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아베 시즌2’ 되더라도 전략적 대일 관계 설정해야

입력 2020-09-13 14:40 | 신문게재 2020-09-14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아베 정권 이후의 새로운 대일 관계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지난달 28일 이후 다각도의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아베가 소재·부품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는 경제보복으로 양국 관계를 역대 어느 때보다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다만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집권 후에는 한국에 보여준 매우 적대적인 관계를 개선한다는 기대를 해볼 수는 있다. 아베 정권 3기, 아베 시즌2가 되더라도 말이다. 

 

최장기 집권한 아베가 추진해온 정책은 어떤 식으로 스가 색깔을 입혀 변화할 것이다. 아베노믹스의 관에 마지막 못을 박았다는 평가를 받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정책도 물론 조정될 수 있다. 정치 주도, 관저 주도의 정치는 변하겠지만 아베 집권기의 군국주의 회귀 성향 등 뼛속까지 바뀌기를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아베 정권의 2인자였던 스가는 아베와 차별화할 특징이 별로 뚜렷하지 않다. 강한 적대감은 다소 누그러지더라도 획기적인 관계 개선은 미지수라고 보는 이유다. 

 

어떻든 한국의 급소를 겨냥한 무역보복을 풀고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설정해야 한다. 스가는 12일 “미일 동맹을 기축으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이웃 국가와도 확실히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하긴 했다. 하지만 강제징용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평행선으로 갈지 모른다. 경제적으로도 그럴 수 있다. 일본 내부적으로 추가 경기부양에는 나서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경제 정책이 급변하기에 무리다. 경제적 측면의 한국 정벌, 즉 정한론(征韓論)을 제기한 아베 측근들은 그대로 있다. 과도기적 성격의 정권인 만큼 공식·비공식적 기조는 급변하지 않는다고 보고 대처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긍정할 요소는 있지만 아베 2차 내각(2012년 12월 출범) 내내 관방장관을 맡았던 스가 요시히데 역시 한국에 대한 태도가 아베 못지않다. 그가 아베처럼 일본 국내 정치 위기마다 한국 때리기를 노골화할지는 알 수 없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27.8%를 기록한 경제 사정도 그러한 위기 요소 중 하나다. 대일 무역적자로 가마우지 경제에 비유되는 고리를 끊으면서 경제적으로도 협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스가 정부만의 색채가 어떻게 드러날지에 상관없이 전략적으로 대일 관계를 재정립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반일과 혐한 사이에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고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다 할지라도 극우파 총리의 퇴진을 대화의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 스가 정권이 들어서도 양국 관계의 새로운 길은 그냥 열리지 않는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