같다. 돌이 던져져 끝이 없는 진동으로 바뀌면서 나중에는 거대한 해일이 돼서 오는 느낌”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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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허균 역의 최석진(사진=이철준 기자)
“억울하게 생겨선가 그런 역할을 너무 잘해요. 저도 그런 류의 얼굴이라 진짜 불쌍한 역할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동지애도 느끼죠. 억울하게 생긴 사람이 억울한 인생을 살며 억울한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보는 저까지 억울해지는 느낌이죠.”

지난 11일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하차한 안유진의 허초희에 대해서는 “애초에 완성형인 사람”이라며 “(안유진) 누나가 그리고자 하는 초희는 이달을 못만났어도 그렇게 됐을, 세상을 개혁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일은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말을 보탰다.

“무대 경험이 많아선지 호흡을 맞추면서 새로운 것들이 언제든 올 수 있는 사람이어서 기대되고 재밌었어요. 엄철 셀 것 같지만 러블리한 사람이죠. (김)려원이는 ‘난설’로 처음 봤는데 착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 사람이 가는 인간적인 매력이 무대 위 초희에게서도 보여요.”

이어 “볼수록 매력적인 초희로 보이게 하는 능력을 가진 배우”라는 정성일에 최석진은 “가장 인간적인 초희”라고 동의하며 “인간적인 초희가 대사를 하면서도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인지·유진 누나는 대사에서도 신념이 굉장히 학고하게 느껴진다면 려원 누나의 초희는 무대에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균아, 나도 네 말이 뭔지 알아.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나는 많을 걸 바라지 않아. 아닌 걸 아니라고 말 할 수 있는 그 정도의 용기는 내야한다고 생각해’라고 저한테 계속 보내요. 신념보다는 잔잔하던 사람이 용기를 냄으로서 저렇게 바뀔 수 있구나 싶은 초희죠.”


◇확인받고 싶은 최석진, 0부터 100까지 유현석, 유약하지만 단단한 최호승의 허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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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의 허균. 왼쪽부터 최석진, 유현석, 최호승(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

 

“(최)석진이의 균이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확인받고 싶어해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게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 반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완성형 균이죠. 7, 80%는 맞는 걸 알면서 100을 채우고 싶어한달까요..”

최선진의 허균에 대해 이렇게 전한 정성일은 “100을 채우기 위해 ‘이건 아니잖아?’라고 반대로 질문을 던지고 마지막에 ‘맞지?’ ‘맞았어!’ 순으로 가는 균”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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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이달 역의 정성일(사진=이철준 기자)

 

“(유)현석이는 0에서 100을 채우는 균이에요. 자신의 나약함을 딛고 일어나는 뒷심이 있는, 천천히 2, 30 정도를 쌓다가 갑자기 100으로 뛰어넘어 버리죠. 현석이의 균이는 그 과정이 너무 좋아요. ‘그 손을 놓지 말았어야지요’라는 균이의 원망이 저(이달)한테 깨달음을 주는 느낌이죠.”

이어 “전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내가 그때 그 손을 놓지 않았다면 그 사람(허초희)이 더 멀리 갈 수 있었겠구나‘ 깨우칠 수 있게 하는 균”이라고 덧붙였다.

“(최)호승이의 균이는 단단함을 감추고 반대로 얘기하면서 매달리고 매달리고 끝까지 매달리죠. 제일 유약하지만 강한, 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저(이달)한테 하는 원망과 화, 누나 초희에게 보내는 화, 세상에 보내는 화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균이죠.”


◇동반자 정성일, 일깨우는 안재영, 여린 양승리의 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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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의 이달. 왼쪽부터 정성일, 양승리, 안재영(사진제공=콘텐츠플래닝)

 

“(안)재영이 형의 이달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깨달음이 끝난 사람 같아요. 어리석은 나(허균)를 일깨우려고 온 존재라는 느낌이죠. 반면 (정)성일이 형은 발걸음을 같이 맞추는 동반자 같은 이달이에요.”

정성일과 안재영의 이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최석진은 “(양)승리 형은 스스로도 나(허균)로 인해 깨달음을 얻는 이달”이라고 부연했다.

“허균이 어떤 대사를 했을 때 ‘네 말이 맞네’ ‘내가 멍청했구나’ 등의 눈빛이 올 때가 있어요. 덩치도, 키도 큰데 제일 여린 모습의 이달이기도 하죠.”

 

◇‘언체인’ ‘난설’ 그리고 차기작 ‘미오 프라텔로’까지…“이젠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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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허균 역의 최석진(사진=이철준 기자)

“석진이는 이제 ‘대학로 패밀리’ 같아요. 제가 가면 석진이도 가고 석진이가 가면 저도 가야할 것 같고…어떤 작품이든 묶어 가야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죠.”


정성일은 연극 ‘언체인’의 마크와 싱어, ‘난설’의 이달과 허균으로 호흡을 맞췄고 차기작 ‘미오 프라텔로’의 써니보이와 치치까지 연달아 세 작품을 함께 하는 최석진에 대해 “대학로 패밀리”라고 표현했다.

“귀엽고 아가 같은데 똑똑하고 센스가 넘치죠. 진짜 열심히 하고 그래서 잘하면서도 늘 고민해요. 한참 동생인데 까불어도 밉질 않아요. 사실 엄청 까부는데 그 수위를 또 잘 맞춰요. 그래서 제가 늘 ‘귀여운 여우’라고 부르죠.”

그리곤 “좋은 동생이면서 무대 위에 같이 있으면 오는 대로 주고 주는 대로 받는, 믿고 갈 수 있는 든든한 동료”라 덧붙이며 “믿음직하고 대단한 동생”이라고 말을 보탰다. 그런 정성일에 대해 최석진은 “어른”이라고 표현했다.

“그런 기운을 보내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무대에서 배우로서 뭔가를 할 때, 인간으로서도 제가 무언가를 말할 때 ‘형이니까’ ‘선배니까’가 아니라 ‘난 너랑 같은 배우, 인간이야’라는 느낌을 보내는 사람이요. 형이 그래요. 순간적으로 이질적인 걸 보낼 때가 있어요. ‘언체인’에서 유독 그랬는데 형은 잘 받아주고 맞춰줘요”

이어 “무대가 끝나고 나서 형한테 ‘미안해요’라고, 약속한 데서 어긋난 걸 했으니 사과를 하면 형은 ‘네가 그렇게 하니까 나도 그런 감정이 생겨버려서 괜찮았어’라거나 ‘나도 다른 걸 깨달았어’라고 해준다”고 부연했다.

“저는 그런 기운을 보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하는 연기나 노래에 대해 평가를 하기 보다는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닐까? 나도 잘 몰라. 그러니 우리 같이 알아보자’라는 기운을 주는 사람이요. 성일이 형은 그 기운이 가장 강한 사람이죠.”


◇‘삼류배우’를 꿈꾸는 정성일, 끝없는 깨달음을 갈구하는 최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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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난설’ 이달 역의 정성일(왼쪽)과 허균 최석진(사진=이철준 기자)

 

“항상 ‘삼류배우’라는 연극을 생각해요. 제 나이 60세가 넘어서도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삼류배우’라는 연극의 무대에 설 수 있다면, 그때까지 체력과 실력이 그 작품을 할 수 있는 배우면 좋겠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어렵게 어렵게 tvN 사전제작 드라마 ‘비밀의 숲’ 시즌 2 촬영을 마치고 다른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미오 프라텔로’를 연습 중”이라는 정성일은 배우로서의 꿈에 대해 이렇게 털어놓았다. 최석진은 “내년 1월까지 잡혀 있는 스케줄이 끝나면 좀 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소한 얘기를 다루는 작품을 하고 싶고 연극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늘 깨닫는 배우면 좋겠어요. 깨달음이 끝나지 않는 그런 배우요. 제가 언제까지 연기를 할지는 몰라요. 하지만 일흔살에도 연기하고 71세가 돼서는 ‘스무살 때부터 50년째 아무 것도 모르고 하고 있었구나’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72세에는 ‘작년에 나 왜 그랬지’라고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그런 깨달음이 끝나지 않는 배우이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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