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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로봇이 DJ인 시대

입력 2020-09-15 14:20 | 신문게재 2020-09-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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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DJ인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로봇이라는 표현보다는 ‘TTS(Text to Speech·음성 합성 시스템)’라는 단어가 적합하겠다. KBS 해피FM(수도권 106.1MHz)에서 자정부터 1시간 동안 전파를 타는 ‘누군가 어딘가에’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들으면 사람이 아닌 합성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과거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웠던 목소리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 사람 못지않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멘트를 들으면 가끔 소름이 돋을 정도. 현재는 작가들이 쓴 원고를 읽는 수준이지만, 얼마 지나면 딥러닝을 통해 애청자들의 문자에 답을 할지도 모른다.

 

방송뿐이랴.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에서 로봇이 기사를 쓴지는 이미 꽤 됐다. 증시, 스포츠, 날씨 등의 반복적인 기사는 이미 국내에서도 로봇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상한가나 하한가, 특징주들의 패턴을 감지해 조건에 따라 1초 만에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과거 단순 반복 작업에 머물렀던 자동화 솔루션은 이제 사람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고, 속도는 대중이 인식하는 것보다 더 빠르다. 그리고 중심에는 코로나19가 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지금은 서로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일을 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졌다.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사람 대신 기술로 채워 넣는다. 코로나19는 AI가 사람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는 감성적 걸림돌을 무너뜨렸다.

 

오래 지나지 않아 디즈니나 워너브라더스는 CG로 만든 캐릭터를 주연 배우로 기용하고, 빅히트엔터나 SM엔터가 가상의 보이그룹을 만들어 전 세계 시장에 앨범을 낼 수도 있다. 사생활 관리도 필요 없고, 재계약에 골머리를 썩일 필요도 없다.

 

이제 사람은 기계가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인간의 영역에 AI가 밀고 들어오면서 보다 더 창의적이고, 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이에게 그런 능력을 쌓을 기회가 공정하게 돌아갈까. 뉴스를 연일 장식하는 세간의 불공정함에 모두가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세기 초 러다이트 운동 때는 직조 기계를 공장 밖으로 꺼내 부쉈다. 10년 뒤에는 데이터센터에 실업자들이 쳐들어가 서버를 부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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